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진단] 3차 에기본, 반대세력 의식 어정쩡한 봉합되나
[정책진단] 3차 에기본, 반대세력 의식 어정쩡한 봉합되나
  • 채덕종 기자
  • 승인 2019.01.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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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인 재생에너지 비중 시나리오 형태로, 수요관리 달성수단도 미흡
올해 1분기로 최종안 수립 연기…'워킹그룹 권고안' 대부분 수용 유력

[이투뉴스] 박근혜 정부에서 3년 동안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상직 의원(자유한국당, 부산 기장)은 최근 국회토론회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은 이제 폐지돼야 마땅하며,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정부가 탈원전의 대안으로 강조하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사실상 ‘곁다리’일 뿐, 차세대 에너지원은 ‘핵융합’인 만큼 제3차 에너기본계획에서 이를 잘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자력정책연대와 함께 개최한 이 토론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법적·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만큼 정책결정 무효소송은 물론 헌법소원까지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울러 한 발제자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20% 목표는 현실성이 없는 계획”이라며 “제3차 에기본은 하위계획인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정되도록 재생에너지 비중 장기목표를 대폭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킹그룹 권고안이 정부에 제출된 지 두 달이 되어가지만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초 2018년 수립하기로 했으나, 어느새 2019년 1분기까지 확정하겠다며 슬그머니 미뤘다. 정부 고민은 충분히 이해된다. 앞선 윤상직 의원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야당이 에너지전환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데다 탈원전을 둘러싼 원자력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이미 얼개를 다 만들어 놓고도, 3차 에기본이 점점 이상한 모양새로 가고 있다는 평가도 많다. 국가 최상위 에너지계획에서 에너지믹스를 시나리오 형태로 내놓는 등 제대로 된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쳤다면 이를 확정한 후 야당과 국민에게 왜 이런 계획을 내놓았는지 소상하게 알리는 정공법 대신 우선 논란을 피하고 보자는 식의 편법으로 진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수요관리, 양념에서 메인 메뉴로 격상
워킹그룹은 먼저 3차 에기본은 우리나라 에너지전환 정책의 중장기 추진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성격을 규정했다.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추세 속에서 에너지 공급 최적화와 소비구조 혁신을 포괄하는 에너지전환 비전을 설정하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에너지전환 비전을 ‘안전하고 깨끗한 국민참여형 에너지시스템 구현’으로 제시했다.

기존 에너지 정책의 핵심가치인 ‘안정적 에너지 공급’은 추구하되 ‘안전한 에너지’와 ‘친환경 에너지’를 병행, 지속가능을 위한 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공적 에너지전환을 위한 주요 추진과제로서 ▶에너지 수요관리 혁신 ▶재생에너지 중심의 통합 스마트 에너지시스템 구축 ▶미래 에너지산업 육성 ▶국민참여·분권형 에너지 거버넌스 구현 ▶에너지·자원협력 강화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전환시대의 인프라 구축 등 6대 중점 과제를 제시했다.

세부내용을 보면 워킹그룹은 그동안 양념 수준에 머물던 에너지수요관리를 가장 중심에 놨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도 에너지 고효율 소비구조로의 혁신을 보다 강력히 지속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경제가 성장하는 속에서도 전체 에너지수요가 감소한다. 우리나라도 수요관리 혁신을 통해 에너지수요가 2030년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하기 시작해 2040년엔 2017년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목표다.

수요관리 혁신에 대한 정책윤곽도 언급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에너지 목표관리제 등 기존 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강력한 신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LEEN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 에너지소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하고, 건물에너지 주치의 제도나 EERS(에너지효율개선의무화) 등 수요관리제도를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요관리를 위해선 에너지 가격구조 및 세제 개편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환경 등 외부비용과 공급비용을 에너지가격에 반영하고, 과세체계를 공평하게 함으로써 에너지효율향상을 촉진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전압별 요금체계로 전환함과 동시에 선택용 요금제 확대 도입 등 올해까지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로드맵 수립을 권고했다. 더불어 화석연료 보조금은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등 환경성을 강화한 과세 체계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결국 핵심은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
수요관리 강화나 통합 스마트에너지 시스템 등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3차 에기본의 핵심은 결국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에너지원별 공급비중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핵심이다. 사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신재생에너지 3020을 통해 큰 숙제를 마친 상황이라 이전에 비해선 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권고안에서는 재생에너지 공급비중 하나만 내놓은 것은 물론 비중도 25∼40%로 시나리오 형태로 제시했다.

당초 워킹그룹은 내부적으로 2040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을 40%로 설정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부와의 협의과정에서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입지 및 잠재량을 비롯해 달성수단이나 실현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40%로 설정할 경우 야당과 원전업계의 반대가 극심할 것이 분명한 만큼 적정 수준으로 후퇴하는 척 하자는 속내를 비친 셈이다.

결국 워킹그룹은 정부 요구를 수용, 재생에너지 비중을 25%, 30%, 40% 3개의 시나리오로 설정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로 늘리겠다는 목표까지 세운 것을 감안하면 갈지자걸음이다. 이유도 궁색하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25%  이상이  되면  주말  등  낮은  수요시간대  대부분의 수요가 재생에너지로 충당돼 공급불안정 상황 발생 시 계통안정성을 회복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40% 시나리오에 대해선  IEA(국제에너지기구)가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2016년  24%에서  2040년에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세계 평균 수준에는 도달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거론했다.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어차피 추후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더 나아가 4차 에기본에서도 에너지원별 비중을 다시 설정할 것이 뻔한데 한 가지로 결정, 매를 맞을 필요가 있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생에너지를 제외한 원전이나 석탄, LNG 등이 비중에 대해선 아예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달성방안에 대해선 차세대 전력망 인프라 구축과 재생에너지 종합관제시스템 등 전력망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당일 실시간 거래시장 도입 등 전력시장제도를 개선해 재생에너지 수용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더불어 기술개발과 제도개선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하락을 유도하고, 재생에너지로 실시간 전력을 공급하는 것 외에도 전기·열·수소 형태로 저장해 필요에 따라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봉합에만 그쳐선 무의미한 계획으로 전락
물론 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권고안은 이전의 에너지 계획과 비교해 여러 부분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등 긍정적인 요인도 많다. 에너지원단위(toe/백만원)를 비롯해 에너지연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발전·수송부문 미세먼지 배출량, 재생에너지 보급개소 등 에너지전환정책의 핵심가치를 계량적 목표 형태로 제시한 것이 우선 눈에 띤다. 끊임없이 늘어나던 에너지 수요전망을 향후 에너지 증가세가 완화될 것으로 바꾼 것도 의미있는 변화다. 현재의 소비행태, 기술발전 등이 지속될 경우를 가정한 기준 수요전망은 소폭 증가하지만, 목표수요는 2040년 에너지수요가 2017년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잡았다.

‘공급안정’이 최대 주안점이던 우리나라 에너지정책 핵심가치를 안전, 환경, 공존으로 바꾼 것도 주목해야 한다. 또 에너지 분야 갈등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 상설 에너지갈등전문기구를 설립하고, 지자체의 에너지 정책 책임과 권한 강화를 위해 중앙-지역간 에너지 정책 조율체계를 구축하는 등 에너지 분권화도 권고했다.

산업부는 1분기에 3차 에기본 최종안을 내놓는다는 목표 아래 수요전망 및 목표수요, 에너지세제, 재생에너지 비전 등으로 분야를 나눠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해관계자 의견수렴과 함께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적극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산업부의 최종안은 세부계획의 경우 일부 추가되거나 변경될 여지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워킹그룹에서 권고한 내용이 주축이 될 것이란 평가가 많다. 과거 에기본을 수립할 때도 그랬으며, 현실적으로 크게 벗어날만한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전문가들은 정부가 워킹그룹 권고안을 대부분 수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외부의 비판이 두려워 결론이 아닌 중요 사안을 봉합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 분야 최상위 계획인 에기본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15% 편차가 나도록 범위로 잡는 것은 해프닝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에너지수요관리와 에너지 분권화를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단순하게 계획만 세울 것이 아니라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이 변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에너지가격 및 에너지세제 개편의 경우 최종안에는 담기겠지만, 과연 어느 수준까지 달성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에너지계획에 빠짐없이 가격과 세제 개편이 들어갔지만 당초 취지대로 실현된 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권의 입김은 물론 국민들의 비판여론, 경제상황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역시 흉내만 낼 공산이 크다며, 구체적인 목표와 시행시기 등을 명문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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