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탄성 저하·O링 손상 등 구조적 문제로 제기능 못해
비싼 가격에 위험성 더 커…차단형과 일반밸브 선택권 필요

▲20㎏ LPG용기에 부착된 차단기능형 밸브에서 누출된 가스에 불이 붙고 있다.
▲20㎏ LPG용기에 부착된 차단기능형 밸브에서 누출된 가스에 불이 붙고 있다.

[이투뉴스] LPG용기에 의한 고의사고 예방 대책의 하나로 2007년부터 20용기에 의무적으로 부착토록 한 차단기능형 밸브가 여전히 가스가 누출되면서 일선현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당초 목적과 달리 기존에 사용하던 일반밸브보다 누설이 더 심한데다,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오히려 소비자를 가스사고 위험에 노출시킨다는 지적이다. 이러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LPG충전·판매사업자 사이에 팽배하다.

어느 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전국에서 벌어지는 사태로 LPG사업자뿐만 아니라 감독기관인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이를 잘 알고 있으나 수차례 품질개선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10용기와 50용기에 부착하는 일반밸브보다 오히려 위험성이 더 높고 가격도 비싼 차단기능형 밸브 부착을 의무화한 것이 개발자만 배부르게 하는 정책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크다. 이를 개발한 곳은 한국가스안전공사. 개발자가 법규를 통해 제품 사용을 의무화시킨 꼴이다. 국민의 안전보다 감독기관이면서 개발자인 가스안전공사의 입장만을 우선시 한 합당치 못한 정책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차단기능형 밸브 도입 및 현황

차단기능형 밸브가 개발된 것은 2000년대 초 대규모 시위에서 LPG용기 밸브를 연 뒤 불을 붙이는 사례가 자주 나타나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다. 여기에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 발생한 가스사고는 814건인데, 이 중 용기밸브 개발이나 호스 절단 등을 통한 고의사고가 230건으로 사고원인별 건수에서 1위를 차지해 대책마련이 요구됐다.

밸브개방에 의한 고의사고, 시위현장에서 LPG용기를 이용한 화염방출, 고령자의 밸브개폐 오조작 사고 등을 막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개발된 것이 차단기능형 밸브다. 개발자는 한국가스안전공사로,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시행규칙 별표를 통해 내용적 40리터 이상 50리터 미만, 20LPG용기에 부착하는 밸브른 과류차단형 또는 차단기능형으로 할 것으로 규정해 부착을 의무화시켰다.

차단기능형 밸브가 도입된 지 12년이 지나는 동안 이에 대한 문제점과 위험성 제기는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O링 등의 구조적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밸브의 O링은 2년 정도 지나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데다, 충전할 때 충전건에 부착된 O링의 손상이 잦으며, 배송이나 유통하는 과정에 먼지나 이물질이 밸브입구로 유입돼 내부 피스톤 고착이나 O링을 손상시켜 가스가 누설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스프링의 경우 20용기가 소비자에게 배달되면 조정기를 연결해 스프링이 압축된 상태로 사용되는데 2~3년이 지나면 스프링 탄성이 떨어져 기밀유지에 틈이 생기거나 내부고착 현상으로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이어진다.

이런 문제점이 이어지자 가스안전공사는 차단기능형 밸브 충전구의 가이드 내부각도를 통일시키고, 밸브와 직접 부딪히는 압력조정기의 고무경도, 내오존성 등 고무물성 기준과 함께 측도관에 대한 고무물성 기준도 강화시켰다.

또한 매년 차단기능형 밸브 수집검사를 실시하고, 특례기준을 통해 용기 재검사 시 이물질 제거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의 현장에서 여전히 차단기능형 밸브의 가스 누출 소식이 이어지면서 사안의 심각성이 커지자 20175월에는 가스단체들이 공동으로 차단기능형 밸브의 구조적 문제와 위험성을 지적하며 제도개선을 건의하기도 했다. 특히 일선현장에서 직접 20용기를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LPG판매사업자들이나 가스를 충전하는 충전사업자들은 밸브 문제로 인한 가스누출에 대한 책임도 결국 사업자들이 져야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방의 한 LPG판매사업자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차단기능형 밸브에서 가스가 새는 십수개의 LPG용기를 아예 별도의 장소에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단밸브 의무화 문제점과 개선대책

차단기능형 밸브는 사실 말이 차단기능형이지 반쪽짜리 기능이다. 고의로 밸브를 개방해 일으키는 사고는 예방이 가능하다, 조정기가 연결된 상태에서 호스절단에 의한 고의사고는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충전할 때 충전건의 O링이 밸브에 딸려가거나 근본적인 밸브제품 불량 등으로 지금도 전문검사기관에서 불량밸브 교체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가스사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20용기에만 부착이 의무화된 상황에서 1050용기에 사용되는 기존밸브에서는 불량이 거의 없다. 특히 1050용기가 일반밸브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이를 이용한 고의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없으며, 가스가 새는 불량 밸브도 지적된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20용기만을 대상으로 고의사고를 막는다며 부착을 의무화시킨 조치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LPG가 서민연료라는 점에서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도 부담이다. 차단기능형 밸브는 개당 7000원대를 넘어서 일반밸브보다 2000원 정도 가격이 높다. 그만큼 재검사비용도 늘어난다는 점에서 서민층이 대부분인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가 빚어지는 셈이다.

정부와 유관기관이 일선현장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단체·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사업자가 그동안 안전성이 검증된 일반밸브와 차단기능형 밸브 가운데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부 차단기능형 밸브에서 빚어지는 문제라고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자칫 인명 손상이 발생하는 가스사고로 이어질 경우 그 피해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조적 문제를 알면서도 쉬쉬하며 제도개선에 나서지 않는 것은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나 관리·감독기관인 가스안전공사의 직무유기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강릉 펜션 가스보일러 CO중독사고처럼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또 보일 수는 없지 않는가 말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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