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에너지전환, 국민이 주체이자 수혜자 돼야 성공"
[직격인터뷰] "에너지전환, 국민이 주체이자 수혜자 돼야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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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9.01.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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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초대 환경차관 지낸 안병옥 고려대 OJERI·환경생태공학부 특임교수
▲안병옥 전 환경부 차관
▲안병옥 전 환경부 차관

[이투뉴스] 정부 안에선 시민단체 출신이고, 직(職)을 마치니 전(前) 정무직공무원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환경부 차관을 지내고 지난 8월 물러난 안병옥(57) 전 차관 얘기다. 그의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란 은어)' 생활 1년 3개월은 짧지만 순탄치 않았다.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재활용 폐기물 대란이 터졌고, 퇴임 직전엔 흑산도 공항 건설 논란이 정점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무던히 말을 아꼈다. 차관은 개인 신념을 맘대로 얘기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했다. 부처 2인자란 제약도 있었을 터다. 

지난 13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오정에코리질리언스연구원(OJERI)에서 안 전 차관을 만났다. 발언이 한결 편해질 때가 됐다. 그는 새학기부터 기후변화정책학을 강의한다. 새 직함은 OJERI·환경생태공학부 특임교수다. 이 자리에서 안 전 차관은 “에너지전환은 에너지분야를 뛰어넘는 문제로 범부처가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한 준비를 해나가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라고 주지했다. 하지만 산업부조차 이 사안에 부처의 명을 걸지 않고 있고,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주체가 되어야 할 시민사회 역량은 아직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 공직에서 내려와 에너지분야 변화는 바라보니 어떤가

“사실 환경부서 에너지·기후변화 문제를 자세히 지켜 볼 기회가 없었다. 주로 국회를 중심으로 에너지논의가 어떻게 가고 있는지, 쟁점이 뭔지 파악하는 정도였다. 에너지전환과 관련해 굉장한 공방이 있었고,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비판이 많았다. 에너지전환이란 게 추진동력을 점점 키워가야 하는건데, 그렇게 하기가 참 어려운 상황으로 인식했다. 공직에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기회가 되는대로 목소리를 내야겠다 싶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나는 에너지 분야는 문외한”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또 목소리를 냈다 싶은 대목은 비보도를 요청했다.)

- 어려운 여건은 구체적으로 무얼 말하나

“몇 가지가 있다. 결국 사회적 논쟁이란 게 늘 있을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에너지전환을 둘러싼 여러 분야 쟁점과 반응, 그 과정에서의 합의점 도달이 굉장히 취약하다.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문제 제기 비중이 높아서다. 사실 언론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언론은 에너지전환에 대한 찬·반 입장에 서서 그에 맞는 기사를 생산한다. 그렇더라도 팩트기반이면 상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논란이 상당히 정치화 됐다. 그것이 첫 번째 어려움이다. 두 번째는 정부내 추진주체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에너지 주무부처는 당연히 산업통상자원부다. 그런데 산업부가 에너지전환을 부처의 운명을 걸 정도로 힘을 실어 추진하고 있느냐, 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더 적극적으로 해도 될텐데 싶더라. 산업부가 환경부에 비해 더 영향력이 있더라도 에너지전환 문제는 사실 에너지분야를 뛰어넘는 문제다. 산업부만이 아니라 범부처가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한 준비를 해나가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다. (그런데) 상당히 고립적으로 추진되는 느낌이다.” (안 전 차관은 뒤스부르크 에센대학교 생태연구소 연구원 지켜본 독일 에너지전환과 추진동력과 우리나라 그것의 차이가 크다고 했다)

- 특히 취약한 부분은 뭔가, 우리국민은 준비가 되어 있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민사회 역량이다. 정부 의지와 기업 준비만으론 안된다. 시민들이 에너지전환의 필요성 인식하고 그 주체가 돼야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아직이다.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겠지만. 여전히 우리 국민은 에너지는 누군가 공급하는 것이고 개인은 소비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수십년간 굳어져 왔다. 서서히 변하겠지만 아직 충분한 정도는 아닌 듯하다. 결국 시민사회가 동력이 되고, 에너저전환의 정치적 지지자가 되면서 전환에 성공하는 것인데, 아직 그 힘이 모아지는 속도가 더디고 불분명하다.”

- 부처내에서 장관은 아버지, 차관은 어머니로 비유된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지만, 비유를 다르게 하면 장관은 양떼를 몰 때 앞에서 이끄는 목동이고, 차관은 뒤에 가는 목동이다. 뒤에 가는 목동의 역할은 혹시 이탈하는 양이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정책도 다루지만 주로 리스크 관리다. 또 환경부도 사람이 모인 곳이니 이런저런 내부 민원과 챙겨야 할 요구들도 많다. 그에 비해 장관은 상징적인 대표다.”
 

"정부내 에너지전환 추진주체 불명확. 산업부는 부처의 운명을 걸 정도로 힘 실고 있나"


- 시민사회 진영에서 바라보던 환경부와 직접 겪은 환경부는 어떻게 달랐나

“바깥에 있을 땐 환경부가 의지를 갖고 무엇인가 추진을 하면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4대강 사업이나 여러 개발사업에서 환경부가 왜 저럴까, 그야말로 의지박약으로 봤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의지만큼 중요한 것이 다른 부처의 협력을 끌어 낼 수 있느냐다. 어찌보면 부처간의 리더십, 정부내 리더십의 문제다. 그게 없이는 아무리 의지가 있어도 할 수 없는 영역이 더 많다. 굳이 수치로 얘기하자면 80% 정도가 그렇다. 타 부처를 끌어낼 수 있는 실력과 정부내 리더십이 중요하다. 과거 정부서 환경에 부담을 주는 결정이 내려질 때 환경부가 목소리를 내지 못했거나 미온적으로 한 건 그런데서 비롯된 것이 많다. 특히 환경부는 타부처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직원들과는 크게 이질감을 느낀 것이 없다. 다만 오랫동안 시민사회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장기간 공무원 생활을 한 분들과 감각적으로 다를 수 있겠다는 건 몇 가지 있다. 일례로 시민사회는 보도자료 배포 시 어떤 내용을 담으면 언론이 중요하게 여기가 다룰지 발달돼 있는데 행정조직은 열심히 하는 것 대비 국민과의 소통방식에서 좀 올드하다. 또 새로운 정책을 디자인하고, 그걸 환경분야 담론이나 국가담론으로 만들어 나가기보다 돌발적으로 터지는 현안대응에 굉장히 벅차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대신 어떤 문제가 제시되거나 요구가 있을 때 현안을 분석 정리하는 능력은 뛰어나다. 그런 우수함이 과거의 일하는 방식과 관행에 묶여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 아쉽다."

- 최근 칼럼에서 에너지전환에 대한 소모적 공방보다 전환의 속도를 논하자고 했다. 에너지전환의 방향이나 논의구조는 문제가 없다고 보나

“문제가 있다. 아니 문제가 있다기보다 부족한 면이 많다. 에너지전환은 단순히 에너지정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회전환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에너지전환을 반대하는 측의 문제도 있고, 찬성하고 추진하는 쪽의 역량결집과 그걸 통해 밀고 나가는 측면의 아쉬움이 같이 있다.”

- 전환 추진속도를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고 보나

“꼭 속도를 높이자는 뜻은 아니다. 그 칼럼은 야당을 향한 일종의 고언이다. 에너지전환의 정당성에 대해 끊임없이, 심지어 가짜뉴스 수준으로 공격을 가하고 있는데 사실 전환은 세계적 흐름이다. 그 흐름에 몸을 담그느냐, 거슬러 헤엄치느냐는 국가별 자유지만 적응 못하면 결국 낙오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에너지전환의 정당성이나 방향에 대해서 계속 소모적인 논쟁을 하기보다 속도를 얘기하자는 거다. 예를 들면 2050년 원자력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는 게 좋을지. 시민사회처럼 너무 느리다 할 수 있고, 다른 쪽은 너무 빠르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부분을 논의해야 생산적 결과가 나오지 않겠냐는 거다.”

- 에너지전환의 필수 성공요건은 무엇인가

“독일 사례를 참고했을 때 특히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시민참여를 어떻게 확대할 것이냐의 문제다. 시민들이 주체가 되고 에너지전환의 수혜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전환 통해 시민들이 경제적 부분에 있어서도 이득을 주어져야 정치적으로 지지하게 된다. 그런 측면은 에너지협동조합이 늘어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독일은 신재생 설비투자의 절반을 시민들이 한다. 직접소유도 있고 펀드도 많다. 그 정도 참여가 있으면 어떤 정당이 집권을 해도 되돌리지 못한다.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두 번째, 산업화도 미진하다. 에너지전환이 산업 측면에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신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도입함으로써 에너지효율이나 재생에너지 분야서 가시적 성과가 나와 기업 경영측면에서 확인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잘 안 보인다. 소위 플래그십(Flagship), 누구에게나 멀리서도 보이는 깃발과 같은 프로젝트가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들에게 부각되는 건 새만금 태양광 같은 거다. 그런 부분만 너무 단편적으로 부각되면 에너지전환의 본질이 무엇이냐 하는 부분이 충분히 사회적으로 논의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산업부문 혁신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핵심이 될 수 있는 에너지전환에 관한 논의가 잘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 재임 중 본인은 충분히 목소리를 냈나

“정무직 공직자가 된 이상 현실적으로 시민사회처럼 (목소리를)낼 순 없었다.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아마 하루도 버터지 못했을 거다. (정부는)완전히 다른 판이다. 사실 그곳에서 가장 답답했던 건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생각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다. 환경부 직원을 대표하고, 부처를 대표하고, 때로 정부를 대표하므로 개인 신념이나 생각을 마음대로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 재생에너지 확대가 생태 등 환경적 가치와 충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환경 훼손사례가 있는 건 사실이다. 풍력의 경우 주민갈등은 오래된 사안이다. 그러나 에너지전환을 해나가는 과정에 반드시 경험할 수밖에 없는, 거칠 수밖에 없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태양광과 산림훼손은 그린(Green)대 그린의 충돌이자 갈등이다. 그래서 이론적으로 에너지전환은 수익성뿐만 아니라 에너지시민성과 에너지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한다. 에너지시민성이란 재생에너지를 하는 분들이 단순히 수익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감당해야 할 책임도 같이 인식한다는 거다. 만약 재생에너지를 추진하는 쪽에서 책임성을 생각한다면, 산림훼손은 정당성 측면에서 용인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물론 산림훼손이 전체로 보면 많지 않고 부각된 측면도 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의 정당성 확보 측면에서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원칙을 세우고 그걸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우리 국토여건 봤을 때 태양광은 건물 위나 도심 주차장, 수상, 버려진 농지, 폐염전, 간척 불모지 등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용성을 높이려면 에너지기업들이 주민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모델을 자꾸 만들고, 근거 없는 괴담들은 국가기관이 명확히 분석해 정리해 줘야 한다. 재생에너지 갈등해결센터 같은 조직도 필요하다.”

 

- 재임 중 온실가스 로드맵 수정 보완작업 등 굵직한 현안이 마무리 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시민단체에 있을 때 박근혜 정부가 만든 로드맵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첫째는 2015년 발표한 국가감축목표를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에 대한 것이었다.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건 거의 10년 간격에도 2020년 목표와 비교해 목표배출량이 거의 같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4~5년간 노력도 해보지 않고 목표를 폐기하는 것에 대해 문제인식이 있었다. 두 번째는 늘 주장해 왔지만 BAU방식의 목표설정이다. 기업은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가장 견디기 어렵다고 한다. 좀 적극적으로 가더라도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간다면 기업들은 모두 준비를 하는데 왔다갔다 한다는 거다. BAU 감축목표가 그렇다. 어느 시점에 BAU를 산정하느냐에 따라 고무줄이다. 물론 의사결정을 하고 UN에 감축목표 제출해야 하므로 절대치로 했을 때의 부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탄력적으로 대응하려 그랬을 거다.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우리가 해야 할 몫, 우리 숙제를 잘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상대목표가 있어선 안된다. 그걸 절대목표로 가져가려 노력했다. 이번에 로드맵 수정 보완할 때 감축목표는 이미 2016년 목표까지 통계가 나와 있는 상황이라 그런 관점에서 2030년 목표는 결코 약하지 않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문제는 아무런 방안도 없이 11.3%를 해외에서 하겠다는 거였다. 그래서 방향을 BAU는 절대목표로 바꾸고, 해외감축은 최대한 국내로 돌려야 국제사회서 최악의 평가를 받는 건 피할 수 있다고 봤다. 물론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산업부와 이견도 컸고, 11.3%를 조금도 국내감축으로 돌리지 못할 뻔 했다. 그래도 환경부가 버티고 설득해서 지금 수준이 됐다. 물론 부처간 합의가 안된 전력부문 2300만톤은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다루는 것으로 미뤘다. 어떻게 될지 지켜볼 사안이다. 전환이란 완전히 방향을 바꾸는 거다. 우리가 가는 길에 문제가 있으므로 방향을 빨리 바꾸면 좋지만, 너무 빨리 돌면 차가 전복될 수 있고 너무 느리게 가면 신호가 바뀌어 마주오는 차와 부딪힌다. 속도관점에선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본다.”

- 온실가스나 에너지효율 문제를 에너지가격 등 정공법을 넘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마찬가지 생각이다. 하지만 정부에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고민이 어디에 있는지 조금 더 자주 접했던 사람으로서 보면 쉬운 일은 아니다. 왜냐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 다른쪽 반발이 크다보니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했었고, 그런 발언들이 기정사실화 됐다. 그러다보니 전기요금을 포함해 에너지가격 논의가 좀 지체됐던 면이 없지 않다. 다만 가스와 석탄 상대가격 조정은 급전변화까지는 못 가더라도 상당히 획기적인 성과라고 본다. 환경부 내부서 잠정 분석한 결과로는 석탄과 가스의 급전순위 역전은 배출권 가격이 톤당 6만원은 되어야 가능하다. 사회적 비용이나 환경비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을 최대한 반영해도 가격 역전은 상당히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어찌됐든 상대가격 조정은 이번 정부에서 큰 걸음을 내딛은 것으로 높이 평가한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정부가 무엇을 했느냐고 하지만, 조금 긴 기간을 놓고 보면 분명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 봄철 노후화력 가동중단은 어차피 전력 비수기라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2017년에 한달, 올해(2018년)는 3개월간 중단했는데, 그런 방식보다는 에너지믹스 관점에서 탄력적으로 시행해야 더 효율적이다. 어느 시기에 중단한다기보다 시기에 구애됨 없이 예비율이 높아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고 미세먼지 농도가 일정수준 이상이라면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향의 상시적 의사결정 체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환경부가 광야에서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산업부가 수용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전력공급에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민감하게 걱정하는 걸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국민의 생명권과 연관돼 있고, 모든 여론조사에서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그 부분을 산업부가 약간 리스크테이킹(risk taking) 하더라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안 전 차관은 산업부와 환경부의 견해차가 불가피하지만, 과거처럼 양부처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일은 정부내에서 용납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 시민단체 시절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필요하고 했다. 지금도 생각에 변함이 없나. 어떤 형태가 바람직한가

“현 정부 출범전에도 기후에너지부가 필요하다 주장했고, 지금도 그렇다. 단, 정부조직 개편은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다. 기후와 에너지가 한 묶음이란 건 명백한데, 국민입장에선 대기(大氣)도 중요하다. 세 가지가 하나로 긴밀히 연관된 문제다.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현행 환경부가 산업부 에너지부문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런데 물(국토부 수자원)을 가져오면서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별도로 새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개인적으론 에너지와 기후, 대기 등 이들의 각각 위상만으로도 충분히 하나의 새 부처가 된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대기가 전통적인 환경부 업무라는 것이다. 그건 어느나라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대기를 환경부에서 떼어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가칭 기후에너지부에서 대기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느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가령 환경부는 국민 건강과 직접 연관되는 대기분야를 다루고, 기후에너지부는 에너지 분야 대기를 다룬다든지 좀 더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에너지, 기후, 대기 등 묶어 기후에너지부 설립할 필요"  


- 환경관료들의 투사기질은 인정하지만, 산업화 개념은 여전히 부족하다. 환경도 유망산업 중 하나 아닌가

“동감한다. 부족하다. 나 자신조차 부족하다. 그건 두 가지 때문일거다. 우선 환경부가 존재의의를 확인하고 조직을 확장시켜 왔던 과정은 페놀유출사건 등 늘 대형 환경사건을 통해서였다. 그래서 기본적인 마인드 세팅이 규제로 돼 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규제를 중심으로 하되 일자리라든지 국민입장에서 중요해지는 부분들과 환경문제를 연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앞서 환경부 울타리 안의 것이 20%, 다른 부처와 협업해야 할 일이 80%라고 했는데 마찬가지다. 규제업무를 중심으로 수행하면서 그 울타리에 갇혀있는 게 아니라 나머지 80% 부분과 연결시켜 산업과 일자리도 만들고 환경분야의 경제적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우리 정부에서는 물론이고 국가적 환경위상을 높이는 방법이다. 환경만 잘한다고 그 위상이 높아지지 않는다. 다른 분야와 소통하고 협업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때로는 몸을 실어 끌고 가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경험이 부족하다. 바깥이 약한거다. 이걸 금방 바꾸기는 어렵다. 정무직은 오랫동안 할 수 없기에 여러 장관들이 오셔서 환경경제 부분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지속 고민해야 한다. 선진국은 혁신성장에 있어 에너지와 환경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위 코베니핏(cobenifit) 문제다. 어떤 정책을 추진했을 때 어느 한쪽의 장점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다른분야가 동시에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그런 고리를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 사실 환경·에너지도 경제나 복지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지금의 환경부 조직 편제를 보면 그런 접근이 상당히 취약하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환경산업과가 있지만 진짜 선두들이 나서야 한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 적폐라는 표현을 대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소위 환경부내 적폐 관료는 없었나

“내가 생각하는 적폐 공무원은 누가 보더라도 자신의 권한을 활용해 특정한 정치적 이익이나 개인적 사익을 취한 사람이다. 그 관점으로 보면 이미 책임질만한 이들은 모두 퇴임했다. 일부서 4대강 사업 관련해 당시 과장들도 책임을 물려야 한다고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당시) 장·차관이 책임질 문제다. 기본적으로 정치적으로 출발한 일은 책임의 선이 장·차관까지다. 당시 국장급은 모두 퇴임한 상태고, 남아있는 이들 중 과거 정폐와 관련된 이들은 없다고 본다. 상당수는 과거 환경부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다시 그렇게 가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당시 4대강 추진본부에 간 사람들이 조금씩 불이익을 받았는데, 자원했으면 모를까 발령을 낸 사람이 문제이지 그걸 거부하면 공무원 생활은 바로 끝났을 거다. 어느 정도의 인사상 불이익은 몰라도 모두 적폐로 모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훗날 다른 정부가 온다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우려도 높다.”

- 흑산도 공항 논란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의 지대한 관심사이고,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도 했다. 논의과정에 미진한 부분은 없었나 (안 전 차관은 지난 7월 열린 위원회에서 한차례 심의를 보류시켰다)

“환경부는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부처다. 가능하면 국립공원을 지키려 한다. 누가 맡더라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정부 의사결정은 환경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추진 주체가 국토부 산하기관인 서울항공청이다. 정부내 한쪽은 추진하려는 쪽이고, 다른쪽은 그걸 심의하는 쪽이니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없다면 이상한거다. 그렇게 부처간 이견이 있고, 처지가 다른 문제에 있어 중요한 건 두 가지다. 첫째는 절차가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절차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쪽이 승복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논의가 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어느 쪽에서든 부당한 외압이 없어야 하며, 있더라도 배제한 상태에서 논의가 돼야 한다. 두 가지가 충족돼야 합리적 결론을 낼 수 있다. 내가 한번 (심의를)연기시켰을 때 다른 정책적 고려는 없었다. 국립공원 위원들이 여러 쟁점이 있는 사안에 대해 충분히 확인하고 확인된 자료로 자신의 의사결정 방향을 정할 정도로 정보가 충분치 않았다고 봤다. 특히 안전문제는 팩트에 해당되는 문제여서 조금 더 자료를 모으면 확인이 가능하다. 아무리 목적이 좋은 사업이라도 항공기 안전에 문제가 있으면 못하는 것 아닌가. 그런 걸 충분히 확인하기 위해 분야별 전문가를 모아 토론도 하고 그 과정에 위원들이 참여해 어떤 방향을 정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환경부가 직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라면 장·차관 소신에 따라 결정하면 그만이지만 그게 아니다. 국립공원위원회에도 분명 정부위원과 민간위원이 다수 있다. 다른 부처내에서도 공정한 절차가 되어야 하고, 자료제공도 어느 한쪽의 주장만 제공만 한다거나 하면 당장 문제가 된다. 형식적 절차를 잘 관리해 나가면서 국립공원위원들이 합리적이고 양심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위원장과 환경부 역할이다.”

- 차관 교체시기와 맞물려 공항건설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의심을 샀는데

“흑산도 공항은 환경부 차관 한사람 바꾼다고 바뀔 사안이 아니다. 누군가 만약 그런 생각을 했다면, 그걸 비밀로 지속하기 어려웠을거다. 흑산공항을 건설하려고 차관을 교체한다는 등 그런수준으로 문 정부를 보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 인사 배경은 누구도 모르겠지만 장관이 교체되면 두 번째 차관은 직업공무원이 당연히 맡게 될 것으로 봤다. 그런 맥락으로 이해한다. (실제 김은경 장관 후임으로 검토된 후보자는 외부 출신이다.)

- 장수(長壽) 차관이 드물긴 하지만, 임기가 짧다면 짧다. 아쉬운 부분은

“환경부가 굵직굵직한 정책을 좀 많이 발표했으면 했는데 잘 안됐다. 예를 들어 유럽처럼 화석연료 자동차 제로화 시기를 발표한다든지. 우리도 자체 검토해보고 자동차 제작사들과 의견을 교환해보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정책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다. 가령 무공해차와 저공해차 의무판매제를 통해 최소 2040년부터 신차는 모두 친환경차로 한다든지 그런 조금 높은 단위 아젠다를 만들지 못한 것이 아쉽다. 또 화학물질도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촉발돼 여전히 심각한데, 예를 들면 ‘2050년부터는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발표하는 게 의미가 있다. 장기적으로 가야할 길을 과감하게 정하고 목표를 위해 30년간 정부와 사회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같이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환경부는 때로 논란의 중심에 서야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마 그게 직업공무원들과 바깥사람의 차이일 거다. 직업공무원들은 그런 것보다는 현안해결에 더 관심이 있다. 뭐가 옳다는 문제라기보다 양자가 같이 가야한다. 너무 단기 현안에 매몰돼 환경부가 장기적 국가비전을 제시하는데 소극적이다보니 정부내 위상도 잘 보이지 않는 결과가 초래됐다. 물론 하나의 예다. 장관이라면 자기구상을 관철 시킬 수 있었겠지만 차관은 그런 자리는 아니다. 장관이 가는 부분에 대해 리스크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그런 역할이다. 이런 생각을 환경부에 관철시킬 시간이나 조건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게 아쉽다.” (안 전 차관은 인터뷰 이후 김은경 장관과 워낙 활동영역이 달라 시민사회 출신 두사람이 시너지를 내지 못했고, 그 부분에 대해선 자신의 책임도 있다고 했다.)

- 우리 국민은 유독 현세적이다. 기후변화는 곧 다가올 미래이자 이미 닥친 현실임에도 그렇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 사이에 경구처럼 통하는 말이 있다. 노동은 먹고사는 문제이지만, 환경은 죽고사는 문제란 말이다. 달리 말하면 경제는 먹고사는 문제요, 환경은 생사가 달린 문제다.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는 얘기라 요즘 많이 인용한다. 국민 의식조사를 해보면 기후변화 문제를 포함해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와 관심은 결코 적지 않다. 우리 국민 수준이 그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환경문제나 기후변화 문제의 특성은 당장 나의 이해관계와 이 문제가 직결돼 있다고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은 밀접히 연결돼 있다. 하루하루 생활을 영위하는 분들 입장에선, 이게 과연 내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문제인가 끊임없이 의심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있다. 그럴 때마다 제가 드리는 말씀은 충분히 누구나 그런 조건에 있는 건 이해하지만 한발짝만 더 나아가 생각할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거다. 환경을 지킨다는 게 단순히 누군가를 위해, 지구 전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란 걸 증명하는 사례는 많다. 나와 내가족의 건강에 무엇이 도움이 될까 생각하면서 그 방향으로 실천하면, 그게 지구를 구하는 길이다. 환경문제를 거창하거나 불편하거나 내가 큰 부담을 지는 문제로 생각하기보다 상식에 기반해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한 작은 실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결론은 환경문제를 너무 부담으로 생각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즐겁고, 행복해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 나가야할 문제로 인식해 주셨으면 한다.”

- 앞으로 계획은? 다시 정부가 직을 맡기면 나설 생각인가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 10년간 어떤 문제에 좀 더 중점을 둘까 고민 중이다. 남북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미지수지만 남북 환경·에너지 공동체, 그런 것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가 현재 관심사다. 예전에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만둘 때도 3개월을 고민해 기후변화행동연구소를 만들었고, 거기서 7~8년을 활동했다. 돌아보면 나는 다른 분들이 잘하고 있는 일은 하지 않았다. 뭔가 비어있고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채워지지 않은 부분의 역할을 찾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부 일이라면 환경에 도움이 되고 개인소신에 맞는 일이라면 거부할 일이 있겠나. 이미 전력이 있는데. (웃음) 하지만 그동안 뭘 해야겠다고 목표를 세우고 그렇게 살진 않았다. 차관 발탁될 때도 스스로 의외로 생각할 정도였다. 앞으로도 비슷할거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안병옥. He is … ] 1963년 순천에서 태어나 순천고와 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했다. 독일 뒤스부르크 에센대에서 응용생태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동 대학 생태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했다. 반공해 운동으로 환경운동에 뛰어든 1세대 활동가다. 시민환경연구소장, 에너지시민연대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등을 지낸 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대응을 중점으로 다루는 기후변화행동연구소를 설립·운영했다.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실행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작년 6월 16대 환경부 차관으로 발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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