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자유화·경쟁체제로 이행 정부에 권유…"구속력 갖춰라"
3차 에기본 워킹그룹 에너지전환 및 시장 개편 공개세미나

▲3차 에기본 의견수렴을 위한 마지막 공개세미나가 열려 정부가 내놓을 최종 에너지기본계획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차 에기본 의견수렴을 위한 마지막 공개세미나가 열려 정부가 내놓을 최종 에너지기본계획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투뉴스]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전력소매나 가스도매처럼 독점적 시장구조에서 벗어나 시장과 경쟁에 맡기는 형태로 정책과 제도를 개편, 에너지전환시대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 중 에너지시장구조에 대한 워킹그룹 권고안 얘기다. 정부도 이같은 필요성에 대부분 동의하는 만큼 최종안에 상당부분 반영될 전망이다.

하지만 3차 에기본에 이러한 내용이 담긴다 하더라도 과연 구속력을 갖춰 실행될 수 있을 것지에 대해선 대다수가 고개를 젓는다. 1차 에기본과 2차 에기본에도 에너지산업구조개편을 추진하겠다는 목표가 존재했다. 세부내용은 조금씩 달라도 큰 방향은 비슷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세제개편처럼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정부가 정치권 눈치를 보며 임시방편적 대응만 해왔기 때문이다.

17일 서울 서대문구 LW컨벤션에서 열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개세미나(에너지전환 및 시장구조개편 부문)’에서 모든 참석자들은 현재의 정부 규제 및 공기업 독점체제의 에너지시장구조에서는 기술발전 및 환경변화에 능동적인 대응이 어려운 만큼 하루빨리 시장자유화 및 경쟁체제로 전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역할 ‘규제에서 시장으로’ 바꿔야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에너지전환시대의 전력시장 개혁방향’을 통해 에너지산업이 ICT를 포함한 기술발전으로 대규모 설비중심에서 소규모 분산전원으로 바뀌고 있으며, 다양한 시장참여자 출현과 에너지 공급방식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 확대 등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시장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요금규제와 독점적 시장구조(전력소매 및 가스도매), 정보의 독점화, 에너지원별 칸막이 등 이전체제가 유지되고 있으며, 시장개방 및 가격자유화 미비로 기존의 지배적 사업자가 여전히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분석했다. 또 이로 인해 소비자의 에너지 프로슈머화 및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지연, 분산형 자급자족시스템 미흡 등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모델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력시장 개혁방향으로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사업 창출에 제한적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겠지마, 신규사업자 투자 기회 및 유인책 제한은 물론 다양한 에너지 서비스 및 신규 사업모델을 개발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에너지시장의 자유화 및 경쟁체제로 이행을 통해 ▶독점시장 진입규제 철폐 및 경쟁체제 도입 ▶지배적 사업자 경쟁우위를 고려한 시장질서 확립 ▶다수 사업자가 동일한 경쟁조건을 가지도록 시장기반 조성 ▶판매시장 경쟁체제 구축을 위한 망이용 규제 정립 등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개혁이 가장 시급한 분야로 전력시장을 꼽고 전력시장의 개방 및 공정한 경쟁여건 조성을 위해 전력 판매시장 개방이 추진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전제조건으로는 용도별 전기요금 교차보조 해소 및 전압별 요금체계 이행과 함께 전력 도매시장의 구매조건과 망이용에 대한 공평한 이용조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시장 운영시스템 개혁에 대해선 전력 도매시장에서의 계약비중 확대 및 현물시장 비중을 축소하고, 가격입찰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전력가격체계의 합리화 및 시장의 가격기능 활성화는 물론 실시간 시장과 용량시장 개설, 보조서비스 운영 강화 등도 대안으로 내놨다.

이유수 본부장은 “현재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중증의 환자임에도 불구 근원적인 처방을 제시하지 못한 채 임시방편의 처방만 내놔 죽어가고 있으나 이를 잘 모르는 실정”이라며 “자유화와 시장경쟁 등 에너지전환시대에 맞게 근본적인 정책과 제도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전력시장제도’를 발표한 전영환 홍익대 교수는 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어날 경우 계통안정 및 수요변화에 따라 출력제한 및 예비력 확보 등이 필요하는 등 많은 준비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국의 경우 재생에너지 공급이 과도할 경우 출력을 제한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이 늘어날수록 출력제한에 따른 보상문제와 SMP 등락에 따른 불안정성이 커지는 만큼 대비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또 재생에너지 간헐성 극복을 위해서도 기존발전기의 최소출력 확대와 양수발전 및 ESS, 가스복합의 GT 단독발전 등 예비력 확보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안정화를 위해선 시장제도가 뒷받침돼야 하고 시장제도가 선진화 되어야만 기술적 해결책 마련이 쉬어진다”면서, “시장제도 개선없이는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은 성공하기 어려을 것”이라며 빠른 시장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대안으로는 정교한 시장운영과 함께 실시간 전력시장을 도입해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또 계통운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계통의 기술 및 제약 정보를 공개하고, 정부의 역할을 규제에서 시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시장구조 개편은 필수, 장기적 안목 갖춰야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도 하나 같이 전력 및 가스 등 우리나라의 독점적인 에너지시장구조를 바꿔야만 에너지전환은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펼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1∼2차 에기본에서도 에너지산업구조개편이 주요과제로 설정됐으나, 달라진 것이 없는 만큼 3차 에기본에서는 구속력과 실효성을 확보한 에너지시장구조 개편을 촉구했다.

먼저 안윤기 포스코 경영연구원 상무는 “파리협정과 에너지 및 자원문제 등을 고려할 때 에너지정책은 지속가능발전 및 환경을 고려한 저탄소 분산전원으로 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며 “전력시장이 지금보다 자유화·경쟁화된다면 전력을 보다 안정적으로 쓰면서 환경문제와 미세먼지 같이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성봉 교수는 이전에도 전압별 요금체계나 원료비 연동제 등 에너지가격 및 시장구조 개편이 빠짐없이 들어갔으나, 여전히 독점과 규제 중심으로 돌아가는 등 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실효성 있는 시장구조 개편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하와이주는 전기요금이 비싸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다. 반면 우리나라는 교차보조로 발전용 LNG는 비싸고 도시가스용은 아주 저렴하다. 판매시장 경쟁을 위해 한전 쪼개는 것이 어렵다면 새로운 사업자 진입을 허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RE100을 위해선 녹색요금제를 도입해야 하며, 재생에너지사업자가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집단에너지 역시 정부가 열요금을 한국지역난방공사 기준으로 규제, 나머지 사업자는 다 망할 위기다. 정부 규제가 아닌 합리적인 에너지요금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선 독립적 규제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전문위원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에너지가격(복지)체계가 변질(200kWh 미만 사용가구 할인 등)되면서 정작 에너지빈곤가구에 대한 재원이 고갈되고 있다며 에너지시장과 복지가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도 등을 통해 기득권이 공고화될수록 에너지분야 스타트업 기업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며 신기술 및 청년이 나설 수 있는 제도개선을 주문했다.

석 위원은 “전력시장 개방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이경우 가스시장도 같이 추진해야 한다. 도시가스에 대한 교차보조로 인해 재생에너지 증가 시 역할이 커질 가스복합 경제성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원전 같은 경직성 전원이 있으면 재생에너지 확대가 어려워진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닥칠 문제인데도 불구 정치권과 언론이 허송세월 보내고 있다”고 질타했다.

조강욱 전력거래소 처장은 9.15 정전사태에서도 제도개선 없이 설비확충에 치중, 유휴설비만 늘리고 시장은 달라지지 않았으며, 에너지전환과 신재생에너지 진입에 따른 유연성 확보도 똑같이 대처(설비확충)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기존 자원의 재활용과 능력 극대화, 각종 보조서비스에 대한 시그널과 보상이 없어 새로운 신규자원(설비확충) 증설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단기성과에 집중하다보니 20년 동안 똑같은 얘기만 반복되고 있다. 도돌이표가 되지 않기 위해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시장을 정교하게 설계·준비하는 데 자원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3차 에기본 워킹그룹 권고안 제시에 따른 공개세미나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3차 에기본 워킹그룹 권고안 제시에 따른 공개세미나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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