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대기배출시설 관리대상에 흡수식 냉온수기 추가
여·야 ‘보급 확대’ 강조, 산업부는 보급방안 연구용역 발주

▲가스냉방 보급을 두고 환경부 정책과 산업부 및 국회 입장이 엇박자를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건물에 설치된 흡수식 냉온수기.
▲가스냉방 보급을 두고 환경부 정책과 산업부 및 국회 입장이 엇박자를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건물에 설치된 흡수식 냉온수기.

[이투뉴스] 질소산화물 등 대기배출시설을 관리하는 대상에 가스냉방기인 흡수식 냉온수기가 추가돼 빠르면 내달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가 미세먼지 저감을 최우선으로 과제로 삼아 질소산화물 배출시설을 사용하는 사업장에 대해 친환경 저녹스 보일러 시설 적용을 의무화시킨 것이다.

그러나 전력피크 완화와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저감을 통해 국가에너지효율 측면에서 효과가 분명한 가스냉방기를 단순히 대기배출시설로 간주해 보급에 제동을 거는 조치가 타당하지 않은데다 부처 간 정책 혼선까지 빚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흡수식 냉온수기가 대기배출시설로 간주되면서 여기에 장착돼야 할 저녹스 버너 생산업체가 한 곳밖에 없어 특혜시비가 빚어지는 것은 물론 기존의 가스냉방 수요처를 오히려 전기냉방기로 되돌린다는 점에서 국가에너지효율 정책과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이상기온 상시화로 계절적 요인에 더해 안정적 전력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회 차원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가스냉난방 보급 확대를 요구하는 국민 대변의 목소리와도 어긋난다는 평가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 정책에 긍정적 효과가 분명한 가스냉방 보급을 두고 환경부 정책이 국회 및 산업부 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셈이다.

지난해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로 환경부는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에 대해 대기배출부과금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어 시행규칙 개정안이 이달 말 공표될 예정이다.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에서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할 때 부과하는 초과부과금과 배출허용기준 이내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에 부과하는 기본부과금에 질소산화물을 추가했다. 배출부과금은 202011일부터 시행되며, 이후 최소부과농도와 부과단가를 단계적으로 강화시킬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질소산화물 배출시설을 사용하는 사업장은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문제는 설비용량 시간당 1238000이상, 400RT급 흡수식 가스냉난방기가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관리대상으로 적용되면서다.

가스냉방은 전기에서 가스로 냉방수요를 이전해 여름철 전력피크와 동고하저의 가스 수요패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연구기관에 따르면 전체 냉방시장에서 가스냉방이 차지하는 비중을 10%P 높이면 매년 약 3000억원 상당의 에너지 수요관리효과가 발생한다. 전기·가스 수요패턴 균등화로 LNG발전소 5, LNG저장탱크 3.5기 건설비용이 줄어드는 것이다.

가스냉방은 2017년 말 기준 전국 17374개소에 63363(459872RT)가 설치되어 있다. 용량 비중은 가정·업무용인 GHP17.3%이며, 중대형 건물에 주로 설치되는 흡수식 냉온수기가 3796290RT(82.9%)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400RT급 흡수식 냉온수기 3000개의 전력대체효과는 843, 당진 부곡 LNG복합발전소 4호기 700를 웃돈다.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한 목소리로 가스냉방 보급 확대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독점기업 특혜, 건물주 범법자 양산 등 문제점 속출

이 같은 국회 요구에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전반적인 실태조사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그에 따른 후속조치로 가스냉방 가동률 제고 및 보급 확대방안을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8일 입찰에 부쳐진 이 연구용역은 2억원 규모로 8개월간 진행된다. 그만큼 가스냉방 보급 확대에 드라이브를 거는 산업부의 정책 의지를 표출한 셈이다.

이런 국회와 산업부의 의지와는 반대로 환경부는 흡수식 냉난방기를 대기배출시설 관리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관련업계는 이 같은 환경부 정책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억지행정이며, 독점기업 특혜시비와 건물주 범법자 양산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부작용이 이어진다고 반발하고 있다.

우선 기존 흡수식 냉온수기를 설치한 전국 4300개소가 2020년 말까지 향후 2년 동안 저녹스 보일러로 교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국내에서 흡수식 냉온수기 저녹스 보일러를 생산하는 곳이 단 1곳인 수국의 생산라인이 신규 설치분 정도 납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20년 말까지 기존 시설에 저녹스 보일러를 교체하는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국가에너지효율과 친환경 측면에서 정부 정책에 부응하며 가스냉방설비를 설치한 대다수 건물주가 현행법을 위해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흡수식 냉온수기 저녹스 버너 생산업체가 국내에서 한 곳인 반면 교체물량은 법적으로 규정해놨다는 점에서 독점기업에 따른 특혜시비에 휘말릴 게 자명하다.

아울러 기기가격 인상과 함께 설치허가·신고·자가 측정 등에 따른 행정처리 업무 증가, 일정규모 이상 시 환경기술인 임명 등 수요처의 부담이 커지면서 아예 가스냉방기 대신 유지·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전기냉방기 설치를 선호하게 돼 지금의 범정부 정책과 궤를 달리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을 가스로 대체시켜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하고 있는 가스냉방을 대기배출시설 관리대상으로 규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면서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정부의 정책방향에 입장을 달리하지 않는다그렇다해도 현실적으로 2020년 말까지 저녹스 버너 수급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생산물량을 감안해 최소한 소급적용이라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규 설치분은 저녹스 버너 설치를 의무화하되, 이미 설치된 기기는 버너를 교체할 때 설치년도별로 적용을 차등화해 단계적으로 교체토록 하는 방안이 검토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또한 저녹스 버너 수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시장 혼란이 빚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버너제작 업체의 저녹스 버너 양산체제를 유도하는 게 선결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스냉방 보급은 관련업계의 영업적 측면이 아니라 전력대체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저감에 기여하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돼야 한다. 환경부가 한쪽만을 지향하는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부처 간 갈등은 물론 시장에서 또 다른 혼란과 낭패를 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채제용 기자 top@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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