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환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전영환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전영환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전영환] 현재의 송배전망은 기존 대형발전기가 생산하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리나라 송전망은 어느 한쪽이 고장나더라도 정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2회선 환상망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국토면적 대비 송전설비 밀도는 발전소 밀도처럼 세계에 최고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면서 송전망 뿐 아니라 배전망 건설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대용량 단지 위주로 건설하게 되면 그만큼 필요한 송배전망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 송배전망 계획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예를 들어 새만금에 4GW용량의 태양광·풍력단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 나왔지만, 그에 대한 송전망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미 발전단지와 송전망이 포화된 서해안에 대규모 설비가 들어서면, 어떤 전원이든 송전망 추가증설은 불가피하며 이는 새로운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송전망을 건설하는 것은 분산전원으로서 재생에너지의 중요한 가치를 살리지 못할 뿐 아니라 국내 여건상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인버터를 기반으로 계통에 접속되는 태양광·풍력은 특정지역에 대단위 건설 시 계통 운영 중 발생하는 외란이나 사고에 대해 기존 발전기보다 취약하다. 이로 인해 전력계통 안정성을 악화시키고 정전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송전선 건설 측면 뿐 아니라 안정성 측면에서도 대형단지에 집중되는 것보다 분산전원 형태로 확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생에너지는 단위 용량이 작아 기본적으로 배전망에 분산되어 도입하는 것이 용이하다. 그러나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출력의 간헐성 때문에 송배전망 설비용량에 비해 이용률이 낮은 특성이 있으므로 재생에너지를 분산자원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노력해야 한다. 하나는 기존의 송배전망에서 재생에너지원을 경제적으로, 그리고 최대로 수용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유럽이나 일본에서 이미 스마트그리드 기술 개발의 목표로 설정이 되어 진행되고 있다. 둘째는 지역협동조합 형식의 발전 사업화 구상이다. 지역의 수용성을 높이고 설비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수급계획 측면에서도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입지와 용량이 불확실한 재생에너지 특성을 감안하면 앞으로 수급계획은 단순한 발전설비 계획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계통안정화와 송전망 계획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에너지 공급체계를 바꾸는 것은 장기비전을 갖고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마음을 급하게 먹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풍력, 태양광 건설은 가능한 한 전력소비지역 중심으로 하고, 대용량 단지는 앞으로 수명이 다하는 원전이나 석탄화력 인근에 설치해 기존 송전망을 최대로 활용하는 전략적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배전망은 지금보다 대폭 용량을 확충하되 안전성을 위해 수지형에서 환상망으로 고도화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따른 접속량 제어가 가능하도록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배전 형태로 발전돼야 한다. 우리가 10여년 전부터 추구한 스마트그리드는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위해 필요한 그리드(송배전망)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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