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원유시장서 미국침투 견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이자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이자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투뉴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이자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아람코가 미국으로부터 아시아 원유시장을 지키기 위한 해석으로 풀이된다.

31일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8일 사우디 아람코와 최대 1조8000억원 규모의  Pre-IPO에 관한 투자계약서를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최대 19.9%까지 인수할 수 있게 됐으며,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시가총액을 10조원으로 산정해 주당가치 3만6000원 수준에 인수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은 양사의 이사회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앞서 아람코는 지난해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업체 페트로나스와의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말레이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투자 확대 계획도 밝혔다. 

특히 아람코는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에쓰오일은 이란 국영석유공사(NIOC)와 쌍용양회의 50대 50 합작 투자로 설립된 한이석유를 모태로 한다. 

더불어 아람코는 1991년 쌍용양회가 보유한 쌍용정유 지분 35%를 인수한데 이어 외환위기 이후 쌍용그룹이 해체되자 지분 28.4%를 추가로 샀다. 2015년에는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던 에쓰오일 주식 3198만주를 전량매수하며 지분율을 63.41%로 끌어올린 바 있다.  

에너지 분야 정보분석업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글로벌 플라츠’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로 아시아 주요 원유 소비국에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아람코가 미국으로부터 아시아 원유시장을 지키기 위한 해석으로 풀이된다.

플라츠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소비량은 전세계의 20%가량으로 아시아 국가들은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사우디가 아시아 원유시장의 거점으로 눈여겨볼 만한 시장이라는 게 플라츠의 설명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사우디산 원유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17.1%나 줄었다. 반면 미국산 원유 수입은 같은 기간 1361만 배럴로, 전년 같은 달의 6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가장 낮은 현대오일뱅크까지 아람코 영향력 아래 들어가면서 추후 협상력 약화에 대한 대비에 들어간 모습이다. 

또한 국내 4대 정유업체(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한 3개 업체가 외국계 대주주를 갖게 된점에 대해 외국계 자본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중에서도 현대오일뱅크는 업계 최고의 고도화율과 다변화된 원유도입선 덕분에 정제시설의 원유수용률이 유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오일뱅크 설비들은 여러 종류의 원유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었으나,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지면 향후 추가 설비투자 과정에서도 이 같은 유연성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재무건전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또 아람코가 세계 1위 석유회사인 만큼 앞으로 중동에서 발주되는 선박과 해양플랜트 공사 수주, 석유화학·유전 개발, 윤활유 사업 등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아름 기자 ar7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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