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 에너지이용 효율지표 개발 … 정부 개입 수요관리는 한계

 

에너지 절약이 몸에 밴 이현주씨(30대 주부)는 '짠순이'로 통한다.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짜~"란 주위의 비아냥을 "아껴야 잘 살죠"라며 넉살좋게 받아치는 3년차 맞벌이 주부다.

 

그녀는 신혼 때부터 두가지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현주씨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낼 때 문을 열어 놓고 따라 마시는 경우가 많아 물을 아예 냉장고 밖에 내놓는 습관을 들였다"고 했다. 냉장고 문을 여닫는 횟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또 밥 짓기가 귀찮아 한번에 많은 양을 지어놓는 여느 맞벌이 주부와 달리 저녁과 다음날 아침 먹을 양만큼만 조리해 놓고 전기밥솥 코드를 뽑아놓는다.

 

그녀는 "하루나 이틀씩 밥솥을 보온해 놓으면 밥맛도 없고 소비되는 전력도 많다"며 "에어컨처럼 전력소비가 많은 곳엔 관심이 있어도 이렇게 작은 곳에서 새나가는 에너지가 꽤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에너지관리공단의 '짠돌ㆍ짠순 선발이벤트'에 우수작으로 선정된 이야기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종 에너지 소비율은 2010년까지 연평균 3%씩 증가할 전망이다. 이대로 에너지 소비가 늘면 매년 1기 이상의 화력발전소를 새로 지어야 할 판이다.

 

게다가 배럴당 85달러 내외로 점쳤던 올해 국제유가가 연초부터 100달러를 넘나들면서, 고유가로 인한 충격이 1차 석유파동 당시를 육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란 소극적 개념의 유가대책을 구체적 수요관리 대책(본보 1면 이재훈 차관 인터뷰 참조)으로 전환한 것도, 최근 에너지 수급 환경이 산업ㆍ경제가 감내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아껴쓰기', '에너지절약'으로 통용되는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봤다.

 

▼ 수요관리의 양면성 = 정부 당국자들은 에너지 수요관리와 관련, "자원개발보다 어려운 게 정부 주도의 수요관리"란 표현을 곧잘 쓴다. 정부 개입을 전제로 하는 수요관리의 양면성을 뜻하는 말이다.

 

에너지는 경제 성장과 산업발전의 동력이므로 적정선을 넘어선 수요관리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국민 생활과 직결된 수요관리 대책일수록 한층 조심스럽다.

 

예를 들어 정부가 10부제 운행을 강제한다면 계산상으로는 차량 수송연료의 10%를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써 기대되는 편익이 국민 불편, 소비심리 위축, 정책 개입에 대한 반감 등을 무릅쓸 만한 것이냐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 얽히고설킨 수요-공급-관리 기능 일부를 조정하는 것 자체가 정책 왜곡을 담보로 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그간의 정부 주도 수요관리 정책은 시장 자율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정책 입안은 정부, 계도ㆍ홍보는 거부감 낮은 시민단체, 실천은 국민ㆍ산업계의 몫으로 나뉘는 식이다.

 

그러나 자율 중심의 이같은 수요관리 정책도 최근처럼 안정적 에너지 수급에 대한 위협요인이 증가하면 실천 단계를 직접 간섭하는 수준으로 전환된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했던 냉ㆍ난방 온도 제한을 일정 규모 이상 민간 건물로 확대하는 것에서부터 전시 등 최악의 경우 제한 송전, 유류 배급제 실시 등의 단계별 대책이 추진된다.

 

▼ 소비주체 체질개선 시급 = 비상시를 제외하면 정부는 '가급적 실천 단계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인위적 소비 제한에 앞서 에너지이용 효율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때문에 에너지이용 효율화는 에너지 다소비 부문의 체질개선을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명ㆍ전기제품을 고효율기기 위주로 보급하고, 대기전력 저감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에 경고 표지를 부착토록 하는 시책 등이 이에 해당한다. 경차 확대보급을 위해 LPG연료 사용을 허용한 것도 이미 2년 전부터 검토돼 온 내용의 하나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산업부문과 수송부문은 업계와의 자발적협약(VA)을 통해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1350여개의 다소비 사업장이 정부와 VA를 맺고 정부로부터 2006년 한 해에만 1100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또 지난해부터 연간 에너지사용량이 2000TOE를 넘는 사업장에 대해 전문가의 진단이 의무화됐다.

 

지식경제부 에너지관리과 관계자는 "제조ㆍ생산 단계의 에너지 효율 향상과 함께 완성품 자체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시책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면서 "자동차 제작사와는 연비 개선을 위한 자발적협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정부는 공공기관이 고효율 에너지 기자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고효율 에너지기자재 보급 촉진 규정'을 개정하고 에너지 효율등급 표시제 대상 제품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절약시책 '성적표' 만든다 = 이처럼 정부 주도의 다양한 에너지절약 시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문제는 소비 주체들이 얼마나 실행에 옮기고 이를 통해 얼마나 성과를 거뒀는지 정량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에너지소비는 경제성장을 따라 동반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 데다 소비 주체의 실질적 참여가 없으면 성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국가 전체 효율화 추이 분석이 가능한 객관적이며 정량화된 효율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에너지이용 효율지표'로 이름 붙여진 평가지표가 바로 그것이다.

 

정부는 2005년부터 국가 에너지이용 효율화 추이 분석을 위한 기초정책 연구를 추진한 끝에 현재 산업부문의 분석기법과 틀을 개발해 놓은 상태다.

 

지경부 관계자는 "오는 2009년까지는 가정ㆍ상업, 수송 등 부문별 효율지표도 추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각 부문의 효율지표 개발이 완료되면 어느 부문에서 얼마나 에너지절감이 이뤄지고 있는지 측정이 가능해지고, 이는 향후 에너지절약 시책에 반영돼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절약 정책이 수립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효율지표를 통한 국가 차원의 에너지절약은 EU와 프랑스 등의 선진국에서 먼저 시도된 바 있다.

 

EU는 12개 회원국이 참여한 가운데 1993년부터 에너지효율지표 작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반년마다 효율지표 통계자료를 갱신, 결과를 회원국이 공유해 효과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또 캐나다는 매년 부문별, 요인별 에너지 사용량 증감을 반영한 보고서를 발간해 국가 전체의 에너지 소비는 물론 부문별, 용도별 에너지 소비 측정에 활용하고 있다.

 

에너지시민연대 관계자는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공공장소의 75%가 적정 실내온도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면서 "구호에 그치는 에너지 절약보다 실천을 전제로 한 시책과 자발적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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