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정책 둘러싼 논란과 新에너지 패러다임

[이투뉴스] 올해는 에너지 패러다임이 변화의 급물살을 탄 한해였다. 탈원전·석탄을 주축으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에 드라이브가 걸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 분야별로 크고 작은 일이 끊이지 않았다.

이투뉴스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변화의 파고가 컸던 원전, 여전히 휘청거린 집단에너지사업, 태양광 가짜뉴스 등 보·혁 갈등 표면화 등을 올해 에너지 분야 10대 뉴스로 뽑았다. 해외자원개발은 광업공단 설립 등 새로운 탈출구 모색을 위한 움직임에 분주했고, LPG차 규제완화는 가시권에 들었으며, 10년 만에 폐기된 ‘클린디젤’ 정책도 10대 뉴스에 올랐다.

◆가속페달 에너지전환 정책 좌충우돌
에너지전환로드맵, 8차 전력수급계획, 재생에너지3020 이행계획 등으로 한껏 가속페달을 밟은 에너지전환 정책은 전통에너지 진영의 거센 반발에 밀려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유가 상승과 부실원전 대규모 정지에 따른 한전 경영악화가 현 정부 탈원전 때문이란 근거미약 주장이 횡행했고, ‘전기료 오를 일 없다’고 호언장담한 정부는 이어진 요금인상 불가피 논쟁에서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에너지전환 정책을 단순한 에너지믹스 전환으로 받아들인 정부와 컨트롤타워 역할은 방기한 채 여론동향에만 신경 쓴 청와대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 쟁점화시켜 시종일관 발목을 잡은 야당과 보수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전환의 시대, 송전망 확충계획은 갈지자
2017년부터 2031년까지의 송전·변전설비 신설 및 보강계획을 담은 제8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이 하반기 확정됐다. 사업비 26조4479억원 투입해 송전선로 1만2794c-km, 변전용량 16만9177MVA를 추가 확충하는 것이 목표다. 한전은 이 계획에 동해안 신규 발전력을 수도권으로 수송하는 500kV급 육상 초고압직류송전선로(HVDC)와 전남 강진~충북 옥천, 강진~경북 고령으로 연결되는 576km 추가 HVDC 건설안을 포함시켰다. 단거리 육상 HVDC 건설은 경제성 및 계통안정성 놓고 여전히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정부는 8차 전력수급계획과 후속 송변전설비계획을 수립하면서 달라질 송전망 여건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태양광 가짜뉴스 등 보·혁 갈등 표면화
“태양광패널에서 나온 납과 카드뮴 등 1급 발암물질이 저수지를 다 오염시킬 수도 있는 상황에서 수상태양광이 웬 말이냐” 야당 국회의원은 물론 방송과 뉴스에서 다양한 사례를 들어 수없이 등장했던 말이다. 하지만 미국의 한 대학생이 쓴 보고서가 갑자기 환경단체 이름으로 널리 퍼진 가짜뉴스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올 한해 우리나라는 에너지전환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둘러싼 수많은 갈등을 노출했다. 야당과 보수언론은 에너지전환과 재생에너지에 대해 반대목소리를 높였고, 시민·환경단체가 ‘원자력살리기’와 ‘정권때리기’라며 극렬하게 대립했다.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색을 띤 대립이 에너지 분야에 더 번져나가는 모양새다.

◆가시권 들어선 LPG차 규제완화
그동안 업종별 이해관계가 엇갈려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웠던 LPG자동차 사용제한 규제완화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올해 정기국회에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던 해당법안이 산업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뜻하지 않는 일로 상정되지 못했으나, 이미 의원 대부분이 동의하고 그동안 부정적 의향을 보였던 산업부도 찬성 입장으로 돌아서 대세는 기울어진 양상이다. 여기에 미세먼지 대책과 함께 소비자 선택권 차원에서 사용제한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의 뜻도 거세다. 시간의 문제일 뿐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유일한 LPG자동차 사용제한이 폐지돼 내년부터는 일반인 누구나 LPG차량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다.

◆ ESS·연료전지, 신산업 옥동자서 문제아로
박근혜 정부부터 ‘에너지신산업 옥동자’로 불리며 파격적인 정책지원을 받은 ESS(에너지저장장치)와 연료전지가 잇따른 화재·폭발사고와 설비결함으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우선 ESS의 경우 태양광과 연계 시 무려 5배의 REC(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를 지급하면서 설치붐이 일었고, 이 과정에 리튬배터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BMS(배터리관리시스템) 시스템 운영 등으로 작년부터 올해까지 대형 화재사고만 15건이 발생했다. 산업부가 뒤늦게 1300여개 전 사업장에 대한 안전진단에 들어갔으나 사후약방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연료전지 역시 산업부양 효과나 효율을 무시한 보급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경기그린에너지 등 일부 발전소는 사실상 파산 상태이고, 같은 설비를 보급한 수십개 사업도 같은 처지다.

◆모두가 피해자 ‘클린디젤’ 정책 폐기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되는 디젤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클린디젤’ 정책을 10년 만에 폐기했다. 저공해 경유차 인정기준이 없어지고 주차료·혼잡 통행료 감면 등 부여되던 인센티브도 폐지된다. 경유차량은 참여정부 시절 경유 승용차 판매가 허용된데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 이른바 ‘클린 디젤’이란 브랜드로 꽃을 피웠다. 하지만 2016년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가 터지고 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클린’하지 않은 디젤차와 ‘클리어’ 하지 않은 정책의 야합이라는 빨간딱지가 붙게 됐다. 정책을 믿고 디젤차 개발에 투자한 기업과 정제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한 정유업계, 경유차를 구입한 소비자 모두 피해자가 된 셈이다.

◆광물공사+광해공단 통합→광업공단 설립
해외자원개발이 난타를 당하면서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이 합쳐져 한국광업공단이라는 새 공기관으로 변신을 꾀하게 됐다. 탐사‧개발‧생산 등 자원개발 상류(업스트림)사업을 하고 있는 광물자원공사와 광해복구‧방지‧폐광지역지원 등 하류(다운스트림)사업을 하고 있는 광해관리공단을 통합해 전주기 광업 프로세스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해외자원개발 직접투자기능은 완전히 폐지하되 민간지원 기능은 더욱 강화된다. 통합이 가닥을 잡으면서 이제 가장 큰 문제는 양 기관을 어떻게 합치느냐다. 인위적으로 합치려니 인력구조조정부터 사옥 매각, 수장 선임 등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도시가스사 지주회사체제 전환 붐
도시가스사의 지주회사 전환이 발 빠르게 진행됐다. 성숙기에 들어선 산업 특성 상 지배구조를 다지면서 안정적 사업운영이 가능한 지주회사 전환은 매력적인 카드가 아닐 수 없다. SK E&S와 대성에너지에 이어 지난해 경동도시가스가 인적·물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에 이어 올해 4월에는 예스코가 단순·물적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다. 지난 10월에는 서울도시가스가 내년 4월부터 지주회사 전환을 공표했으나 최근 이를 철회하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책임경영과 함께 안정적 운영과 리스크 분산의 일석삼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난까지 적자…집단에너지 경영난 가중
집단에너지업계는 올해도 힘을 쓰지 못했다. 어렵다는 하소연조차 이제 듣기 싫을 정도다. 한국지역난방공사를 기준으로 한 열요금체계가 옥죄고 있는데다 3년째 이어진 연료비 정산으로 대다수 기업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 최고의 사업구조를 갖춘 한난조차 3분기에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산업부가 약속한 ‘친환경 분산전원에 대한 보상 강화’는 언제 이뤄질지 기약이 없다. 국가 전체적으로 에너지효율 개선을 시작으로 온실가스 및 환경오염 저감, 분산전원 효과 등 많은 편익을 제공하고 있지만 보상에는 관심이 없다.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같은 가시밭길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 REC가중치 조정…재생에너지 판도 변화
지난 6월 신재생에너지 REC가중치가 조정되면서 국내 재생에너지 사업에 큰 변화가 몰려왔다. 그동안 활발하게 전개되던 임야 태양광이 대폭 줄였으며, 바이오 혼소와 폐기물 분야 역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한 해상풍력은 가중치를 올렸다.
정부의 가중치 조정 이후 유예기간에 포함된 사업을 제외하고 바이오와 폐기물은 사실상 사업추진이 완전히 끊길 정도로 타격이 컸다. 임야태양광 역시 일부 대형 사업을 제외하고 이전에 비해 움츠러들었다는 평이다. 전체적으로 가중치를 내렸는데도 불구 유예기간 내 들어가기 위해 기업들이 사업추진을 서두르면서 신재생 보급실적은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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