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때 임명된 임기제 정부 산하 단체장들에 대한 한나라당과 각부 장관들, 청와대의 잇단 사퇴 압박에 에너지공기업이 술렁이고 있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실명을 거론하면서까지 사퇴할 것을 요구하는 등 강도 높은 압력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지난 12일 “코드가 다른 사람들이 임기가 남았다고 해서 임기가 끝날 때까지 남아 있겠다고 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는 발언을 통해 기관장 스스로가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여기다 최근 한 언론에서 각 부처별 산하단체 가운데 사퇴 압박이 예상되는 일부 기관을 거론해 공공기관의 숨통을 죄고 있다.


특히 이 언론이 거론한 기관 가운데는 굵직굵직한 에너지공기업도 여러 곳 포함돼 있다. 공기업의 방만경영이나 코드 인사, 지나친 복지 등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것들도 많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최근 지식경제부는 에너지공기업을 필두로 한 해외자원개발협회를 설립했다.


이 협회는 황두열 석유공사 사장을 선두로 해 가스공사, 광진공, 전력공사 등 에너지관련 공기업 CEO 대부분이 주요 임직을 맡고 있다.


해외자원에 대한 각국의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늦게나마 정부, 기업 등이 하나로 뭉쳐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역량을 집중키로 한 협회가 이제 막 닻을 올리고 항해를 시작하려는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만약 정부가 에너지공기업 CEO에 대한 무분별한 사퇴를 촉구, CEO들이 대거 사퇴하게 될 경우 해외자원개발협회는 출범과 동시에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협회뿐 아니라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도 부합되지 않는다.


다른 부처 산하기관은 논외로 하더라도 에너지 공기업에서만큼은 해외자원개발이 무엇보다 시급한 현 시점을 감안해 성향이나 코드, 정치색보다는 CEO의 전문성과 경영평가 등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인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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