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안으로 점화된 ‘노란 조끼’ 시위가 한 달 넘게 프랑스 전역을 뒤흔들고 있다. 시위자들은 파리 시내에 불을 지르고 돌을 던지며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시위 규모와 강도에 당황한 마크롱 대통령은 세금 인상안 철회와 에너지요금 동결 등 요구를 일부 들어줬지만 극도록 나빠진 여론이 수그러들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해 마크롱 대통령은 지구 온난화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세금 인상안을 이달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경유 기준 유류세는 지난 1년간 23%까지 인상됐으며, 경유 요금에 포함된 세금 비율은 이미 절반, 휘발유는 60%를 넘어선 상태였다. 

이 세금안은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파리 시민들의 동의를 얻었으나 도심까지 직접 운전해 출퇴근해야 하는 농촌과 교외 지역 주민들에게는 커다란 부담이었다.

그러던 가운데 “소득세를 줄이면서 오염세를 늘리는 좋은 정책”이라는 총리의 발언이 유류세 인상안 반대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노란 조끼' 시위를 두고 사람들이 환경 보호를 반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번 시위를 환경보호주의를 반대하는 포퓰리즘으로 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뿐만이 아니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는 ‘탄소세에 대한 반란’이란 제목으로 시위대에 대한 사설이 실렸다. <포브스>는 “미국 정치인들이 (프랑스처럼) 공격적인 환경 정책을 추진할 경우 비슷한 유혈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더스펙테이터>의 칼럼리스트 브랜든 오네일은 노란 조끼 시위자들이 ‘에코-엘리티즘’에 맞섰으며 “부담스럽고 연속적인 기후 변화 정책과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정치인들, 최신식으로 살 수 없어 화석연료에 의존해야 하는 소시민들을 벌 주려는 것에 대항하는 반란”이라고 주장했다. 

표면적으로 프랑스의 폭력 시위는 정부의 기후 정책에 대한 거부 반응으로 볼 수 있다. 폴란드에서 열린 UN 기후협약 정상회담장에 모인 일부 녹색 단체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유류세 철회를 “안좋은 신호”라고 비난하며 노란 조끼 시위대에 반환경주의 프레임을 씌우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상 시위자들은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고 기후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사업에 대한 공공 자금 사용 등의 정책들을 지지하고 있다. 

다만 환경보호를 위한 유류세 인상안이 부자감세로 인한 공백을 메우는데 쓰이는데 시민들의 불만이 터진 것이다. 아울러 전기요금 인상이나 유류세 인상은 소시민들의 가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 많은 시민들이 반대해 왔다. 

이에 따라 이번 시위는 사회 계층간의 갈등으로도 비춰지고 있다. 환경 문제에 돈과 시간, 관심을 쏟을 수 있는 부유한 계층과 당장 먹고 사는데 급급한 소시민들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현실적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 사태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고 녹색에너지 전환에 자금을 대기 위한 세금 인상은 장기적으로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그리고 언제 국민들에게 협조를 구하는지에 따라 국민들의 반발을 살 수도, 지지를 얻을 수도 있다.

정부가 서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거나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프랑스에서 보고 배워야 한다.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설득의 시간이 필요하며, 상대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우리 정부도 사회 불균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없이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에너지·환경 정책을 펼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소시민들의 삶에 부담이 되지 않을 공평한 기후 정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현실적인 방안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에너지전환 정책도 가속화 할 수 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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