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최근 3년간 호황을 누렸던 국내 정유업계가 지난해 3분기까지 총 5조709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사상 첫 영업이익 8조원대 진입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꿈에 그쳐야만 했다. 지난해 4분기 급락한 국제유가의 영향으로 수천억원대 적자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자, 업계는 그야 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실제로 업계는 지난 2014년 하반기 100달러까지 고공 행진했던 국제유가가 50달러 수준으로 반토막 나면서 2조원 가량의 재고평가손실을 입은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정유4사는 지난해 4분기 합산 1조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이 2700억원대,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1500억원 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이후 국제 유가가 급락하자 미리 사놓았던 원유 가치인 재고평가손이 높아진 반면 정제마진은 낮아졌기 때문이다. 업계 수익성을 좌우하는 지표로 정제마진이 높을수록 정유사의 수익도 높아지지만, 최근 정제마진은 배럴당 2달러로 하락한 게 큰 요인이라고 꼽을 수 있다. 

올해 들어 내심 정제마진 회복을 기대했던 업계도 예상보다 회복세가 더디자 근심이 나날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 적자 전망에 실적 부진이라는 꼬리표도 어쩜 그들에게 미리 예고된 상황이라고 볼수 있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가 중국의 석유 수요 강세와 미국의 원유시추기 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기대감을 가진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대 수준인데 이 이하로 떨어진 상태에서 석유제품을 팔게되면 사실상 밑지는 장사”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유업계는 여러가지 해결방안을 내놓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값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실적을 방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는 배터리 사업부의 가치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대주주로 있는 에쓰오일의 경우는 유종 다변화에 대한 선택권이 거의 없어 WTI 약세가 이어질 경우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정유사업의 손실로 전체적인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사업구조 다각화에 속도를 내 수익성을 확보하면 최악의 결과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올해 1분기 글로벌 정유사의 정기보수 돌입으로 휘발유 공급량 감소에 따른 정제마진 회복이 예상되며, 단기적으로 볼 때 올해 상반기 상승여력이 충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4분기 성적표는 정유업계가 성장통을 겪는 과정인 셈이다. 

오아름 기자 ar7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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