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남산은 수도서울의 상징이다. 면적은 약 340만㎡(100만평), 높이는 265m쯤 된다. 순환도로를 따라 걸어 오르면 정상부까지 1시간은 족히 걸린다. 해발기준으론 여의도 63빌딩과 거의 키가 같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산이다.

올해 국내 발전용 유연탄 소비량은 약 1억톤에 육박할 전망이다. 단순 계산으로 25톤 덤프트럭 400만대분이다. 남산의 부피가 딱 그 정도라고 한다. 매년 남산 하나만큼의 석탄이 화력발전소 안에서 태워지는 셈이다. 유연탄은 국내서 나지 않아 전량 수입한다.

한전 화력발전 5사에 따르면, 유연탄 사용량은 매년 증가세다. 지난해 60여기의 석탄화력을 가동하면서 8983만 톤을 썼다. 2013년 6646만 톤, 2015년 7972만 톤 순으로 사용량이 증가해 왔다. 여기에 새로 진입한 민자 석탄화력과 산업단지 열병합도 적잖은 석탄을 때고 있다. 작년 기준 전체 전력 생산량(55만3530GWh)의 절반(23만6421GWh)가량을 공급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국내 유연탄 사용량은 아직 정점이 아니다. 2022년까지 대형 석탄화력 7기(7300MW)가 추가 건설된다. 같은기간 노후화로 문을 닫는 석탄화력은 1500MW 뿐이다(LNG 전환제외). 이 때문에 오는 2022년이면 설비용량 42GW, 발전량 비중은 50%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30년이 되어도 지금보다 3GW 더 많은 석탄화력이 가동된다. 현행 전력시장제도를 유지한다면 여전히 40% 이상을 석탄화력에 의존해야 한다. 정부가 환경급전 수단으로 제시한 발전연료 세제개편이나 미세먼지 제약발전 등은 미봉책이다. 이런 시책을 총동원해도 2030년 발전량 비중이 36%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석탄화력은 같은양의 전력을 생산하면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배출한다. 아무리 훌륭한 온실가스 감축대책을 세워도 절대량을 줄이지 않고선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하기 어렵다. 일부 노후석탄과 최신 LNG발전소의 급전순위를 바꾸는 '무늬만 환경급전'은 실효성이 없다. 매년 반복되는 미세먼지를 언제까지 중국탓만 할 순 없다. 

온실가스 초과배출량만큼 석탄화력 총량을 줄이는 게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다.

그런 맥락에서 내년에 수립될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의미는 크다. 상위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불투명하게 다룬 온실가스 감축방안과 전력믹스 재조정 방안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2033년까지 폐지될 석탄화력과 그 대체방안도 포함돼야 한다. 매년 남산 부피로 유연탄을 소비하면서 저절로 에너지전환이 실현되길 기대하는 건 모순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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