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량 성수기 진입에 태양광 발전량 가세
해저케이블과 기존 화력발전이 부하추종 운전
육상계통은 제주와 딴판…믹스조정 및 투자 필요

 
▲지난 22일 01~15시 기준 제주지역 전력수급 현황도. 남제주·제주기력이 최소 기저발전(must run) 역할을 하는 가운데 제1,2 연계선이 재생에너지(풍력+태양광) 출력변화에 추종해 전력수요를 감당했다. 정오 전후 재생에너지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그래픽-박미경 기자 pmk@e2news.com]
▲지난 22일 01~15시 기준 제주지역 전력수급 현황도. 남제주·제주기력이 최소 기저발전(must run) 역할을 하는 가운데 제1,2 연계선이 재생에너지(풍력+태양광) 출력변화에 추종해 전력수요를 감당했다. 정오 전후 재생에너지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그래픽-박미경 기자 pmk@e2news.com]

[이투뉴스] 제주도는 이미 에너지전환 시대다.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수요의 절반을 조달했다. 바람과 햇빛은 풍부하고 수요는 아직 피크시기가 아닌 최근 한낮에 한해서다.

전력계통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어 풍력발전 출력을 임의감발(curtailment)한 사례도 올해만 16회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제주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13.2%였다.

<이투뉴스>가 입수한 22일 제주지역 전력수급 현황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도(道)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30만91kWh로 전체수요(61만6032kWh의) 48.7%를 차지했다.

계량되지 않는 자급용 태양광 등을 감안하면 전체 사용량 절반을 재생에너지만으로 충당한 셈이다.

이달 현재 제주지역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440MW(44만kW)이다. 풍력이 273MW로 가장 많고 뒤이어 태양광 160MW, 바이오 6MW, 폐기물 2MW 등이다. 작년말 대비 태양광이 16MW 증가했다.

제주의 기록적인 재생에너지 비중은 계절적 요인이 크다.

통상 제주는 북서풍이 부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풍력발전 성수기다. 이날 새벽부터 일출 전까지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도 풍력발전기 몫이다. 비중도 적지 않아 전체수요의 20~40%를 공급했다.

상업·관광시설 업무가 시작되는 오전 8시를 넘기면서 전체 전력수요도 증가했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다. 일출 이후 전력생산을 시작한 태양광이 가세한 덕분이다.

시간대별 재생에너지 발전량(괄호안은 비중)은 오전 8시 17만3231kWh(28.5%), 9시 21만1956kWh(32.4%), 10시 25만8314kWh(40.5%), 11시 29만1420만kWh(46.2%) 순으로 증가하다가 정오에 30만91kWh(48.7%)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다시 줄기 시작해 오후 3시 22만7574kWh(36.5%)를 기록했다.

풍력·태양광이 선전하는 사이 육상과 연결된 연계선(HVDC 1, 2라인)은 재생에너지 및 전력수요 변화에 따라 공급량을 늘리거나 줄이는 역할을 했다. 22일 연계선을 통해 제주로 유입된 육상 전력은 10만~30만kWh로 가변적이다.

한전이 운영하는 해저연계선은 필요 시 육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최대 70만kW(1 연계선 30만, 2 연계선 40만)까지 가져올 수 있으나 고장 시 광역정전이 불가피해 용량의 절반만 운용한다.

주로 진도와 연결된 2 연계선(제주시 해안동 서제주변환소)에서 20만~25만kW를, 해남과 연결된 1연계선(제주시 삼양동 제주변환소)에서 10만~15만kW를 수전한다.

재생에너지와 연계선의 공백은 기존 화력발전소들이 채웠다.

이날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소재 남제주기력(중유발전) 1,2호기는 하루 종일 출력의 약 50%인 각각 5만5000kWh를 꾸준히 발전했다. 제주시 삼양동 제주기력 2,3호기도 각각 4만6000~4만7000kWh를 지속 공급했다.

현재 도내 화력설비는 남제주(20만kW), 한림복합(10만5000kW), 제주기력(내연 포함 28만5000kW), 제주LNG복합(24만kW) 등 모두 83만kW가 운영되고 있다. 이중 한림복합과 제주내연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감소하는 일몰 이후나 동·하계 피크시간대에 가동된다.

최근 완공된 제주LNG복합은 가스공사 LNG인수기지 준공지연으로 경유를 사용하면서 발전출력이 19만kW로 줄었다.

늘어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전력계통이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력거래소 제주지사에 의하면, 도내 풍력발전 출력제한(curtailment)은 2016년 6회, 지난해 16회, 올해 1~11월 현재 16회로 증가세다.

출력제한은 전력수요보다 발전량이 많아질 때 풍력 날개 각도 등을 조정해 임의로 출력을 낮추는 조치를 말한다. 한전은 제주지역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 등에 대응해 2020년까지 제3 해저케이블(HVDC)을 가설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연계선 건설은 프로젝트당 수천억원이 소요된다. 육상에서 가져오는 전력이나 향후 보내질 전력가격에 이런 비용이 당장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크게 높아진 제주서 전력수급과 계통운영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육상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제주는 해저연계선이 계통 주파수(60Hz)를 잡아주고 필요 시 부하를 빠르게 증감해 줘 HVDC 고장 이외에 아직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뿐이다. 

육상 재생에너지 비중을 제주 수준으로 높이려면 출력변동이 어려운 원전 등의 경직성 전원비중을 더 줄이면서 양수발전 등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크게 늘려야 한다. 

전력당국 한 관계자는 "계통운영 관점에서 제주와 육지는 같지 않다. 제주의 경우 연계선도 속응성이라 빠르고 전체 규모도 아직 작아 어느정도 모니터링이 가능한 수준"이라면서 "육상 비중을 20%까지 높이려면 전원비중 최적화, 예측시스템 및 전력계통 보강 등의 다양한 선제조치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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