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냉방, 하절기 전력피크 완화 효과 '톡톡' / 年 4만4000원으로 여름나기 가능

"작년엔 온난화로 매출이 형편없없습니다. 올해도 예년 같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이 1~2월 반짝 추위로 판매량이 꽤 됐습니다. 하지만 3월 들어 갑자기 기온이 5~6℃나 올라가는 바람에 성수기 평균 매출만 까먹게 생겼습니다."

 

최근 매출 추이를 설명하던 한 도시가스사 관계자는 "온난화 때문에 난방사업도 갈수록 매력을 잃고 있다"며 이같이 푸념했다. 2005년을 정점으로 동절기 매출이 매년 5~10%씩 줄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그는 "판매량 감소율은 크고 공급구역 확대는 제한적이라 매출 감소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면서 "온난화의 영향을 받기는 다른 난방사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간 계속되고 있는 이상고온과 한반도 아열대화가 전통 난방사업군인 도시가스, 집단에너지, 난방기기 업계를 울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난방사업자가 성수기로 치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의 평균 최저기온은 1910년 대비 4.3℃나 상승했다. 게다가 갑자기 찾아 온 늦봄 날씨로 서울의 경우 지난 3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5℃ 오른 6.3℃를 나타냈다.

 

겨울은 점점 따뜻해지고, 그나마도 짧아지는 전형적 온난화 현상 탓이다.

 

난방사업이 이처럼 고전하고 있을 때 냉방업계는 때이른 특수를 맞고 있다. 포근한 날씨와 여름이 길어질 것이란 예보가 나오면서 냉방기기 예약판매가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가전업계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에어컨 판매량은 전월 대비 2~4배 상승했다.

 

기상청 기후예측과 관계자는 "올해 1월은 평균 최저기온 상승이 평균 최고기온에 비해 5.7배 높았다"면서 "이러한 상승률은 우리나라가 전 지구 온난화와 도시화에 영향을 심하게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온난화로 주목받는 냉방사업 = 얼마 전까지 난방사업자는 '8대 4' 공식을 불분율처럼 여겼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를 보일러 가동이 필요한 '난방기'로, 6월부터 9월까지를 에어컨 사용이 필요한 '냉방기'로 본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이 공식은 온난화를 감안해 '7대 5(난방 7개월, 냉방 5개월)'로 바뀌었다. 난방비지니스 기간이 1개월 준 대신 냉방비지니스가 1개월 늘어 그만큼 냉방사업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계산이다.

 

이같은 사업여건 변화에 따라 난방업계는 냉방수익 창출을 위한 체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난방 일변도의 수익구조로부터 벗어나 냉방부문에서도 수익을 올려보겠다는 포석이다.

 

온난화에 가장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난방수익 감소로 타격을 받는 집단에너지와 도시가스업계다.

 

집단에너지는 여름철 지역냉방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고 도시가스사는 소형 가스냉방 사업을 신사업 부문으로 육성할 움직임이다. 다만 급격한 연료비(LNG) 상승으로 두 곳 모두 이렇다 할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난방업계의 냉방사업 진출을 국가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식경제부 에너지관리과 관계자는 "냉방 보급이 확대되면 국가 전체적으로 여름철 전력피크 부하 완화와 에너지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올 상반기까지 지원내용을 담은 '지역냉방 보급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경부는 지역냉방 설치비가 건설업체에 추가 비용부담 없이 분양가에 포함되도록 '공동주택 분양가 상한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고 혁신도시나 기존 고시지역을 대상으로 지역냉방 시범지구를 지원하는 등의 다각적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지역냉방으로 피크전력 완화 = 난방업계는 '지역냉방' 보급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역냉방이란 열병합발전소처럼 대규모 열생산시설에서 경제적으로 생산된 온수나 냉수를 일정구역에 일괄 공급하는 냉방방식으로, 하절기 피크전력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좋아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급이 장려되고 있다.

 

공동 주택을 중심으로 지역냉방 시스템을 확대하면 에어컨 보급 증가에 따른 에너지 소비효율 저하와 피크전력 증가를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게 정부 측의 판단이다.

 

한국전력 통계에 따르면 1990년 이후 2004년까지 에너지 수요는 연평균 6.2% 증가했다. 그러나 개별냉방 증가에 따라 같은기간 전력수요는 연평균 9.1%나 늘었다. 하절기 최대 부하의 20% 이상이 냉방부하로 소비되는 실정이다.

 

냉방기간이 짧았던 그간의 국내기후로 무분별한 에어컨 설치가 급증했고, 이는 냉방용 전력비 증가와 하절기 피크전력 최대치 경신이란 부작용을 초래해 온 것이 사실이다.

  

지역냉방이나 가스냉방이 확대되면 하절기 피크전력의 상당부문을 해소하는 한편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의 동고하저(冬高夏抵) 수요패턴을 균일하게 완화시켜 비수기 저장을 위한 막대한 투자와 버려지는 지역난방 여열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지역난방공사 냉방사업팀 관계자는 "수도권 CHP(열병합발전.Combined Heat and Power) 전기와 열을 효율적으로 활요하면 하절기 평균부하와 최대전력 부하의 편차를 상당부분 감소시킬 수 있다"며 "이는 LNG 복합발전 대체 효과와 발전소 건설 투자비 절감에도 기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만족도 높은 지역냉방 = 지역냉방은 크게 '온수식'과 '냉수 직공급식'으로 나뉜다. 온수식은 수송관을 통해 공급된 95℃의 온수가 건물에 설치된 흡수식냉동기나 제습냉방기를 거쳐 냉수 및 냉기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냉수 직공급식은 집단에너지시설 자체에서 심야전기 빙축열 등으로 3.5~7℃의 냉수를 만들어 배관을 통해 각 건물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냉방기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국내 공동주택에 지역냉방이 보급된 곳은 2006년 정부 시범사업으로 지정된 경기 안산푸른마을 106세대가 전부다. 공급사인 안산도시개발 자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시범사업 공동주택의 75%는 지역냉방 설치 후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며, '불만족'이라고 답한 세대는 5%에 불과했다.

 

이처럼 지역냉방 수용가의 만족도가 높은 것은 연간 4만4000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한 여름 폭염을 시원하게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누진제가 적용되는 전기요금의 특성상 에어컨을 가동해 매달 10여만원이 넘는 전기료를 지불하는 일반 가정과 크게 비교된다.

 

류시원 지역난방공사 냉방사업팀 과장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초기 투자비가 개별냉방 대비 2배 가까이 든다는 점이 사용자 선호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공동주택 지역냉방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정책자금 지원 등의 확대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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