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엔 피크저감용서 불, 오후엔 태양광연계용서 불
사후약방문식 정부 대응 도마, 당분간 속수무책 가동

▲불에 탄 ESS 배터리 ⓒ태안소방서
▲불에 탄 ESS 배터리 ⓒ태안소방서

[이투뉴스] 전국 1300여개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설에 대한 정부 주도 정밀 안전진단에도 불구하고 14일 하룻새 경남 양산시와 전남 완도군에서 2건의 ESS 화재가 추가 발생했다. 2017년 8월 한전 고창 실증단지에서 첫 화재가 발생한 이래 지금까지 집계된 ESS 화재는 모두 19건이며, 이중 태양광 연계용은 8건이다.

소방당국과 발전사들에 따르면, 14일 오전 7시 30분경 경남 양산시 고려강선(고려제강) 양산공장 ESS설비에서 불이 나 90㎡규모 변전실을 태운 뒤 1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소방서 추산 6억5000만원 가량의 재산피해가 났다. 양산공장은 2017년 신산업 금융지원을 받아 LG화학 리튬배터리 9.4MWh와 데스틴파워 PCS 1.6kW로 구성된 피크저감용 ESS를 구축했다.

고려제강은 2017년부터 부산 수영구 본사와 기장군 하이로프공장, F1963 공장터 등에 같은 제품으로 구성된 피크저감 및 비상발전기용 ESS를 설치·운영해 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ESS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같은날 오후엔 태양광발전소 연계용 ESS가 화재로 전소됐다. 이날 오후 2시 20분경 전남 완도군 신지면 한 태양광발전소 ESS에서 불이 나 60㎡ 규모 배터리실과 내부 리튬배터리 1200개를 태우고 1시간 30여분 만에 불길이 잡혔다. 소방당국이 소방차 15대와 소방관 70여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으나 18억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가 났다. 

일사량이 많아 태양광발전소가 다수 설치된 완도군 신지면에만 같은 유형의 ESS 연계시설이 8개소나 된다. 

앞서 최근 정부는 ESS 화재로 인한 인명사고 우려가 고조되자 실내 다중이용시설 설비에 한해 시설보강 및 가동중단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안전점검을 마친 재생에너지 연계용 및 피크부하 저감용 ESS 설비가 지속해 문제를 일으키면서 정부 대응에도 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11월말 'ESS 화재사고 대응 정부대책'을 발표하면서 전국 모든 ESS에 대한 안전진단 시행을 공언했다.

이와 함께 시공단계 안전기준 보완, 화재 확산 방지 등을 위한 별도시설 설치 및 설치기준 강화,  다중이용시설 용량제한 검토 등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쏟아냈다. 배터리업계의 경우 충전용량 상한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고, 그에 따른 사업자 피해 보상을 약속한 상태다. 그러나 정부 주도 화재 원인조사나 책임 규명, 재발방지 대책 마련까지는 앞으로도 상당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동시설에서 유사 화재사고가 언제든 추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명확한 해법이 제시될 때까지 정부 보급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에너지 공학 전문가는 "사업계획단계부터 거의 모든 태양광·풍력 시설에 ESS가 계획되고 있고, 피크저감용으로도 계속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상태"라면서 "정부가 에너지신산업이란 명목으로 몰아붙인 것이 결국 화근이 됐다. 이대로는 시한폭탄 보급정책이다. 우선 보급중단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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