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 전력수급계획서 3410만톤 전환부문 반영여부 시선 집중
전문가들 “연도별 발전량 믹스 제시 후 공론화로 답 찾아야"

▲화력발전 5사 연도별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
▲화력발전 5사 연도별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

[이투뉴스] “전력산업 구조와 시장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온실가스 규제만 하려다보니 발전부문의 감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거다. 배출권거래제 자체를 바꾸든지, 현행 급전방식을 바꾸든지 하지 않고선 앞으로도 어렵다.” (정부출연연구기관 A연구위원)

올해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반영과 내년 ‘2050 국가 저탄소 발전전략’ 제출을 앞두고 발전부문(전환)을 향해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부문의 배출량은 대책없이 늘어나는데, 배출권거래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하고 전력시장제도 역시 요지부동이서다. 

7일 전력업계와 정책당국에 따르면, 작년 7월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안 확정 시 전환부문 목표량으로 할당된 5780만톤 가운데 정부가 기후·대기·에너지정책으로 달성하겠다고 한 2370만톤 이외 3410만톤을 어떻게 이행할지는 여전히 의문부호다. 감축성과도, 이렇다 할 대책도 없는 발전부문을 '고장난 시계'로 비아냥대는 이유다. 

실제 현행 에너지세제 개편이나 봄철 발전량 상한제약 등의 ‘무늬만 환경급전'은 실효성 있는 원별 발전량 변화나 온실가스 감축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비용부담 등을 이유로 공론화를 꺼리고, 환경부는 그런 산업부 눈치를 보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앞서 산업부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전환부문 온실가스 3410만톤의 감축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각계 의견을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에 따라 이 계획은 작년 기준 7억6800만톤인 배출량을 2030년 5억7400만톤, 2040년에는 5억톤 순으로 각각 낮추는 수준에서 봉합됐고, 추가감축분 처리여부는 후속 9차 전력수급계획으로 공이 넘겨졌다.

문제는 9차 전력계획도 사정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GWh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석탄화력 950톤, LNG 400톤으로 단순 계산해 이 물량을 소화하는 것으로 시뮬레이션 하면, 2030년 석탄화력 비중은 종전 36%에서 25~26%로 최소 10%P 낮춰야 한다. 그만큼 석탄발전량을 줄이고 LNG발전량을 8차 계획 목표비중(19%)보다 높여야 한다.

여기에 발전연료비만 따지는 현행 CBP(변동비반영) 전력시장체제로는 목표년도의 발전량믹스대로 시장이 운영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15년 이상의 장기 연료가격 예측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산업부는 8차 전력계획에서 발전연료 세제개편과 배출권 비용 반영을 통해 2030년 발전량 비중을 석탄 36%, LNG 19%, 원자력 24%, 신재생 20% 등으로 구성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된 2015년부터 작년까지 국가 배출총량은 꾸준히 늘고 있고, 발전 원단위는 하락하고 있다. 5~6차 전력계획에 의해 허가된 신규 석탄화력이 속속 가동되고 있고, 최종 전력부문 소비량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발전부문의 배출량 감축은 결국 배출권거래제 정상화든, 전력시장제도 전면개편이든 양자택일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 A 연구위원은 "발전부문만의 책임이라기보다 발전부문 감축을 유도하지 못하는 배출권거래제나 급전방식의 문제로 보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은 기존 계획에 대한 이행실적 평가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적 부담을 지지않으려 산업부가 지나치게 수세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외부서 석탄공화국이라고 비난하면 감축한다고 했다가 탈석탄이 문제라고 하면 아니라고 한다. 이런 임기응변식 대응으론 안된다"면서 "어느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지, 비용은 얼마가 될지는 추후 논의하더라도 가능하면 매년, 최소 5년 단위 원별 발전량믹스 로드맵을 제시해야 발전사들의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발전사들은 9차 계획에서 2033년 목표가 제시되더라도 믿지 않을거다. 정권이 바뀌면 흐지부지 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우선 전환부문 온실가스를 어느선에서 수용할지 논의한 뒤 발전량 믹스롤 세워 미리 신호를 줘야한다. 장기믹스는 어느날 조정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가스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단기간에 이를 이행할 방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창훈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 기후변화 문제가 없을 땐 상관없지만, 현행 에너지계획은 기후변화와 직접 연관된 계획이므로 반드시 발전량 계획과 연계돼야 한다"고 주지했다. 이와 함께 3%에 불과한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을 발전량 믹스의 변화가 충분히 가능한 수준으로 현실화 해야한다고 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2년이든 5년이든 경로별로 발전량 계획이 나와줘야 온실가스감축과의 정합성을 맞출 수 있고, 무상할당 비중을 줄여나가야 믹스전환량이 비례해 많아진다"면서 "당장 그런 접근이 어렵다면 공급여력이 10GW이상 확보되는 2022년 전후로 배출계수가 나쁜 석탄화력 30기 약 13GW를 미세먼지가 극심한 12월부터 5월 사이 일부나 전면 가동중단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석탄과 원자력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자는 기본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고 본다. 문제는 정부가 목표를 어떻게 결정할 것이냐"라면서 "속도와 방법론을 어떻게 할지, 누구나 열린 토론이 가능한 상태에서 머릴 맞대고 접근해야 답이 나온다. 지금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말도 꺼내지 못하게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장기 국가목표에 대한 이정표가 없어 일선에선 혼란이 너무 크다. 매년의 발전량 목표를 도출해 제시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어떻게 비용을 최소화 할지, 어떤 시장제도를 도입해야 할지 열린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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