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바닷물은 온실가스로 갇힌 열의 93%를 흡수하고, 엘니뇨나 화산폭발 같은 일시적인 기후변화에도 쉽게 영향을 받지 않아 그 온도는 지구 온난화의 가장 확실한 바로미터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 바닷물 온도가 매년 기록을 경신하며 오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전에 예측됐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국과학원 대기물리연구소 청리징 박사가 이끄는 중국과 미국 기후과학자 연구팀은 바닷물 온도가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난 2013년에 예측했던 것보다 40%나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몇 년째 연속으로 최고 수온 기록을 깨고 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밝혔다.

연구팀은 바닷물 온도 상승이 기후변화 모델이 예측한 것과 일치하며 가속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했다.

현재 기후모델인 '접합 대순환 모델 5(CMIP5)'는 금세기 말까지 수심 2000m까지의 해수 온도가 0.78도 상승하고 이에 따라 해수면도 30㎝가량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IPCC가 제5차 보고서를 통해 지난 30년간 실제 측정된 수온이 기후모델이 예측한 것보다 낮았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해수 온도 상승과 관련해 혼선이 있어왔다.

연구팀은 바닷물 온도 측정이 부정확하게 이뤄진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이런 자료를 이용한 기존 연구를 다시 들여다봤다.

현재는 약 4000개 가까운 '아르고(Argo)'라는 로봇이 며칠 단위로 수심 2000m까지 들어가 수온과 산도(pH), 염분 등을 측정하지만 과거에는 소모품 형태의 수심수온기록계를 바다에 던져놓고 고장 날 때까지 자료를 전송받아 부정확할 수밖에 없었다.

연구팀은 기존 3개 연구에서 이용된 수온 자료를 아르고와 수심수온기록계의 오차를 반영해 1970년 이전 자료까지 미세조정한 결과, IPCC 결과보다 수온 상승 폭이 더 크고 기후모델 예측에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민간 기후연구 그룹 '버클리 어쓰(Berkeley Earth)'의 제크 하우스파더 연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과학자들은 2000년대 초까지 이뤄진 상당히 부정확하고 제한적인 자료를 어떻게 해석하고 분석할지 고민을 해왔다"면서 "기존 4개 연구의 새 자료는 기존 기록이 가진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기후모델이 예측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토대로 "지구 온난화는 진행 중이며 이미 주요한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바닷물 온도 상승은 용존 산소를 줄여 물고기 서식처인 산호초를 파괴할 뿐 아니라 더 많은 습기를 대기로 올려 더 파괴적인 폭풍우를 만들고, 남극과 그린란드 등의 얼음을 녹여 해수면을 상승시키는 등의 연쇄적인 재앙을 가져온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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