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개 지정지역 시설준공 속도 … 지경부 "사업영위 목적은 곤란"

 

159만5000호. 지난해 말 현재 국내에서 집단에너지를 공급받고 있는 가구수다. 10가구 중 1가구(11%)는 난방을 위한 개별 보일러가 필요없다는 얘기다.

 

이 수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부터 허가가 떨어졌거나 이미 건설에 착수한 가구가 61만4000호이며, 아직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은 가구도 24만2000호에 이른다.

 

특히 전기와 열원을 동시에 생산하는 CES(Community Energy System) 모델이 크게 증가하면서 집단에너지 사업의 외연은 빠르게 크기를 키워나가는 추세다.

 

최근 연료비 급등으로 사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으나 2008년 한 해 역시 집단에너지사업 장악을 위한 업계의 치열한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황금어장으로 변모한 집단에너지 = 집단에너지사업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사업으로 알

려져 있다.

 

에너지이용합리화 차원에서 정부가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는 점이 '명분'에 해당하고, 갈수록 이업종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에너지 시장에서 안정된 수요층을 확보한다는 점이 '실리'에 속한다.

 

때문에 최근 2년간 이 분야는 대규모 건설사와 도시가스사, 발전사 등이 합세해 사업권 수주를 위한 각축

전을 벌여왔다. 지역난방공사 내부자료에 따르면 과거 단독경합 중심의 수주전은 최근 들어 3개 사업자(컨소시엄)가 동시에 경합을 벌이는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업계가 그만큼 수익성과 사업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난해 말 사업자를 결정한 수도권 신도시사업 수주 경쟁이 단적인 예다. 

 

당시 경기 양주ㆍ옥정지구는 남부발전, 포스코건설, 한진도시가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한진중공업이 동서발전과 호흡을 맞춘 경남기업을 제치고 사업권을 따낸 바 있다. 이 지역은 서부발전, 삼부토건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에버랜드도 군침을 흘리던 지역이었다.

 

용호상박으로 비유되는 한진중공업대 경남기업의 경쟁도 볼 만했지만 한 지역을 놓고 형제나 다름없는 3개 발전사가 양보없는 수주전을 편 것도 인상적이었다.

 

업계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잡음도 뒤따랐다. GS홀딩스(GS파워) 몫으로 돌아간 시흥 장현ㆍ목감지구는 경합사인 안산도시개발과 포스코건설 등으로부터 위탁운영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사업 참여요건을 한층 넓힌 것"일 뿐이란 당시 산업자원부의 해명으로 갈등이 봉합된 듯 싶지만 이를 둘러싼 경쟁사간 앙금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집단에너지냐, 구역형CES냐에 따라 사업방식이 천차만별인 데다 누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진다"며 "지식경제부가 잡음 없는 평가를 내리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익성이 확실치 않거나 토호 도시가스사와 컨소시엄을 맺은 사업자가 등장한 지역은 대체로 단독경합이 아직 많다"면서 "그러나 향후 고시지역이 점차 소진되면 지금보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은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 사업의 지형변화 뚜렷 = 올해 일부 가동에 들어간 대구도시가스의 죽곡CES를 비롯, 전국 29개 지역에 속속 집단에너지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이중 지역난방공사 몫은 판교, 은평뉴타운, 수원 광교, 고양 삼송, 가재울뉴타운, 행복도시, 광주혁신도시 등 7개 지역에 29만6000여 세대다. 나머지 22개 지역 31만8000여 세대가 경남기업 등의 16개 민간사업자(주택공사 포함) 차지다.

 

기 공급지역에서 난방공사의 사업 점유율이 70%에 가깝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상황이 역전돼 공사의 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사업자별로 살펴보면 지역난방에 기존 도시가스 시장을 잠식당한 도시가스사들의 '반격'이 눈여겨 볼 만하다. 

 

중부도시가스는 천안 청수ㆍ군장산업단지를, 삼천리와 자회사인 휴세스가 광명 역세권 호매실ㆍ향남2

지구를, 대한도시가스 강일 1ㆍ2지구, 충남도시가스 대전 학하 지구, 한진도시가스 의정부 민락2 지구, 대구도시가스 죽곡 등으로 선전하고 있다.

 

지역별 사업자 안배도 아직은 뚜렷한 편이다. 롯데건설과 서부발전, 인천도시가스가 각각 46%, 26%, 17%의 지분을 투자해 만든 청라에너지는 인천 청라, 가정, 김포 양촌 등의 인천권역을 장악하고 있다.

 

또 경기북부 도시가스 공급자인 한진도시가스의 모기업 한진중공업이 경기CES(주)의 지분참여를 통해 양주ㆍ고읍 지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익산에너지가 익산 배산지구를 공략하고 있다.

 

이 밖에 경남기업은 계열사 별내에너지를 통해 남양주 별내지구와 광주 수완ㆍ하남2지구 사업에 속도

를 내고 있고 주택공사가 아산 배방, 대전 서남부에 CES공급을 추진하고 있어 눈에 띈다.

 

열원은 발전 수열이나 소각열 등에서 LNG로 단순화되는 양상이다. CES사업이 늘어남에 따른 현상이기도 하지만 민간사업자가 지역난방공사 수준의 다양한 열원 확보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연료가가 상승하는데 반비례해 수익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LNG 단가는 2004년 대비 150% 이상 상승한 데 비해 열 판매가는 41% 상승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와 관련 조석 전 에너지자원정책기획관은 "집단에너지를 육성하자는 본래 정부 취지는 발전배열이나 소각열처럼 다양한 연계 열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LNG처럼 코스트가 비싼 연료로 집중되는 현상은 결코 긍정적 방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정부 확대보급 의지 확고 = 대내외 환경이 녹록치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집단에너지 사업은 여전히 블루오션으로 비춰지고 있다.

 

분산형 에너지체제 구축에 충실한 요건을 갖춰 정부가 일관된 정책지원 의사를 내비치고 있고 전력피크 상쇄, 기후변화 대응 등에 기여한다는 부가적 이점도 충분히 고려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올 하반기 제도개선을 통해 내년 1월부터 지역별 열요금 상한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전국을 3~4개 지역으로 분할해 지역별 요금상한을 정하되, 매년 총괄원가를 반영한 지역별 상한을 재조정하고 주기적으로 LNG 등의 연료비 변동을 요금에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각 사업자가 설정된 최고가격 내에서 자율적으로 요금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지경부 에너지관리과 관계자는 "총괄원가만 따져 요금을 조정하는 경우보다 사업자간 요금격차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지역난방공사와의 요금격차가 벌어지는 부수적 문제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집단에너지 의무화 과정에 파생되는 문제를 판단하는 근거는 언제든 국민의 혜택이 기준이 될 것"이라며 "확대 보급도 중요하지만 사업 자체가 공공성이 강해 사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집단에너지 공급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아직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은 지역은 아산 탕정, 양산 사송지구를 비롯 20여곳에 달한다. 

 

가장 최근 사업계획서 제출된 곳은 SK와 지역난방공사가 참여의사를 밝힌 송파ㆍ거여지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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