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CO중독사고…가스업계에 전시·졸속행정 불똥
강릉 CO중독사고…가스업계에 전시·졸속행정 불똥
  • 채제용 기자
  • 승인 2019.01.02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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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지자체, 한달내 전국 526만대 보일러 일제점검 시달
안전점검원 1인 당 1000대 꼴…“전형적인 탁상행정” 비난
▲산업부와 지자체가 도시가스사 및 LPG판매사업자에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한달 내 526만대 가스보일러 일제점검 완료 계획을 시달해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계 없음.
▲산업부와 지자체가 도시가스사 및 LPG판매사업자에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한달 내 526만대 가스보일러 일제점검 완료 계획을 시달해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계 없음.

[이투뉴스] 강릉 펜션의 가스보일러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10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가 여전히 안전 불감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대한민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유사한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가운데 그 유탄이 가스업계에 튀며, 일각에서 우려했던 대로 산업통상자원부와 지자체의 보여주기 식 행정이 이어져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이번 사고의 근본적 원인과 개선대책은 제시하지 않은 채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는 면피성 졸속행정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각 지자체와 한국가스안전공사, 협회 등 유관단체에 공문을 통해 가스보일러 긴급점검 실시 및 협조사항으로 농어촌민박시설과 숙박업소는 물론 가정용 가스보일러에 대한 일제점검을 요청했다.

이에 따르면 점검주체는 가정용 보일러의 경우 도시가스용은 지자체와 전국 34개 도시가스이며, LPG용은 지자체와 전국 4619개 판매사업자와 1278개 집단공급사업자이다. 숙박업소는 한국가스안전공사, 농어촌민박시설은 농식품부에서 한국가스안전공사에 통보한 보일러를 대상으로 점검이 이뤄진다.

산업부는 이와 함께 각 지자체에 지침을 내려 관할 가스공급자에게 가스보일러 안전점검 긴급실시를 요청토록 하고, 주단위 실적 보고 및 가스공급자로부터 점검결과를 취합한 총괄표를 한국가스안전공사 관할 지역본부·지사에 주단위로 통보할 것을 주문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도 이 같은 산업부 지침에 따라 유관단체를 통해 가스보일러 긴급 안전점검 계획 통보공문을 보내 가스사업자에게 가스보일러 일제점검과 함께 점검결과를 지자체 담당과와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보고토록 시달했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사안인데다 가스사용이 늘어나는 계절적 요인이 더해지면서 가스보일러 안전점검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 대상과 시간으로, 물리적으로 실효적인 점검이 이뤄지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보여주기식 갑질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부가 요청한 일제점검대상은 가정용 보일러의 경우 10년 이상의 오래된 도시가스용 480만대와 LPG45만대이며, 숙박업소는 도시가스용 6060개소와 LPG2016개소, 농어촌민박시설은 26000개소 중 가스보일러를 설치한 곳으로 모두 526만대에 달한다. 이를 131일까지 한 달 만에 완료하라는 것이다.

그나마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점검주체가 되는 숙박업소 8076개소에 대한 일제점검은 시간적으로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도시가스사업자와 LPG판매사업자가 한달 내에 가정용 가스보일러 525만대 일제점검을 완료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제점검 배경에 의혹의 시선

서울시 권역의 경우 10년 이상 오래된 도시가스용 보일러는 1083000여대. 해당권역 5개 도시가스사의 점검원은 모두 1044명으로 점검원 한 사람이 한달 안에 1000대가 넘는 보일러를 세밀히 점검해야 하는 셈이다. 더욱이 최저임금제 도입으로 인해 점검원이 일하는 시간은 주당 52시간을 넘으면 불법이다. 불법을 써서라도 점검을 완료하라는 요구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특히 산업부와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가 통보한 가정용 가스보일러 점검표양식을 보면 이번 일제점검 시행 배경에 의혹의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6개 항목으로 이뤄진 점검사항은 배기통 관련항목이 4개이며, 그 외 보일러 설치장소와 가스누출 여부이다. 배기통의 경우 스테인레스 강판 또는 내열·내식성 재료 및 성능인증품 설치 등 재료 적성성 여부, 터미널에 다른 물체가 들어가지 아니하는 구조물 설치 등 구조 적정성 여부, 배기통 통과부가 불연성 재료 등으로 방화 조치나 배기가스가 유입되지 않도록 조치한 여부, 보일러와 배기통 연결부의 내열실리콘 마감 등 정상체결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또 전용보일러실 설치 여부와 일산화탄소 및 연료가스 누출여부를 점검토록 했다. 아울러 사진으로 보일러 전면, 보일러와 배기통 연결부를 촬영하고, 점검표와 함께 기록으로 보존하며 스티커를 부착하는 홍보활동을 펴도록 했다. 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한 세대 당 최소 30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달 내 525만대의 가스보일러 일제점검을 완료하라는 요청이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만약의 사고 시 그 모든 책임을 일제점검에 나섰던 가스공급자에게 물으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와 함께 행정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긴급점검을 빌미로 정작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거론된 무자격 시공과 부실시공에 대한 책임과 대책은 어물쩍 덮여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면 다행이라는 쓴 소리가 있듯이 긴급점검을 통해 부적절한 가스사용시설을 개선해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시도는 당연하다. 하지만 현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보여주기식 행정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실효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면피에 급급한 갑질 행정이 아니라 계획 수립단계부터 각계의 현장의견을 수렴해 타당성을 확보하려는 정책 의지가 절실하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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