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 양춘승] “돌멩이가 없어 석기시대가 끝난 것은 아니다”. 야마니(Ahmed Zaki Yamani) 사우디아라비아 전 석유상의  말이다. 이제 석탄 발전이 석기시대와 같은 길을 걷게 되는 운명에 처한 것 같다. 

세계 전력 생산의 40%,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46%를 차지하는 석탄 화력이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인식되면서 석탄 발전을 조속히 폐기하고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확산에 나서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2017년 출범한 ‘탈석탄 동맹(Powering Past Coal Alliance, PPCA)’에는 영국과 캐나다 정부를 비롯한 28개 중앙 정부, 충청남도를 포함한 19개 지방정부, Unilever를 포함한 28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필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RE100 서약에도 145개 세계 유수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석탄의 퇴조를 부추기고 있는 진짜 이유는 경제성이 급속히 떨어지고 시장이 이를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선 재생에너지 가격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미국 EIA가 발표한 MWh당 발전원별 발전단가(LCOE)를 보면, 석탄화력의 48.3달러에 비해 육상풍력은 37달러, 태양광은 46.5달러로 각각 나타나고 있다. 더 이상 석탄의 가격 경쟁력이 없는 것이다. 둘째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에서 합의한 대로 지구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보다 2℃ 이하로 안정화시키려면 2040년까지 매년 100GW 혹은 하루 한 개의 석탄화력 발전소를 폐쇄하여야 한다. 이런 인식이 확산된 결과인지는 모르나 2010년부터 2016년까지 Stoxx600 주가는 40% 올랐으나 전력산업 주가는 오히려 20% 떨어졌다. 석탄발전 기업의 54%가 이미 현금흐름에서 마이너스이고 2030년이 되면 이는 97%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결국 유럽과 중국의 경우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쇄하는 것이 220억유로와 3900억달러의 손실을 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셋째는 탄소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그 동안 10유로 이하이던 배출권 가격이 올해 3월 이후에는 20유로 안팎으로 상승하고 있고 이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화력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가격 하락,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 탄소 가격 상승 등의 요인으로 석탄산업의 경쟁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환경단체인 CERES는 엑손社에 대한 투자철회 운동을 주도하고 있고, 대기 중 온실가스를 350ppm 이하로 만들자는 기후변화 대응 민간기구인 350.org가 주도하는 ‘탈화석연료 운동(Fossil Free Campaign)’에도 현재 6조 2400억달러를 운용하는 985개 금융기관이 동참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10월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이 탈석탄 운동에 동참할 것을 선언했다.

3% 법칙이란 게 있다. 새로운 도전자가 3%의 시장 지분을 확보하면 기존 업체의 매출이 줄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가 3%의 시장 지분을 차지할 때 마차의 수가 줄기 시작했고, 영국에서 전등이 3%를 차지하자 가스등 수요가 줄어들었다.  디지털 카메라가 시장 지분의 3%를 차지할 때부터 코닥(Kodak)의 주가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 시장에서 재생에너지는 총 에너지 소비의 18.2%를 차지하고 있고, 지난 10년간 성장률은 1.6% 성장한 화석연료의 세배인 5.4%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은 이미 석탄의 어두운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기준 2조원 이상의 자금을 석탄화력에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 등 한국의 금융기관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지금이라도 적어도 세 수 앞 정도라도 제대로 보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양춘승 CDP 부위원장(karlcs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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