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가동 및 건설설비 6685기 중 42% 수익 불투명

[이투뉴스] 전 세계 석탄화력발전소의 42%가 사실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파리 기후협약 목표에 따라 주요국이 석탄화력을 폐쇄하면 미국은 780억 달러, 중국은 3890억 달러, 유럽연합(EU)은 890억 달러를 각각 절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부 국가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화석연료 발전단가보다 저렴해지면서 석탄화력을 설자리가 갈수록 비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기후행동 금융씽크탱크인 카본 트랙커는 최근 이런 내용의 전 세계 석탄발전소 경제성 연구분석 결과를 내놓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보고서에서 카본 트랙커는 전 세계에서 가동중인 석탄화력 설비용량의 95%와 건설 중인 발전소 90%에 해당하는 6685기를 추적해 이중 42%의 수익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새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현존 석탄화력 35%를 운영하는 것보다 더 저렴하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특히 2030년에는 재생에너지 가격경쟁력이 현존 또는 계획 중인 석탄화력의 96%보다 높다는 전망을 내놨다. 

재생에너지보다 가격이 낮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 나머지 4%는 석탄자원이 저렴하고 풍부한데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책이 불확실한 러시아 소재 발전소들이다.

재생에너지 단가는 이미 미국 전역에 걸쳐 석탄보다 단가가 낮아졌다. 신규 풍력과 태양광발전소 건설 비용이 현존 석탄 화력발전소 운영비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 발전사 엑셀(Xcel)은 예정보다 일찍 석탄화력 발전소 문을 닫기로 했다. 재생에너지원과 배터리저장 시설 확대를 앞두고 폐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미 중서부 소재 미드어메리칸 발전사는 2020년까지 소비자 전기료 인상 없이 재생에너지 공급 100%를 달성하기 위해 발전원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디애나주 NIPSCO 발전사도 1.8GW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풍력과 태양광발전소로 교체하기로 했다. 

최근 워싱턴 DC 시위원회는 만장일치로 2032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100% 공급안을 채택했다. 정책 성공은 변화하는 에너지원의 경제성 변화에 달렸다.

미국 자산운용사 라자드(Lazard)는 최근 발표한 연례 균등화에너지비용(LCOE) 분석 보고서를 통해 태양광과 풍력 발전비용이 2009년 이래 각각 88%, 69% 하락했다고 밝혔다.

반면 석탄과 원자력 발전가는 각각 9%, 23%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보조금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일부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비용은 전통 에너지 기술의 한계 비용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사가 기존 석탄을 풍력과 태양광으로 교체했을 때 전기료를 더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미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역시 청정에너지 발전비가 앞으로 계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는 발전소 규모 태양광 비용은 산업 성장이 지속한다는 전제 하에 2050년께 60% 가량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NREL은 기술적 돌파구까지 마련될 경우 비용 하락은 2050년께 80%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유사하게 육상용 풍력발전 비용은 2050년까지 30% 하락하고, 기술 향상 시 최대 58~64%까지 낮아질 것으로 봤다. 라자드는 정부 보조금 없이도 육상풍력과 발전소 규모 태양광의 발전단가가 현존 화석연료 발전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한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라자드는 예상 수명에 따른 발전소 건설과 운영 전체 비용을 평가했으나 안전성 등은 계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라자드의 LCOE 분석자료에 따르면, 보조금을 받지 않는 신규 육상풍력 비용은 MWh당 29~56달러다. 보조금을 받을 경우 14~47달러까지 낮아진다.  

발전소 규모 신규 태양광은 보조금 없이 MWh당 36~44달러, 보조금을 받을 경우엔 32~41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존 석탄화력은 MWh당 27~45달러, 원자력발전소는 24~31달러가 소요된다. 

라자드는 기후변화로 인한 외부 비용을 고려했을 때 재생에너지원의 경제성은 더 상승한다고 강조했다. 극심한 기후 재난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 대기오염으로 인한 수명 단축과 같은 외부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지난 30년간 발생한 미국 서부 화재의 절반 가량이 기후변화로 일어났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20건의 대형 산불 중 15건은 2000년 이후 발생했다. 최근 북부 캘리포니아 산불은 기후 변화로 늘어난 외부 비용을 방증하고 있다. 이 산불 진압에 8820만 달러의 비용이 들었으며, 최소 88명의 인명 피해가 있었다. 전력사 PG&E는 300억 달러의 법적 책임 비용을 물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화석연료 이용에 따른 인간 수명 단축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각 지역마다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기준만큼 오염원이 줄어들 경우 인간의 평균 수명은 늘어난다.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평균 1년이 연장될 것으로 추산됐다. 

한편 카본 트랙커 보고서 저자들은 에너지전환 과정에 나타나는 석탄화력 발전소의 변곡점들을 꼽았다. 2025년 처음으로 재생에너지가 경제적으로 신규 석탄화력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했다. 호주와 중국, 인도를 포함한 일부 나라들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석탄을 앞서고 있다. 

신규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소가 현존 석탄화력 경제성을 앞지르는 두번째 변곡점은 석탄산업에 존재 자체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네덜란드는 석탄 금지법을 발표했다. 중국과 헝가리, 독일도 석탄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비량을 줄이거나 완전한 이용 금지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통해서다. 

에너지와 경제 재정 분석 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미국 석탄 발전소 폐쇄 용량은 15.4GW로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S&P는 미국이 올해 14.3GW를 폐쇄, 2015년 기록(14.7GW)을 좁은 차이로 깨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망치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미국내 석탄 발전소 퇴출 흐름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P는 올해 미국의 석탄 발전소 폐기 속도가 두 배 가량 빨라졌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많은 발전사들이 신규 석탄 발전량을 추가할 계획이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는 2030년까지 석탄화력 설비용량이 65GW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본 트랙커는 그즈음 미국 석탄화력의 100%가 재생에너지보다 값비싸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기후 변화에 대처하고 대기 오염원을 줄이기 위한 석탄 퇴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지만 석탄에 대한 압력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반하고 있다고 카본 트랙커 매튜 그레이 전력부문 최고 담당자는 지적했다. 

그는 “현재 시점에서 석탄의 하락은 경제성 때문”이라며 “저렴한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가격하락이 석탄 시대의 종말을 부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2021년 전후로 재생에너지 경제성이 석탄을 추월한다. 유럽연합에서는 이 시점이 내년이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1000GW 이상의 석탄화력을 운영하고 있거나 짓고 있다. EU는 155GW, 미국은 261GW의 석탄화력 발전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카본 트랙커는 석탄 퇴출로 지구 온난화 2도 상승을 막는다면 2670억 달러의 자산 지출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UN 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는 최소한 세계 석탄 화력 발전소의 59%가 2030년까지 문을 닫아야 지구 온난화 1.5도씨 상승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각 정부기관들은 관련 정책들을 마련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주범으로 비난 받던 석탄 발전이 가격 경쟁력까지 떨어지면서 퇴출이 가속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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