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미세먼지로 전세계에서 조기 사망한 사람이 2015년 기준 880만명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산한 연간 흡연사망자 730만명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 마인츠의대와 막스플랑크연구소 공동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유럽심장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입자의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 1㎍은 100만분의 1미터)인 초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 혈액까지 침투할 수 있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초미세먼지의 유해성이 크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처럼 구체적인 숫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진은 특히 흡연은 피할 수 있지만 오염된 공기는 피할 수 없다면서 대기오염은 이제 고혈압과 당뇨, 비만과 같은 정도의 건강위험 요인이 됐다고 경고했다.

담배보다 해로운 미세먼지로 인해 특히 중국의 경우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2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 결과 대기오염으로 인해 전세계인의 평균수명이 2.2년 단축됐다.

연구진은 유럽 대부분의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원은 화석연료에서 나오기 때문에 대체에너지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며 친환경적이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할 경우 대기오염에 따른 사망자 수를 최대 55%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한 초미세먼지 기준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은 물론 우리나라도 초미세먼지 최대한도가 25㎍으로 WHO 기준보다 2.5배 높다며 미국과 캐나다, 호주처럼 WHO 지침을 규제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우리나라의 경우 초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자수는 2015년 기준 1만1924명이라고 밝혔다.

미세먼지로 인한 경제적 피해 역시 만만치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날은 25.4일로 하루당 손실비용 1586억원을 계산할 경우 무려 4조23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 일상화로 가구당 월평균 2만1260원을 지출, 2017년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액 256만원의 0.83%에 해당한다. 미세먼지 관련지출은 30~40대와 고소득층에서 많았는데 30대가구는 월평균 2만5780원, 40대 가구는 2만3720원을 썼다. 소득수준별로는 월소득 500만원대 가구가 2만6040원을 쓴 반면 월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는 1만590원만 지출했다.

미세먼지는 이제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국민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데 정부는 전력투구해야 한다. 정부는 최근 5년간 초미세먼지 농도 구간별 중국 영향도를 분석한 결과 30~50%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중국과의 협력 없이는 미세먼지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국내적으로 최선을 다해 초미세먼지 대책을 강구하되 중국 역시 미세먼지 해결이 어느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설득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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