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이전 온수예열공법으로 시공한 사각덮개 내구성 저하
황창화 한난 사장 “무사안일한 업무처리 반성, 전면개혁 선언”

▲고양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사고 사고원인(추정)
▲고양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사고 사고원인(추정)

[이투뉴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고양 백석역 열수송관 누수사고는 2002년 이전에 온수예열공법으로 시공한 연결구간 용접부의 사각형 덮개 파열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난방용 열배관 누수는 매년 동절기마다 가끔 있었지만, 이번처럼 1명이 사망하고 55명이 다치는 대형사고는 사상 처음이다.

황창화 지역난방공사는 사장은 13일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을 찾아 유족 및 사고 피해자, 지역난방 고객에게 사과하고, 사고 수습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그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그동안 관행에 안주하고 무사안일한 업무처리에 젖어 있던 임직원의 의식 전반과 업무시스템을 환골탈태의 각오로 전면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한난은 모든 것을 원점(Zero-Base)에서 다시 시작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조직·인력·예산·매뉴얼·업무방식·의식 등을 대폭 개혁하겠다는 각오다. 더불어 충분한 개혁 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인적 쇄신 및 외부 전문가 참여를 확대하고, 객관성 담보를 위해 철저한 자체 감사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 외부기관에 감사청구도 할 계획임을 밝혔다.

◆열수송관 파열사고 원인은?
백석역 열수송관 사고 원인과 관련 지역난방공사는 ‘열수송관 구간 연결부 용접부위’가 내구성 저하 등의 원인으로 파열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난은 공사설립 이래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초유의 사고유형이라고 덧붙였다. 최종 사고원인은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조사가 끝난 후 나올 예정이다.

▲사고지점과 동일한 방식으로 시공된 열수송관 모습.
▲사고지점과 동일한 방식으로 시공된 열수송관 모습.

사고가 발생한 곳은 1991년 매설된 메인 열수송관의 연결구간 용접부위다. 정확하게는 ‘연결구간 용접부의 사각형 덮개(57cm×54cm)’가 파열돼 이곳으로 고압의 온수와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연결부위의 사각형 용접덮개는 2002년 이전에 쓰던 온수예열공법 때문이다.

중대형 열수송관은 110도 내외의 뜨거운 온수가 지나가는 만큼 쇠로 만든 배관의 경우 일정부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열배관에 미리 온수를 채워 늘린 상태에서 용접을 한다. 기차선로를 하나로 연결하지 않고 중간을 끊어 놓은 것과 같은 이치다. 사각형 덮개는 공사를 마친 배관의 차수막과 온수 등을 유출하기 위해 200미터 내외마다 뚫은 구멍을 다시 용접으로 덮기 위한 용도다.

2003년부터 시공한 열수송관에는 이러한 용접용 덮개가 별도로 없다. 온수예열공법에서 전기예열공법으로 공사방식이 바뀌면서 사각형 덮개가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연결구간 용접부는 현재 한난의 10개 지사 443개 지점에 남아 있다. 80% 가량이 수도권에 있다고 한다.
 

▲열수송관 예열방식 비교
▲열수송관 예열방식 비교

◆열배관 누수사고, 재발방지 대책은
한난은 내년 1월말까지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 및 후속 조치를 수립함과 동시에 안전관리 강화 등 종합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위해 공사가 활용 가능한 모든 인력과 예산을 총동원 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주민들의 불안감 해소와 잠재적 위험요소 제거를 위해 사고가 발생한 ‘열배관 연결부위 용접덮개’와 동일한 공법으로 시공된 443개소를 굴착, 동절기 안으로 전량 보수하거나 교체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난방 열배관의 균열로 스팀이 새고 있는 모습.
▲열배관 균열로 온수와 스팀이 새고 있는 모습.

아울러 1998년 이전에 설치해 20년 이상 사용된 열수송관(686km)의 경우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한 긴급점검을 완료했으며, 사고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부위 또는 구간이 발견된 경우에는 즉시 보수공사를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긴급점검 과정에서 발견된 5개 지점을 굴착한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었으며, 1개 지점만 미세누수로 배관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보수공사는 열공급 상황 및 작업여건 등을 고려해 메인 수송관부터 빠른 시일 내에 모든 지점을 굴착, 동절기까지 완료한다. 다만 굴착 후 용접부 상태점검 결과에 따라 보강공사 또는 열수송관 교체공사 여부를 판단해 내년 안에 모두 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한난은 긴급점검을 통해 이상징후가 나타난 부위나 구간에 대해서는 최신장비와 기법 등을 활용하여 정밀진단(∼1.12)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내년 1월말까지 종합적인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안전관리대책에는 안전관리 제도개선, 점검 및 진단 역량 강화, 지자체와 협력시스템 강화 등의 내용도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안전관리 종합대책이 마련되면 열수송관 유지보수 예산을 연간 200억원 수준에서 1000억원으로 늘리는 한편 조직 역시 전환 배치, 증원 협의 등을 통해 수행조직과 인력을 보강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관리분류가 ‘구간단위(Range)’로만 정해져 있어 보수·교체 대상 선정에 부적합하다는 점을 감안해 ‘구간단위와 지점(Spot)단위’를 병행 사용하기로 했다.

열수송관 점검과 진단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열수송관 관로점검 및 감시시스템 점검의 외주 인력과 업무를 금년 내 자회사로 전환(112명)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설립 후에는 전문 인력과 장비 확충을 통해 열수송관 안전관리 전문회사로 육성해 점검·감시 체계의 전문화와 내실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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