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유럽연합(EU)이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전 무력개입 및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러시아에 대해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으나 원유·천연가스·석탄 수입 등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는 오히려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EU가 최근 발간한 '에너지, 운송 및 환경 지표-2018판'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EU의 원유, 석탄,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 가운데 러시아산 비중이 대러시아 경제제재 부과 이전보다 더 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유의 경우 EU의 수입분 가운데 러시아산의 비중이 2014년 30.4%였고, 2015년엔 29.1%로 줄었지만 2016년엔 31.9%로 다시 늘었다.

또 천연가스의 경우 러시아산 비중이 2014년에 37.4%였으나 이듬해인 2015년에 37.6%로 약간 늘었고 2016년엔 39.9%로 더 증가했다.

석탄, 코크스 등 고체연료의 경우도 2014년 EU의 수입분 가운데 러시아산의 비중은 29.1%였고 2015년엔 28.9%로 조금 줄었다가 2016년에 다시 30.2%로 증가했다.

이는 역대 EU의 고체연료 수입분 가운데 러시아산 비중이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러시아산 고체연료는 2006년(수입 비중 25.0%) 처음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산(23.1%)을 제치고 EU의 수입 비중 1위로 올라섰다. 더욱이 고체연료의 경우 러시아산 수입 비중이 늘면서 미국산 수입 비중은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EU의 미국산 고체연료 수입은 20.5%로 러시아산의 3분의 2를 넘었지만, 2016년엔 14.1%로 줄어 러시아산 비중(30.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2016년 기준으로 EU의 에너지 수입 가운데 러시아산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EU가 러시아에 대해 경제제재를 취하고 있음에도 에너지 수입 비중이 오히려 늘어난 것은 에너지 분야는 대러시아 제재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EU가 한편으로 러시아에 대해 경제제재를 부과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러시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의존하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7월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독일을 비롯한 EU 국가들에 방위비 지출을 GDP(국내총생산)의 2% 수준으로 늘릴 것을 요구할 때 EU 국가들이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미국에 의존하면서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을 늘리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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