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개도국 격론 끝에 단일 세부지침 도출, 아직 갈 길 멀어

[이투뉴스]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개최된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가 2주간에 걸친 협상 끝에 15일 오후 11시경(폴란드 현지시각) 예정됐던 종료일을 하루 넘겨 폐막했다. 우여곡절 끝에 파리협정을 위한 단일 이행지침을 채택하긴 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이번 총회에는 197개 당사국을 포함해 기후변화 관련 연구기관, 산업계 및 시민단체 등에서 2만여 명이 참석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관계부처 공무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대표단이 참석했다.

2016년 제22차 총회에서 당사국들은 올해(COP24)까지 파리협정 이행지침(rulebook)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에 합의해야 할 이행지침은 파리협정을 실제 이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사항을 규율한 것으로 파리협정 못지않게 중요한 논의 대상이다.

파리협정에서 당사국은 5년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즉 국가결정기여(NDC) 만을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이행지침을 통해 감축목표 유형(BAU, 절대량, 집약도 방식)별로 포함되어야 할 구체적인 정보를 정해 개별 당사국이 해야 할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한다.

COP24에서는 총회 개최국인 폴란드가 주장한 공정한 전환(just transition)을 정상선언문에 반영됐다. 공정한 전환은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직인구 등 기후 취약계층을 사회적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적응, 감축 이행에 대한 투명성 확보, 개도국에 대한 재원 제공 및 기술이전 등 파리협정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 이행지침(rulebook)이 마련됐다.

세부 이행지침을 작성하는데 있어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입장차가 있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재 국가들의 의견이 반영돼 공통의 단일 지침을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파리협정의 모든 당사국은 각 국 여건을 반영한 감축 목표를 정하고 이행해야 하는 의무를 갖게 됐다.

이번 총회를 계기로 고위급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은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세부 지침이 마련될 COP24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자국이 실행하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대해 발언했다. 먼저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COP24에서 정치적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번이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강력한 합의를 촉구했다.

COP23 개최국인 독일은 COP24 개막 전인 11월 28일 녹색기후기금(GCF)에 향후 2년간 8.5억달러를 추가 공여할 것을 발표한 바 있다. GCF는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인천 송도에 설립한 국제기구다.

이외에 BBC 자연보호시리즈의 저자인 데이비드 에텐버러는 “전 세계인들의 메시지는 분명하며, 지도자들은 반드시 행동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정치지도자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한편 엘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미국, 러시아, 사우디가 IPCC 1.5℃ 특별 보고서를 지지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우리나라 대표단은 그간 선진국과 개도국 간 입장의 차이로 교착 상태에 빠져왔던 협상과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감축과 관련해선 국가 감축목표의 명료한 이해를 위해 필요한 유형별 상세 정보를 중재안으로 제시해 관철시켰다.

투명성에 대해선 선진국과 개도국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지침을 마련하되, 일부 자료수집 및 보고가 어려운 항목 등에 대해서는 개도국에게 적정한 유연성을 부여토록 하는 중재안도 제시했다. 더불어 기후재원에 관한 고위급 대화에 참여하여 녹색기후기금(GCF)의 재원 보충과정에서 기후변화에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이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수석대표)은 11일 고위급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 정부가 지난 7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정, 국내 감축분을 늘리는 등 후퇴 없이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고 있음을 역설했다. 장관급 대화에서도 1.5℃ 달성을 위한 야심찬 행동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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