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전공대에 바란다
[칼럼] 한전공대에 바란다
  • 허은녕
  • 승인 2019.03.25 08: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이투뉴스 칼럼 / 허은녕] 이번 정부의 공약이자 한국전력공사가 투자하기로 한 한전공과대학교가 부지를 확정하고 총장 선출 절차에 들어갔다. 한전공대 입지선정위원회는 지난 1월 말 전남 나주시 나주부영골프장 일원 120만㎡을 한전공대 자리로 선정했다. 이곳은 한국전력 본사와 가까우며, 주변 편의시설도 좋을 뿐 만 아니라 2022년 3월 개교 일정에 맞추어 빠르게 공사를 마무리 할 수 있는 입지다. 한전공대는 현재 총장 후보를 추천받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 사전인 나무위키에도 작년부터 이미 ‘한전공과대학교’라는 이름으로 정보가 검색되고 있다. 한전이 밝힌 한전공대의 규모는 학생 1000명, 교수 100명으로 교수대 학생비율이 1:10을 넘지 않으며, 학부 400명(학년당 100명), 대학원 600명을 배정, 대학원 중심 대학임을 보여주고 있다. 설립자금 5,000억원과 연간 운영비 1,000억원 중 일부를 최초 10여년간 한전이 투자할 것이라고 이야기 되고 있다.

저자는 한전공대에 대하여 벌어지고 있는 찬반논의 보다는, 에너지 분야의 종사자로서 한전공대가 세워진다면 이러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희망사항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지난 1~2개월 동안 주변의 기업, 학자 및 전문가 분들과 나눈 논의에 본인의 희망사항을 추가하였음을 밝힌다. 

먼저, 확실하게 ‘공대’였으면 한다. 공과대학의 특징은 산업계와 가깝게, 아니 같이 지낸다는 것이다. GIST, UNIST 등은 모두 과학기술정통부 소속의 대학으로, 논문 많이 쓰는 것이 목적인 과학대학이지, 우리나라와 나아가 세계의 기업들과 소통하고 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현장에서 함께 해결하는 공과대학이 아니다. KAIST가 설립될 때는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지만 이제는 다들 다른 길을 가는 대학들이다. 기업들은 더 이상 이들 대학에 가서 자문을 구하지 않는다. POSTECH은 공대로 시작하였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산업과 멀어졌다. 1999년 BK사업 실시 이후로 지난 20여년간 SCI논문 숫자가 대학과 교수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다보니 POSTECH 교수들조차 산업과 이야기하고 현장에 가기보다는 연구실에 박혀서 논문 쓰기에 바쁘다. 현재의 POSTECH이 한전공대의 모델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다른 대학교 공대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외국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이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대학들과 연구소들을 벤치마크 하라고 조언한다. 독일의 대학들과 프라운호퍼, 막스프랑크 연구소, 그리고 프랑스의 국립대학들이 이야기 되고 있다. 독일 대학들은 최고수준의 연구를 하지만 동시에 기업 및 지방의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연계한다. SCI 논문수가 아니라 기업 및 현장과의 연계정도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커리큘럼을 보면 공학기술 뿐만 아니라 경제경영 수업이나 산업현장 학습이 동시에 진행된다. 

다음으로, 한전공대는 최고의 학생들을 모집하여야 한다. 최고의 학생들을 모집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프랑스의 국립대학을 이야기 할만 하다. 파리의 국립대학들은 졸업이 어렵기로 정평이 나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랍의 왕자들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온 귀족들이 그득하다. 졸업은 하지 못하더라도 파리의 명문대학교에 다녔다는 것과 그들 간의 인맥 형성에 나중에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프랑스도 나쁠 것이 없다. 이들이 친 프랑스 성향을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공부 잘하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사회적으로, 또는 세속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은 학생들을 함께 선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만족시키려고만 해도 수많은 규제와 장벽에 부딪힐 것이다. 기존의 한국의 대학들이 모두 일률적으로 국내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입학전형 위주였다면 한전공대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완전히 다른 입학전형방식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교육부 소속 대학들이 SCI 기준으로 평가받는다면, 한전공대는 기업과 현장에서의 활동 여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특별히 인가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제 그 정도 수준의 대학이 한국에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전 세계 기업들이 찾아와 문제를 의뢰하고, 전 세계의 성공한 사람들이 자제들을 보내어 인간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대학 말이다. 한전이 바로 세계적인 전력기업이니, 한번 기대를 걸어 봄 직 하지 않은가? 

하나만 더하자. 한국에는 에너지를 전문으로 하는 대학교가 없다. 전문대학원으로는 여기저기 작은 것이 있지만, 에너지의 모든 분야를 전부 다루는, 그래서 그 대학에 진학하면 에너지 분야라면 원하는 대로 모두 배울 수 있는, 그런 진정한 에너지대학교는 없다. 한전공대 설립으로 그 정도만 이루어질 수 있어도 정말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라성 2019-03-26 09:06:06
좋은 의견이네요.
다만 "세속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은 학생들을 함께 선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표현이 마음에 걸리는군요. 과연 대한민국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가치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총장 후보 출사표가 아니시길 빕니다.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27길 36 809-2호(구로동, 이스페이스)
  • 대표전화 : 02-877-4114
  • 팩스 : 02-2038-374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욱
  • 편집국장 : 채제용
  • 편집인 : 이재욱
  • 제호 :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 이투뉴스
  • 법인명 : (주)에너지환경일보
  • 등록번호 : 서울 다 07637 / 서울 아 00215
  • 등록일 : 2006-06-14
  • 발행일 : 2006-06-14
  • 발행인 : 이재욱
  •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 이투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 이투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2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