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용요구…국제무역규범으로 작용 가능성
국회 입법조사처, ‘RE100 캠페인 현황과 시사점’ 이슈 보고서 발간

[이투뉴스] 국제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의 영향으로 에너지다소비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글로벌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거래조건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민간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RE100 캠페인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이슈보고서를 통해 에너지전환을 위한 정부 노력뿐만 아니라 에너지다소비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등 민간 부문의 활동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입법조사처는 먼저 세계적으로 석유·석탄·원자력’ 등 기존의 전통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태양광·풍력·바이오매스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에너지전환 추세가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고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에너지 고갈 사태에 대비, 지속가능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현재 많은 국가들은 재생에너지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일정비율 이상의 발전량을 의무적으로 생산하도록 할당하는 방식(RPS) 등을 이용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에너지다소비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확대해 나가자는 글로벌 캠페인인 RE100을 활발하게 전개하는 등 민간부문에서도 동참하고 있다.

RE100 캠페인은 기업이 필요한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원을 사용하겠다는 자발적인 캠페인이다. 2014년 국제  비영리 환경단체인 기후그룹과 CDP가 연합해 ‘NYC Climate 2014(뉴욕시 기후주간)에서 첫 발을 내디뎠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해 스스로 생산하거나(자체 생산), 외부로부터 재생 전력을 구매(외부 구매)하는 방식을 선택 가능하다.

2014년 캠페인 시작 이후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 1월 기준으로 금융, IT,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 세계 122개 기업이 서명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41곳으로 가장 많았고, 영국이 25곳, 스위스 9곳 순이었다. 이들 기업이 사용하는 전체 전력량은 연간 158TWh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 중 3분의 1 가량인 51TWh 규모를 이미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RE100 캠페인의 시사점으로 세 가지를 지목했다.먼저 정부 및 공공기관 주도의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 있는 비용을 민간 기업들이 분담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발전사업에 지급되는 지원금의 재원이 공공재정뿐 아니라 민간기업 자본으로까지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RE100 캠페인이 재생에너지산업 규모를 크게 키우는 등 산업 성장 촉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발전사업자와의 전력구매계약, 대용량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충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과정에서 상당 규모의 자본금이 재생에너지 산업에 직접적으로 유입될 확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구글이 RE100 캠페인 참여를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로부터 구입한 전력량은 샌프란시스코 시의 연간 소비전력량에 맞먹는 규모(5.7TWh)인 것으로 나타났다.

입법조사처는 특히 RE100이 조만간 국제 무역규범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 주목했다. 참여하는 기업 수가 국제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볼 때 향후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가 해당 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 및 글로벌 이미지 등을 결정하는 국제 무역 규범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해외기업들이 우리나라 협력 업체 및 납품 업체에게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요구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기업이 국내 배터리 생산업체에게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제조한 부품을 납품하도록 요구했고, IT기업 역시 반도체 제조 시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 “향후 2년 이내에 국제 반도체 시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거래조건으로 내 걸 것이 확실시 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 이를 증명해줬다.

입법조사처는 이러한 흐름을 볼 때 국내 기업 역시 장기적으로 해외 거래 중단 및 글로벌 불매운동 등의 수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해외 기업들과 거래하거나 해외 소비자에게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량 확대 기조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제도를 조속히 마련하는 것은 물론 그 이후에도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력사용을 돕기 위한 정보공유 플랫폼 구축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 ▶기업 재생에너지 구매 상황 모니터링 및 애로사항에 대해 솔루션을 제공해 주는 전담기관 설립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박연수 산업경제조사실 입법조사관은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추세에서 에너지 다소비 민간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량 확대가 점점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접 구매할 수 없는 만큼 관련 제도를 하루 빨리 마련하는 등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