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수 박사 /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서정수 박사동국대학교 겸임교수자연환경보전연구소장
서정수 박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자연환경보전연구소장

[이투뉴스 칼럼 / 서정수] 한반도에서 북한에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식물들은 남북 단절로 인해 정확한 실체와 생육정보 확인에 한계가 있어 그 실상 파악에 어려움이 상존한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Redlist)은 세계적 규모에서 가장 신뢰받는 멸종, 희귀 동식물종의 평가와 보전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가입된 국가들은 자국의 동식물자원 중 멸종되었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종 등의 정보를 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평가기준에 의거, 작성하여 보고하고 있다.

북한은 2005년에 이어 2016년 UNESCO의 협조를 얻어 ‘Red Data Book of DPR Korea (plant)’ 377분류군의 식물종을 발표한 바 있다. 

학계에서는 2005년에 이어 11년 만에 제시된 멸종위기식물종 목록이 아직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식물명명규약에 따르지 못하는 등 최신의 분류학적 정보와 위협 범주, 평가기준 정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아직도 북한은 동식물자원에 관한 정확한 국제적 동향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18년 8월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국가생물종 목록집(북한지역 관속식물)을 발간하며 북한의 관속식물 3523분류군의 종 목록을 발표하였다. 실제 현지 조사를 통한 것이 아니고 다양한 경로를 통한 정리물이긴 하나 북한지역 식물자원 연구의 학문적 가치와 기초자료로 그 활용도가 높은 성과물로 여겨진다.

국립수목원은 1999년 개원 이후부터 한반도 식물에 대한 정확하고 영구적인 기록을 위하여 전국 식물상을 직접 조사해 증거 자료로서의 식물 표본을 제작하고 국내외 흩어져 있는 한반도 표본과 식물상 자료들을 모아 연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러시아, 일본, 헝가리, 체코 등 관련국을 수차례 방문하는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전 세계는 나고야의정서 협약에 따른 후속 조처들로 소리없는 자연자원 전쟁을 수행중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 해외 자연자원의 정보, 확보, 이용 등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최근 남북 간의 민간교류사업 확대 등 다양한 분야의 협조가 성사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북한지역 삼림자원 복구를 위한 지원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병해충방제 대책에 이어 삼림자원 조림, 증식대책 등 다양한 분야의 지원이 예상된다.

심림자원 복구는 단지 수목에 한정된 사업은 아니다. 나무 밑에(하층식생) 분포하고 있는 다양한 초본(풀 종류)의 조성과 나무의 생육이 연관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기에 이러한 기회에 북한지역의 식물상 연구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도 그리 어려울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성사의 문제는 참여자들의 인식 전환에 달려있다고 판단된다. 자연스러운 여건 내에서 상호 간단한 협조만으로도 65년간의 장벽을 허물고, 고유한 한반도 자연생태계의 실상을 밝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마련해야만 한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상의 서식, 분포의 변화, 이동 등에 관한 연구는 한반도 생물다양성 유지를 위한 기초자료이며 이를 통한 임업, 농수산업 분야의 발전적 사전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막대한 비용을 통한 지원책도 중요하지만 상호협력 만으로도 한반도 생물다양성 유지는 물론, 향후 지구적 환경재앙에 대비할 수 있는 현명한 사업 제안을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서는 참여자들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이 중요한 요소이다. 행정전문가도 필요하지만 자연자원 연구의 식견을 지닌 인물의 선발, 참여가 더욱이 요구된다.

미국의 아놀드수목원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목원인데 그곳에는 한국정원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 그 구성 종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멸종위기 및 희귀종, 특산종들이 무수히 전시되어 있다. 1917년 윌슨이라는 미국인에 의해 우리 식물자원이 무단히 반출된 결과이며, 라이락으로 알려진 개회나무는 북한산국립공원에서 채집된 우리 것으로 “미스킴라일락”이란 이름으로 값비싸게 팔리고 있고 1970년에는 역수입되기도 했다.

1861년 미국에 소개된 잣나무는 잎의 기공선이 하얗게 빛나는 품종으로 개량되어 ‘Silveray’라는 이름으로 정원수로 인기 있게 팔리고 있다.

자연자원의 국외 무단 유출 결과는 여러 형태로 진행되어 왔기에 자칫 시기를 놓치면 우리 것이지만 우리 소유를 증명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고유한 한반도 식물자원의 국외 무단 유출은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온 일들이지만 금번 기회에 남북이 공동연구의 기반을 확보하는 일이야말로 세계의 자연자원 전쟁 속에서 우리의 것들을 지키는, 비핵화에 버금가는 남북화해의 성공 사례로 평가될 것으로 확신한다.

올 봄 북녁의 북창, 갑산에 산다는 갑산제비꽃과 평안북도, 함경남도에 살고 있다는 참졸방제비꽃의 소식을 들어볼 수 있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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