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사태, 책임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다
ESS 화재사태, 책임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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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9.01.2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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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동중단 조치로 급한불 진화…일부 설비 무보험 상태로 방치
배터리 제조사 등 조사결과 예의주시속 옛 정책입안자 책임론 대두
▲화재로 폭주를 일으키며 불타고 있는 ESS
▲화재로 폭주를 일으키며 불타고 있는 ESS

[이투뉴스] 오는 3월말로 예정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태 원인규명 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해당사자간 책임전가와 ‘피해자 코스프레’가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의 원인제공자라고 할 수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옛 당국자들은 종적을 감춘 채 뒷수습에 동원된 국가기술표준원만 도피행정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발전사업자들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모두 21차례에 걸쳐 연쇄 발생한 원인불명 ESS화재 는 당국의 다중이용시설 가동중지 권고 및 리튬배터리 공급사들의 운영조건 변경조치(최대충전량 한도하향)로 일단 소강국면을 맞고 있다. 화재 시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취약시설과 잠재 화재요인을 우선 제거함으로써 일단 급한 불은 끈 모양새다.

앞서 이달초 정부는 터미널·공항·병원 등 345개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ESS 약 180MWh를 전면 가동중단 조치했다. 이어 지난 15일 배터리공급사인 LG화학이 자사 JH3모델을 사용하는 사업장 약 389곳의 운영중단에 나서 세계 최대 규모(4500MWh) 국내 ESS설비들이 사실상 파행운영되고 있다. LG화학 측은 이번 조치 때 JH3 이외 모델인 50여곳에 대해선 별도 중단권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ESS 설치 및 융자금융도 전면 중단됐다. 전기안전공사는 연쇄 화재 이후 추진된 ESS설치사업의 사용전검사를 내주지 않고 있고, 금융권과 정부차원의 자금지원도 개점휴업 상태다. 여기에 보험업계가 작년말부터 올초까지 사용전검사를 받은 태양광·풍력 연계시설의 기관기계보험(CMI) 인수를 거부하면서 작게는 십수억원이 투입된 발전설비가 무보험상태로 가동되고 있다.

발전사 관계자는 “대출이 10억원 이상이면 보증증서가 들어와야 나머지 금융이 완료되는데, ESS에서 화재가 난 뒤로 보험료 견적을 3배 가량 높이더니 작년 11월부터는 그나마도 인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면서 “언제 불상사가 날까 24시간 걱정이다. 배터리실을 연중 23℃ 내외를 맞추기 위해 냉·난방기를 돌리느라 매달 전기료가 80만원씩 나가는데, 사고가 나도 보상을 못받는다니 속이 새카맣게 탄다”고 토로했다.

정부 당국의 원인규명 조사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업계는 아직 모르쇠로 일관하는 분위기다. 조사위 사무국격인 기술표준원은 이달 들어 발생한 2건의 화재에 관한 기본조사를 완료한 뒤 유관기관과 함께 원인규명이 안된 이전 화재들에 관한 시험·실증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에 화재시험 장소가 마땅치 않은데다 각종 조건부여 시험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워낙 사고개소가 많고 전소된 시설이 대부분인데다 아직 합동감식도 끝나지 않은 곳이 있어 아직 (원인을)추정하는 단계”라면서 “최대한 일정을 앞당기려 한다. 거의 매일 분과별 회의와 전문가 분석회의를 열고 있다. 개별기업간 시시비비를 가리기 보다는 이미 깔려있는 가동시설에서 더 이상 화재가 나지 않도록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기업들이 좀 더 검증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조사결과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자칫 자체결함으로 판명될 경우 막대한 배상책임을 피하기 어렵고, 해외시장으로 이슈가 확산될 경우 치명적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해서다. 정부 역시 아랍에미리트(UAE)가 국내 ESS산업 투자를 통한 베트남 진출을 원하는 만큼 조속한 원인규명과 불신해소를 원하고 있다. 앞서 지난 24일 황수성 산업부 신재생에너지정책단장은 서울 모 터미널에 설치된 가동중단 ESS설비를 직접 둘러봤다.

A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사태 추이에 따라 전 산업이 공멸할 수 있다고 본다. 사안별로 명확한 원인규명이 이뤄지되 (가동중단이)무작정 장기화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술표준원은 오는 31일 한국기술센터에서 ESS 안전 요구사항에 관련되 KS표준 제정안 공청회를 열어 ESS 설계에서부터 유지관리에 이르는 포괄적 표준에 대해 업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번 제정안에는 화재 등 9개 위험요인별 고려사항이 포함된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산됐음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공학 전문가는 "이런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면서 어떻게 지금껏 표준이나 가이드라인 하나 없이 진행했는지 기가찰 노릇"이라며 "박근혜 정부 때 공명심에서 기술적 타당성 검토나 해외사례 검토도 없이 사업을 밀어붙인 당시 관료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나. 도피행정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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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우 2019-01-28 11:36:09
보험인수 거절에 사용전검사까지 내주지 않으면 사업을 하라는건지 말라는건지...
애초에 배터리 회사 돈벌게 해주는 정책이라는 게 드러난 셈이네요.
앞뒤 안가리고 만든 정책에 선량한 사업자만 피해보는 건데 가해자들이 피해자 코스프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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