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지난 주말 캐나다 온타리오 주민들은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자동차 유류 요금이 오르기 전에 이를 뒤집을 마지막 기회라는 보수당 앤드류 쉬어 당대표가 보낸 문자다. 지난 1일부터 진보당 집권 정부가 기후정책 수립을 거부한 4개 주에 시행한 ‘탄소세’를 오는 10월 총리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려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보수당 대표의 구태의연한 행태였다. 

앨버타 주의 연합 보수당 대표인 케니도 오는 16일 주지사 선거에서 당선되면 탄소세부터 철수하겠다고 공표하고 있다. 케니는 지역 투자를 늘리기 위해 탄소세를 없애는 것뿐만 아니라 샌드오일의 온실가스 배출 제한량도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세금 폭탄’이라는 프레임과 걸맞지 않게 실제 유류세 증가는 그리 크지 않다. 북미 지역 유류 정보 알림 웹사이트인 ‘개스버디(GasBuddy)’에 따르면 탄소세 적용 이후 보통 휘발유는 캐나다 레지나 지역에서 1.18달러에서 1.22달러로, 위니페그에서는 1.14달러에서 1.18달러로 올랐다. 그러나 탄소세 도입과 함께 GM사가 캐나다 내 자동차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하자 실업자가 되는 주민들도 생기면서 탄소세 논쟁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의 탄소세 철수 공약을 담은 선거 캠페인은 시기적으로 다소 역설적인 부분이 있다. 캐나다의 온난화 속도가 전세계 평균보다 2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연방 소속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기 때문이다. 

탄소세는 다른 기후정책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세계 경제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이론을 실제로 적용한 몇몇 나라들의 사례들을 보면 정치적 대립 또는 시민들의 저항이 심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도 탄소세 도입을 시도했다가 지지율 하락이라는 씁쓸한 국면을 마주하고 있다.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한 ‘노란 조끼’ 시위대는 그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최고 친환경 주로 꼽힌 적 있는 워싱턴주 주민들은 투표를 통해 탄소세 도입을 좌절시켰다. 

탄소 저감을 위한 탄소세 등 기후 정책 수립은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 변화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리기를 쉬지 않아야 할 것이다.

트뤼도 총리의 탄소세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10가구 중 8가구는 세금 환급을 통해 탄소세를 환불 받을 예정이다. 정부는 탄소세를 통해 2019-20년 23억6000만 달러 규모의 세금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 중 90%를 세금 환급으로 지불할 예정이다. 세수익이 높으면 환급금도 높아진다. 최근 국민 지지도가 떨어진 트뤼도 총리가 국민을 설득해 논란의 탄소세와 함께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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