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1차 에너지인 석유와 가스를 전기로 대체하는 이른바 전력화 현상이 심각하다. 난방을 하는데 1차 에너지인 석유와 가스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석유와 가스를 원료로 해 더 많은 비용을 들인 전기가 애용되고 있는 것. 이유는 간단하다. 1차 에너지인 석유와 가스를 사용해 난방을 하는 것 보다는 전기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고 값도 싸기 때문이다. 김종갑 한국전력사장이 강조하듯이 콩으로 만든 두부값이 콩보다 싸기 때문에 일어난 웃지 못할 현상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10월 에너지수급 브리프에 따르면 상업 공공부문과 대형 건물의 전체 에너지소비량에서 전력이 약 60% 이상을 차지하는 전력화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보고서는 ‘2017년 에너지총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니 2016년 에너지 소비량은 1982만8000toe(석유환산톤, 1toe는 원유 1톤의 열량)로 전력 비중은 67.1%이며 3년 전인 2013년보다 1.3%포인트 증가했다.

전력비중은 1992년 33.3%에 불과했으나 2001년 56.3%로 오르는 등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난방 및 온수(급탕)용 에너지소비 중 석유 비중은 1992년 79.9%였으나 2001년 43.6%, 2016년 11.9%로 낮아졌다. 반면에 전력 비중은 1992년 0%에서 2001년 43.6%, 2016년 50.9%로 크게 늘고 있다.

2017년 에너지 총조사에 참여한 상업 및 공공부문 사업체 1만2400개중 전력을 사용하는 전기히트펌프(EHP)와 온풍기를 주력 난방설비로 이용한다고 응답한 사업체가 64.2%로 집계됐다. 당연히 난방용 총 에너지소비 중 천연가스 비중은 2013년 65.2%에서 2016년 60%로 감소했지만 전력 비중은 23.9%에서 28.3%로 증가했다.

전기를 사용한 냉난방은 다른 연료를 사용하는 설비에 비해 설치가 쉽고 이용이 편리함은 물론 값마저 저렴하기 때문에 전력화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겨울철 전력수요 증가와 함께 전력 피크를 높여 그만큼 부담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는 값싸고 편리한 것을 찾게 되어 있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따져보면 원료보다 싼 전기요금 체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자원배분을 왜곡함은 물론 당장은 나타나지 않지만 시간을 두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주름살은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시장 경제를 왜곡하는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정부는 가스 냉난방 설치를 지원한다고 말로는 강조하고 있으나 가스냉난방에 쓰이는 예산은 매년 70억원 수준이다. 수요는 많으나 지원은 쥐꼬리만 하니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못한다. 올해 국회에서 이런 전력화 현상을 막기 위해 가스 냉난방이 시급하다는 질타가 쏟아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스냉난방 보급정책 로드맵을 만드는 모양이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에너지공단이 공동으로 가스냉방 가동률 제고 및 보급 확대방안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 나름대로 결과가 나오겠지만 문제는 석유나 가스를 원료로 생산한 전기값이 원료보다 저렴한 모순이 계속되는 한 답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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