공급권 탈락 판매소 구제 논의 과정에서 이견·마찰
충전업계에도 유탄…반발 거세자 일단 “없던 일로”

▲LPG배관망사업이 전국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해당권역 LPG판매소의 영업권 보상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난달 11일 준공식을 가진 경북 청송군의 LPG배관망 공사 장면.
▲LPG배관망사업이 전국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해당권역 LPG판매소의 영업권 보상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난달 11일 준공식을 가진 경북 청송군의 LPG배관망 공사 장면.

[이투뉴스] 수천억원 규모의 정책 프로젝트인 전국 LPG배관망사업이 내년에 한층 더 속도를 낼 전망인 가운데 사업자 간 갈등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LPG배관망사업은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군단위 LPG배관망사업은 올해 1차년도 3개소 및 2차년도 3개소 286억원에서 내년에는 1차년도 7개소 532억원을 반영키로 하고, 마을단위 LPG배관망사업은 올해 57억원에서 내년엔 76억원을 반영키로 했다. 군단위 사업은 약 2, 마을단위 사업은 30% 넘게 예산이 늘어난 규모다. 특히 군단위 LPG배관망사업은 대상인 13곳이 모두 사업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그 속도만큼 해당지역의 LPG배관망사업 연료 공급권자와 기존 LPG판매사업자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게 됐다. 지금까지 용기 등을 통해 수요처에 가스를 보급하던 기존 판매사업자들이 LPG배관망 연료공급 컨소시엄에 들어간 일부를 빼고는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급권 입찰에서 떨어진 판매소를 구제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가 또 다른 마찰을 빚으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LPG배관망사업 연료공급 컨소시엄에서 탈락한 기존 LPG판매사업자를 낙찰받은 컨소시엄에 다시 포함시키거나 지역관리를 맡기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가 성사되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불똥을 튀겨 반발이 거세자 급히 수습에 나서는 등 어지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 투서까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군단위 LPG배관망사업은 각 지역별로 2개년에 걸쳐 약 2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국비 50%, 지방비 40%, 주민 10% 분담방식으로 추진된다. 대상은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 경북 청송·영양·울릉, 전북 장수, 경남 남해, 전남 신안·진도·완도, 인천 강화 등 13곳이다. 이들 13개군 가운데 올해 공사가 완료되는 지역은 강원 화천군, 경북 청송군, 전북 장수군 등 3곳이며, 2단계 사업인 경북 영양군, 강원 인제·양구군 등 3곳의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북 청송군이 LPG배관망사업을 완공하고 지난달 11일 준공식을 가졌다. 한국LPG배관망사업단과 20164월 업무협약을 맺고 지난해 6월 착공에 들어간 후 13개월만의 결실이다.

문제는 이곳 LPG배관망에 대한 연료공급권을 놓고 사업자 간 마찰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 산업부와 지자체, 관련단체까지 휘말리면서 혼란이 더욱 커진 것이다.

LPG배관망 연료공급자 선정은 집단공급사업자, 충전사업자, 판매사업자 등이 조합 또는 법인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토록 하고 있으며, 이들 컨소시엄에는 용기 판매사업자를 포함해 LPG판매사업자의 지분을 10% 이상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청송군 LPG배관망사업의 경우 연료공급권을 놓고 직영 LPG충전소가 해당지역 LPG판매소인 3곳 모두에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판매물량이 가장 많은 LPG판매소 한곳이 이를 거절하고, 다른 충전소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응했다가 가격경쟁력에 밀려 공급권 획득에 실패하면서 말썽이 빚어졌다.

판매물량이 가장 많으면서도 컨소시엄 입찰에 떨어져 시장점유가 위태로워진 이 판매소가 협회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이들이 산업부 가스산업과에 지원대책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정부의 예산지원 정책사업으로 설 땅을 잃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의 사정을 수렴한 산업부 담당자가 터전을 잃게 된 판매사업자를 구제해줄 방안을 모색키 위해 현지로 내려가 지자체, 관련기관 및 업체 등과 상생방안을 논의했으나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입찰에서 가격경쟁력에 밀려 떨어진 LPG판매소의 영업권을 보상하는데 모두가 난색을 표한 것이다.

임시방편은 또 다른 형평성 문제 야기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거친 입찰인 상황이다 보니 컨소시엄 재가입 등의 방안이 또 다른 형평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다른 지역의 LPG배관망 프로젝트에서도 똑같은 유형의 반발과 갈등이 반복될 것이 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과정에서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 앞으로 LPG배관망사업 연료공급권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충전사업자는 제외시키겠다는 정책방향이 제시됐다. LPG배관망사업의 연료공급권 입찰에 참여하는 LPG충전사업자 상당수가 해당지역이 아닌 타지 충전소인데다, 낙찰이 되면 사실상 연료공급을 독점적으로 누릴 수 있고 컨소시엄 수익도 챙기는 이중의 이득을 얻는다는 해석이 내려진 것이다. 따라서 집단공급사업자와 판매사업자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낙찰을 받은 후 충전소를 대상으로 공급사업자를 선정토록 한다는 방안이다.

갑작스럽게 유탄을 맞은 LPG충전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음은 당연하다. LPG배관망사업 연료공급권 입찰에 집단공급사업자, 충전사업자, 판매사업자가 조합 또는 법인을 구성해 참여토록 한 것은 기존에 용기를 통해 해당지역에 가스를 공급하며 사업을 운영해오던 이들 사업자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도록 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당위성을 갖춘 충전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산업부는 일단 충전사업자 제외방침을 철회하고, 추후 검토키로 하며 수습에 나섰다. 그때그때마다 임시적인 방편을 취할 게 아니라 기준을 확고히 정립하고, 그에 따른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LPG배관망사업은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의 주민 등 에너지복지 취약계층의 연료사용 환경 개선을 위해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적 프로젝트다. 그동안 LPG정책 수행과정에서 일관성 없는 정책이 결과적으로 사업자는 물론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는 선례를 수없이 보아왔다. “사업자 간 다툼의 차원이 아니라, 전체 LPG산업의 기회가 될지도 모를 LPG배관망사업에서 또 다시 그런 선례가 반복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쓴소리는 그냥 흘려들을 얘기가 아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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