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시장원리를 도외시한 정부의 안이한 임기응변식 전력시장 규제가 최근 한 포럼에서 참석자들의 융단폭격을 받았다. 특히 조만간 민간석탄발전기 정산조정계수를 비롯해 변동비 산정 및 용량요금,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에서 불거질 문제들이 법정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성 발언도 쏟아졌다.

‘전력시장 패러다임 전환의 도전과 기회’라는 주제발표를 한 변호사는 현행 전력시장 규제는 급변하는 외부환경과 달리 진입부터 전력수급계획으로 정부 통제아래 놓여 소매시장까지 한국전력공사의 실질적 독점속에 전기요금도 정부가 인가해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도매시장의 경우 과도기 체제인 변동비 반영시장(CBP) 고착화에 따라 여러 파생문제가 발생하는데다 정부는 전력시장 운영규칙이란 만능규제로 사실상 모든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시장을 가장한 수직통합규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간 정산조정계수 역시 정당성과 합리성이 부족한 전력거래가격 결정 메커니즘으로 헌법상 재산권 제한 규정과 전기사업법 전력거래 방식 위배, 민간발전기 보상 방식과의 차등 등에 따라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정산조정계수는 한전과 자회사간 투자보수율 격차 유지와 발전자회사 당기순손실 방지 등을 명분으로 운용되고 있으나 실질적인 정산이 아니라 정부당국이 개입해 전력거래가를 임의도출하는 가격결정 메커니즘이어서 공정거래법과 약관규제법 위반소지가 크다는 지적.

이같은 지적은 관변 연구원에 근무중인 전문가에게서도 나왔다. 즉 현행 비정상적 시스템은 미래에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며 전기요금부터 에너지신산업, 환경문제 등 굵직한 문제가 모두 이 시장시스템 때문에 막혀 있으나 여전히 정부는 근본적으로 고칠 노력이나 의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관변 연구기관 인사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첨예하게 얽혀 있으나 이를 해결할 역량이 없어 계속 누더기로 만들어 결국 손을 댈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면서 중증환자로 전락한 전력시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앞으로 1~2년이 걸리더라도 이해관계자들의 모여 근본적 변화를 위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학계 관계자도 민자석탄의 경우 소비자 요금문제, 발전원간 원가 차이, 수급계획 문제가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어 근본적 타협이 어렵기 때문에 법정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국내 자원을 총동원해서 인력풀을 만들고 지속가능한 체제를 만들어야 하며 전력거래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실은 정부 당국도 이런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공공연하게 알려진 불편한 진실일 뿐이다. 문제는 아무도 혼돈의 매듭을 풀기 위해서 나서지 못하는 풍토가 서글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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