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에너지 지원 불고 재생에너지 자체 약진

[이투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화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독립에 박차를 가했다. 셰일혁명으로 작년 9월 미국 산유량은 하루 평균 1162만 배럴로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1100만 배럴)를 제치기도 했다. 트럼프는 또 멕시코만 연안의 석유 시추를 허용하기 위해 국유지를 경매에 부쳤고, 북극 인근 국립 야생동물보호구역의 시추를 허용하는 등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질주했다. 

올해도 에너지 분야, 특히 석유가스 산업에서 그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움직이는 그의 환경 정책은 자국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에너지독립이 가능해지자 이익이 적은 무역에서 손을 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시시각각 드러내고 있다. 중국산 모듈 관세 부과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미국 태양광산업은 저탄소 에너지원이자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세계적 흐름과는 상관없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겪어야만 했다.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폭탄으로 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의 환경 정책을 완전히 뒤엎는데 사력을 다했다.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그의 무관심도 문제가 되고 있다. 비경제적인 석탄화력발전소 지원, 천연가스 관련 메탄 배출에 대한 안일한 대응 등 그의 태도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트럼트에 날개 달아준 ‘셰일혁명’ 

셰일가스 혁명은 미국 경제와 환경에 커다란 혜택을 제공했다. 전력원을 석탄 대신 천연가스로 전환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5년 대비 18% 가량 낮아졌다.

셰일가스와 그 부산물은 애팔라치아 등 미국 일부지역의 경제를 살리고 있다. 2018년 유티카와 마르셀루스 셰일 분지는 2040년까지 미국 천연가스 생산의 37%를 공급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은 유전이 많은 걸프만보다 투자 최적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IHS Markit>은 오하이오 주와 펜실베니아 주, 웨스트 버지니아 주로 구성된 지역들이 셰일가스 생산으로 상당한 재정적 이득을 취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그러나 셰일가스 생산 확대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다. 셰일가스 탐험 시 이산화탄소 보다 열을 가두는데 80배 더 강력한 메탄 누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셰일가스는 미국 전체 가스 생산량의 5%만을 차지했으나 현재 60%를 차지할 정도로 공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사이언스> 학술지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원유와 가스산업은 연간 1300만 메트릭톤의 메탄을 배출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는 미 환경보호청(EPA)의 추산치보다 60% 더 많다.  현존 운영시설의 누출률은 2.3%로  이 또한 EPA 1.4% 추산치보다 높다. 메탄가스 누출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정부 EPA는 석유와 가스회사들이 공유지에서 프랙킹 기술 사용 시 메탄 누출을 찾고 수습할 수 있는 시간을 되레 늘려줬다. 

◆원전운영 연장으로 탄소저감?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원전운영 연장을 통해 탄소 배출을 저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 99개 원자력 발전소들이 미국 전력의 20%를 공급하고 있다. 이 원전들은 탄소 제로 발전원의 56%에 해당한다. 원자력 산업계는 원전 운영비가 2012년 대비 19% 하락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6개 원전이 문을 닫았다.

안전 문제와 저렴한 천연가스 발전과 경쟁할 수 없게 되면서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폐쇄됐다. 이런 환경 속에서 뉴저지 주는 PSEG의 살렘과 호프 크릭 원자력 발전소 운영을 유지하기 위한 법을 최근 통과시켰다. 이들은 도미니언 원전을 연장시킨 코네티컷의 사례를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오하이오 주와 미네소타 주도 퍼스트 에너지와 엑셀 에너지의 원자력 시설 연장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일리조이 주와 뉴욕 주에 있는 엑셀론과 엔터지가 소유한 원자력 발전시설의 운영 연장을 위한 법을 제정했다. 

◆자동차 효율은 ‘역주행’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당시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고효율 자동차를 만들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제조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변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역행하는 것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갤런당 35마일(mpg) 주행거리를 54.5마일로 높일 것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를 뒤엎고 2025년까지 37mpg으로 효율 기준을 대폭 낮췄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자동차 효율 기준이 새차 가격에 단 돈 몇백불만 추가할 뿐이며 이는 소비자들의 새차 구매에 방해 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문제를 두고 9개 주정부들과 캘리포니아 주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모델 상업화에 스스로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와 폭스바겐, 닛산, BMW, 메르세데스-벤츠,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도요타 등 최소 13개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브랜드 출시를 준비중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전기차는 현재 전체 자동차 시장의 1.6%만을 차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2025년께 6%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배터리 산업 본격화하나

전문가들은 전기차용 배터리 산업이 2027년께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발전소용 배터리 산업은 지난해 큰 성장을 경험했다.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가 발전의 60%를 차지하면서 발전사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공급 목표량을 세운 엑셀에너지는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엑셀 에너지는 에너지저장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지난해 모두 430개의 입찰을 따냈다. 미국 에너지저장 모니터지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2013년과 2017년 사이 1000MWh 배터리가 설치됐는데, 2018년 한 해에만 1200MWh 이상이 설치됐다고 밝혔다. 2017년 설치량은 431MWh였다. 

◆ ’관세’ 재생에너지에 찬물

세계 재생에너지 산업은 에너지믹스 가운데 가장 전망이 밝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는 2050년께 풍력과 태양광 전력이 세계 에너지 믹스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가격 하락을 주도하며, 에너지 저장 용량에 대한 투자(5480억 달러)에 도움을 주고 있다. 가격은 2009년 대비 67% 가량 하락했다. 발전소 규모 태양광은 같은 기간 86% 하락했다. 

BNEF는 2018년 보고서에서 “1970년대 이래 화석연료는 세계 전력 믹스의 60~70%를 차지했다. 50년 넘게 유지되어온 이 상태는 끝나가고 있다. 저렴한 재생에너지와 배터리가 전력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적 흐름은 재생에너지로 향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해 3월 “중국의 불공정 무역으로 국내 산업이 망가지고 있다”며 중국산 태양광 수입품에 관세 폭탄을 부과해 태양광 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중국은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놨다. 양국은 이달 재협상하기로 했지만 갈등이 어떻게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지원에도 석탄산업 미래 암울 

트럼프 대통령은 석탄 산업의 부흥을 약속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그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석탄 산업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약 1만6200MW의 석탄 발전이 지난해 중단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석탄이 미국내 전력 시장의 30% 이하를 공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에너지정보청은 수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가 2018년 미국 전력 시장의 10%를 차지한 것으로 봤다.  

한편 노동통계국은 전국적으로 석탄 일자리가 1980년대 중반 이래 5만1000개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반면 풍력과 태양광 일자리는 각각 10만개, 37만4000개로 통합 47만4000개로 집계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석탄발전이 국가 에너지안보를 위한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라고 믿고 있으며, 석탄발전을 유지하기 위해 규제 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석탄화력이 혹독한 기상 조건에도 전력을 계속 생산해 낼 수 있다고 어필하고 있다.

그러나 연방 에너지 규제 위원회는 석탄 의존율이 높은 지역에서조차 전력 예비율이 예전보다 훨씬 높다며 그 근거가 빈약하다며 일축했다. 위원회는 전력망의 안정성이 증가했고, 전력 도매가격은 떨어졌으며 오염물질 배출 수준은 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청정 석탄’이란 명분으로 석탄 이용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 의회는 지난해 땅에 묻히는 이산화탄소에 대한 톤당 50달러 세금 공제안을 통과시켰다. 재활용되는 이산화탄소는 톤당 35달러의 세금 공제를 지원한다. 넷 파워(Net Power)는 도시바와 협력해 천연가스를 태우고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획하고 가열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법을 진행하고 있다. 재활용되지 않는 이산화탄소는 포획돼 지하에 묻히거나 석유회수에 재사용된다. 이 사업은 신규 세금공제법에 따라 실행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중국과 무역 전쟁 

올해 최대 에너지 뉴스는 트럼프의 관세 결정이었다고 <포브스>는 최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관세 맨(Tariff man)’이라 지칭하며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불발되면 다시 관세 전쟁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 석유 연구소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미국 국민총생산의 8%를 차지하며 약 1000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 전쟁이 없다면 미국은 2020년까지 LNG 700억 큐빅미터를 수출할 수 있으며, 2040년까지 1100억 큐빅미터까지 늘어날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내다봤다. 

중국의 가스 수요는 2017년과 2023년 사이 60% 신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석탄에서 가스로 전환해 대기 오염을 줄이려는 자국내 정책과 관련이 있다. 중국은 미국 원유의 2번째로 큰 수입국이다.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2018년 6월까지 중국은 하루 25만 배럴을 수입했다. 그러다 8월과 9월 미국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석화는 무역전쟁을 이유로 미국산 원유 수입을 중단했다. 

미국에서는 태양광 관세 부과 이후 약 80억 달러 가치의 전력소 규모 태양광 사업들이 중단되거나 연기됐다고 태양광 산업협회와 우드 맥킨지 파워 앤 리뉴어블스는 2022년까지 태양광 패널 수입산 관세로 인한 영향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결정으로 인해 약 9000개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그럴 위협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태양광 제품에 대해 30%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는 연간 5%씩 하락한다. 관세는 자국내 태양광 제조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미국 태양광 회사들은 세계 생산 시장의 5%만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2019은 어떻게

녹색 에너지 경제 육성을 통해 경기 후퇴를 이겨냈던 오바마 전 대통령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기업 세금 삭감으로 초반 순조로운 경기 회복을 알렸다. 그러나 그의 화석연료 중심 정책은 세계 질서를 빠르게 재편하는 동시에 환경론자들의 우려와 걱정을 사고 있다. 

세계 오일 시장을 거의 독점하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은 미국의 강력해진 셰일 파워로 힘을 잃어가고 있으며,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도 ‘미국 우선 주의’로 미국의 힘을 재확인시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019년 트럼프의 권력이 어디로 얼만큼 향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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