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한쪽에서는 크고 작은 불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의 장려정책으로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전기저장장치(ESS)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는 간헐성으로 인해 전기 저장이 되지 않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사용량이 적은 시간에 발전된 전력을 저장해 피크시에 사용하도록 ESS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보통 재생에너지사업의 신재생에너지 인증서 가중치가 1~2에 불과한데도 ESS에 대해서는 5를 적용하다가 4.5로 떨어졌고 내년 줄일 방침이기는 하나 4를 유지할 계획이다.

따라서 ESS 사업은 제조업체인 대기업과 재생에너지 업체간의 이해가 부합해 계속 늘어날 전망. 문제는 ESS에서 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고 원인이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아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본지 보도(2019년 1월1일자)에 따르면 작년 10월말 현재 국내에 누적 설치된 ESS는 배터리 용량 기준 4534MWh, PCS(전력변환장치) 용량 기준으로는 1568MWh로 ESS 설비를 갖춘 재생에너지 발전소나 사업장, 건물수로는 모두 1327곳에 달한다. 이는 1000MW 원전 4.5기가 한시간 동안 생산한 전력을 담아낼 수 있는 규모.

특히 시청, 공항, 대형 마트, 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ESS 설비는 307곳, 278MWh(배터리 기준)에 달해 적지 않은 장소가 언제 불이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본지 보도 이후 일단 이들 시설에 대한 가동중단 조치를 취한 상태다.  

ESS 화재는 2017년 8월 공식집계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17곳에서 발생해 배터리 78MWh, 255억원어치가 폭발을 일으키며 불에 탔다. 이처럼 크고 작은 불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LG화학 등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ESS를 신산업으로 지정해 각종 보급 정책을 펴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마저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원인불명 화재에 대해 속수무책인 상태다.

작년 12월17일 충북 제천의 한 시멘트공장에서 16번째 ESS 화재가 발생하자 산업부는 안전진단 미수검설비 가동중단을 권고했지만 막상 작접 가동중단을 요청한 측은 배터리 납품회사인 LG화학. 문재인 정부가 국민 안전을 지고의 정책목표로 삼고 있는데도 산업부는 한발짝 뒤로 물러서서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업계는 현재까지 배터리 이외의 원인으로 불이 난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일단 배터리 공급사가 제조물 책임 차원에서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는 또한 기술검증도 없이 공명심에 ESS 보급을 추진해온 정부나 불완전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배터리 대기업 모두 원점에서 화재를 막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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