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저감 비용 효율적 vs 온난화 완화 '들러리' 역할

[이투뉴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탄생한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아이디어는 지난 20여년간 전 세계로 서서히 퍼져나갔다. 세계적으로 40개 이상 정부들이 화석연료에 직접 세금을 부과하거나,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탄소에 가격을 책정했다.

영국은 2013년 탄소세를 도입한 이후 석탄 소비가 크게 감소한 대표적인 나라다. 캐나다 연방 정부는최근 기후 정책 수립을 거부한 4개 주정부에 화석연료 세금을 부과해 탄소 가격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미국 북동부 9개 주정부들은 발전 부문에 대한 배출량 기준치를 설정하고 거래가능한 배출권을 구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석탄과 원유, 가스 연소 가격을 높이는 것이 배출을 줄이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해왔다. 탄소세 도입과 확대를 추진하는 정책의 배경이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은 의미 있는 저감량을 가져올만한 탄소 가격을 책정하는데 정치적인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다. 최근 프랑스와 호주에서 탄소세 증세 시도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유권자들의 강한 반발로 좌절됐다. 이 사건을 포함해 현재 세계 탄소 가격 정책은 지구 온난화를 완화하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 중 들러리 역할에 그치고 있다고 <뉴욕 타임즈>는 최근 지적했다. 

◆캐나다, 탄소세 환급으로 에너지가격 낮춰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탄소 가격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주도로 진보당 집권 정부는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이산화탄소 톤당 15달러의 탄소세를 석유와 석탄, 가스 산업에 부과하기로 했다. 이 탄소세는 2022년 38달러로 점차 늘어난다. 거둬들인 탄소세 대부분은 캐나다인들에게 환급된다. 캐나다 정부는 세금 환급이 국민 70%의 높은 에너지 가격 부담을 상쇄해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철강과 화학 등 국제 무역경쟁에 부딪히고 있는 주요 여러 산업계는 면세를 받고 있다. 대신 이 업계들은 개별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다. 각 분야에서 가장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회사들은 정부에 초과 배출량에 대해 벌금을 지불하거나 가장 청정한 회사에 지급될 탄소 크레딧을 구매해야한다. 

주정부들이 자체적인 기후 정책을 시행하고 있을 경우 연방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는 올해부터 톤당 30달러로 연방 정부보다 더 높은 탄소세를 시행하고 있다. 퀘백 주는 지역 배출권 거래제를 제정했다. 

반면 온타리오 주를 포함한 4개 주정부들은 독자적 기후 계획 수립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중앙 정부는 이 지역들에게 연방 탄소세법을 지난 1일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탄소세는 트뤼도 총리의 기후 핵심 정책 중 하나다. 그는 캐나다의 배출량을 2050년까지 2005년 기준 30% 절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기후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캐나다는 오는 10월 전국 선거를 앞두고 있으며, 반대파 보수당은 집권시 기후 관련 세금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어 캐나다의 탄소세 존폐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영국, 탄소 가격 하한제 도입

산업 혁명의 주역이었던 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근 198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발전소들이 석탄을 포기하고 저배출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도록 독려한 정부의 ‘탄소세’가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앞서 영국은 유럽연합의 탄소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했다. 유럽 연합의 배출권 거래제는 주요 산업계에 최대 배출량을 제한하고 있으며, 회사들이 배출 허가증을 사고 팔수 있게 했다. 

그러나 유럽 탄소 거래 시장에서 배출권이 넘쳐나면서 탄소 가격은 지난 수 년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배출권 거래 사업은 배출 저감에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영국 의회는 2013년 전력 산업을 포함한 특정 산업에 탄소 가격 하한제를 제정했다. 이는 톤당 약 25달러의 ‘탄소세’ 였다. 이 세금은 전력 발전사들이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빠르게 연료원을 바꾸게 했다. 탄소세가 상당한 배출 저감을 이끈 대표적인 예다. 

◆탄소 가격정책 적극적인 미국 주정부 

미국 의회에서 기후 정책이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반면 주정부들이 탄소 가격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미 북동부 9개 주정부들은 최근 배출권 거래제인 ‘지역 온실가스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있다. 이 탄소 거래 시장에서 현재 탄소 가격은 낮은 편이며, 탄소가격이 지역의 배출 저감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 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주정부들은 이 사업을 통해 올린 수익을 효율과 청정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면서 배출 저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버지니아 주와 뉴저지 주는 ‘지역 온실가스 이니셔티브’에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북동부 주정부들도 비슷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자동차와 트럭에 대한 차량 연료에 탄소세를 부과해 거둬들인 수익으로 대중 교통과 전기 버스, 저탄소 사업에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발전사와 제조 분야, 정유 등 다양한 탄소 배출 산업계를 대상으로 한 독자적 배출권 거래제를 제정했다. 거래 시장에서 탄소 가격은 높지 않은데, 처음 배출 기준치가 꽤 높게 정해진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주정부는 현재 배출 기준치를 낮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배출량 저감은 배출권 거래제의 효과라기 보다는 주정부의 건물 효율 기준,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량 등 다른 기후 정책의 결과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내년부터 배출권 거래제 확대 

중국 정부는 2011년 부터 배출권 거래제를 상하이와 선전 등 몇 개 도시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중국은 몇 년간 시범 사업을 진행한 뒤 전력과 강철, 콘크리트 등 에너지 집약 산업계로 확대하고 2020년부터 전국적으로 배출권 거래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이 계획대로 일을 진행한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탄소 가격 사업을 보유하게 된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배출권 거래제를 설계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와 유럽 연합의 대표단과 논의를 통해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폐지된 배출권 거래제 복원 이슈  

호주의 노동당 집권 정부는 지난 2012년 탄소 가격을 톤당 23달러로 설정한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채택했다. 호주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전국적으로 탄소 배출량은 감소했으나, 산업계와 유권자들로부터 극심한 정책적 반대에 시달렸다. 

보수적인 자유당이 2013년 집권하자 정부는 신속하게 배출권 거래제를 폐지했다. 

현재 호주는 ‘세이프가드 메커니즘’이라 불리는 훨씬 더 관대한 탄소 가격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배출량 기준치를 초과한 대형 회사들이 탄소 크레딧을 구매할 수 있게 했으며, 2017년 손에 꼽힐만한 몇 개 회사들이 약 600만달러를 크레딧 구매에 소비했다. 호주는 현재 배출 저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호주는 오는 5월 연방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노동당은 전국에서 가장 오염원을 많이 배출하는 산업계를 포함시킨 배출권 거래제를 다시 회복시킬 것을 제안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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