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시절 수립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사실상 철폐하고 재검토를 위한 수순에 착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를 위한 국민 의견수렴 절차를 주관할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칭)를 5월까지 출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2015년 박근혜 대통령 시절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2051년까지 특정지역에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을 건설해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중인 사용후핵연료를 모아 처분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이를 위해 2021년까지 처분장과 같은 조건의 지하연구소 부지를 선정해 2030년부터는 실증연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를 내세우고 취임하면서 사실상 전 정부에서 마련된 방폐물 관리 계획은 사장돼 온 것이나 다름없다. 문대통령이 사용후핵연료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은 박근혜 대통령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정책이 무리하게 졸속으로 처리됐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공론화위원회에는 시민사회 대표 등도 처음에는 참여했으나 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운영되는데 반발해 전원 사퇴한데도 불구하고 친 원전 인사들의 주도로 운영, 정해진 수순을 밟는 듯한 인상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공론화 작업은 정책 내용을 상세하게 해당 지역 주민은 물론 전 국민에게 소개하고 설명한 뒤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과정을 겪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어 있다. 외국의 경우 공론화 작업에 10여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뭔가 급한 일이라도 있는 듯 공론화 작업을 단시일에 밀어붙였고 졸속으로 처리하고 말았으며 그 결과 역시 궁극적으로 영구처분장을 건설하되 완공까지는 중간저장시설을 건립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던 것이다. 아울러 점점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보관을 위해 기존 원전 부지 안에 있는 임시 저장시설을 증설하는 방향으로 추진돼 왔다.

새로 발족될 재검토위원회는 과거의 공론화 과정에서 저질러졌던 졸속과 불공정 요인을 걷어내고 사용후핵연료는 물론이고 향후 원전 정책의 방향까지도 아우르는 폭넓은 공론화 작업을 벌여야 한다.

따라서 전 정부처럼 시한을 정해놓고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기 보다는 좀 더 장기적이고 다양한 차원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을 찾는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재검토위원회 구성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일부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정부 역시 틀을 정해놓고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이고 있다.

흔히 화장실 없는 아파트로 불리는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현명한 방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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