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시설 전환 안전조치 위반 지자체에 진정서 제출
전국적 사례 파악…재물손괴 고소 등 민·형사 소송 검토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 철거 후 방치된 호스, 배관, 소형저장탱크 등 LPG공급시설.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 철거 후 방치된 호스, 배관, 소형저장탱크 등 LPG시설.

[이투뉴스] 전국적으로 LPG(액화석유가스)사용시설의 도시가스 전환이 크게 늘면서 공급권과 안전조치를 둘러싸고 사업자 간 마찰이 그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경제성이 없는 지역까지 도시가스 보급을 확대키로 하면서 연료전환에 따른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런 상황에서 LPG사용시설을 도시가스시설로 전환시키면서 법규상의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시공사업자를 대상으로 LPG판매사업자가 지자체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행정처리를 촉구하고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

LPG사용시설의 도시가스 연료전환은 LPG판매사업자와 시공업자만이 아니라 시설 이상유무를 확인 후 공급해야 하는 도시가스사와 특정가스사용시설 정기검사를 수행하는 한국가스안전공사 모두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런 위법 시설 설치공사가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횡행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전국 4500LPG판매사업자의 법정단체인 한국LPG판매협회중앙회가 지방협회별로 사례를 파악하고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해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LPG사용시설의 도시가스 연료전환을 놓고 대립각을 세운 게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이번 사례가 방향타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가스법 위반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재물손괴로 인한 민·형사상 고소·고발도 검토하고 있어 사업자 간 갈등이 법정으로 이어질 경우 LPG사용시설의 도시가스 전환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경기도 이천시에서 LPG판매업 및 가스시설시공 1종업을 운영하는 조태균 이천에너지테크 대표는 가스시설시공사인 C엔지니어링을 도시가스 공급으로 인한 가스시설 전환에 따른 안전조치 위반의 건으로 이천시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LPG사용시설을 지원하고 지난 10여년 간 가스를 공급해온 수요처 시설물을 지난해 11월 아무런 통지와 사전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철거하고, 또 철거한 배관 등을 그대로 가스저장소에 방치한 채 도시가스배관 시설을 했다는 것이다.

도시가스법 제28조의2(가스사용시설 번경에 따른 안전조치)가스사용자가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에 따른 LPG사용시설을 가스사용시설로 변경해 도시가스를 사용하려는 경우 일반도시가스사업자 시공자 및 가스사용자는 LPG사용시설에 대해 LPG용기 및 부대설비의 철거 등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용기 등이 LPG공급자의 소유인 경우에는 도시가스 공급예정일까지 철거해줄 것을 공급자에게 요청해야 함에도 그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철거물도 그대로 방치해 놓았다는 것이다. 이후 두달 뒤인 올해 1월 초에야 가스사용시설 전환에 따른 안전조치 계획서를 보내오는 등 현행 법규를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사례는 경기도 광주시 권역에서도 빚어졌다. 201711월 경기도 광주시 권역에서 신축주택의 가스배관 및 소형저장탱크 시설을 LPG판매사업자가 전액 지원해 설치하고 향후 5년 공급계약을 맺었으나 20185월 이후 공급요청이 없어 올해 1월 안전점검 차원서 현장을 찾아보니 이미 도시가스시설로 전환되어 있었다. 가스시설 소유권자인 LPG판매사업자에게 사전에 아무런 통보나 사전동의를 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도시가스사업법과 마찬가지로 액법에서도 공급자와 사전협의 없이 공급자 소유의 설비를 임의로 철거하거나 변경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시행규칙을 통해 안전공급계약 기간 만료, 계약 기간 내의 무단 공급중단, 안전점검 미실시 외의 사유로 수요자가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경우 공급자가 설치한 설비에 대해 통계청의 건설노임단가, 소비설비 시가상당액 등을 포함한 철거비용을 부담토록 하고 있다.

이런 법 규정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을 경우 도법과 액법 모두 일반도시가스사업자 또는 시공자에게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대부분 지켜지지 않아 도시가스사업자와 LPG공급자 간 마찰이 비일비재한 상황임에도 불구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가 없는 실정이다.

도시가스사, 가스안전공사도 책임 자유롭지 못해

이 같은 LPG사용시설의 도시가스 연료전환 시 위법행위에 도시가스공급사도 책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도시가스 통입 전 현장을 확인하고 점검해야 하는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적인 책임은 아니지만 도시가스공급자로서 귀책사유에 대한 비난을 면키 어렵다.

여기에 사태가 발생한 후에도 도시가스사는 신속한 안전조치에 나서기보다 우선 가스시공업자에게 LPG판매사업자와 사태를 해결할 것만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져 빈축을 사고 있다.

이번에 진정서가 제출된 사례의 경우 법규를 준수하지 않고 LPG사용시설을 제멋대로 철거하고 도시가스시설을 설치한 후 두달 뒤에 보내진 가스사용시설 전환에 따른 안전조치 계획서는 해당지역 도시가스공급사 명의가 박혀져 있다.

도시가스사 명의에 해당시설을 시공한 C엔지니어링 대표가 서명한 이 계획서에는 도시가스사업법 제28조의2 및 동법 시행규칙 제48조에 따라 연료전환 시 안전조치를 시행할 것임을 확인하고 있다.

시공자 안전조치 사항으로 도시가스 시설을 설치하기 전에 액화석유가스 안전공급계약이 해지된 것을 LPG공급자에게 확인한 후 용기 및 부대설비를 철거하고, 용기 등이 LPG공급자의 소유인 경우에는 도시가스 공급예정일까지 철거해줄 것을 공급자에게 요청한다는 것이다. 또 정당한 철거요청에도 불구하고 공급자가 불응하는 경우 압력조정기에서 용기를 분리한 후 밸브 중전구에 막음조치를 취해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고 공급자에게 통보하며, LPG배관 양단에 막음조치를 취하고 호스는 철거해 설치하려는 도시가스 배관과 구분조치토록 하겠다는 확약이다. 이들 사항 가운데 어떤 항목도 준수되지 않았다.

가스 사용자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도시가스로 연료를 전환하기 전에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시행규칙 별표20 2호에 따른 공급계약을 해지하고 용기 등의 철거와 안전조치를 확인한 후 도시가스를 사용토록 하고 있으나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공급계약 해지여부는 사용자와 공급자 간 공급계약 해지 확약서로써 확인해야 하나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책임이 없지 않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제출된 진정서에 기재된 법규 위반의 도시가스 전환시설은 버스터미널 내 음식점 3곳이다. 특정사용시설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정기검사를 수행하는데, 연료전환 후 방치된 LPG시설은 없다고 보고했다는 게 진정인 측의 주장이다. 철거된 소형저장탱크 및 배관이 방치된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는데도 관리·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철거시설 방치는 가스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법규 준수는 물론 근본적으로 안전의식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LPG사용시설의 도시가스 연료전환에 대한 안전조치를 두고 2011년 산업부(당시 지식경제부)와 지자체, 도시가스업계, LPG판매업계가 대책회의를 가진 것도 방치시설이 가스사고로 이어져 큰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17월 대구시 수성구에서 일어난 가스폭발사고는 조사결과 그동안 사용하던 LPG를 도시가스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한 시공사업자가 제대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빚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이 크게 다치고 인근 주택 7채와 차량이 파손된 이 사고는 시공사업자가 가스레인지에서 호스를 분리한 후 마감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으며, 호스 등 기존 LPG시설을 철거하지 않고 분리만 시켜놓았다가 피해자가 남아있던 LPG용기와 조정기를 다시 연결해 사용하던 중 가스가 누출돼 폭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자체에 진정서를 제출한 조태균 이천에너지테크 대표는 기존 시설에 대한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안전에 대한 인식이 문제라고 생각해 진정서를 제출했다면서 근본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재물손괴에 따른 고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 대전 등 각 지역에서 동일한 사례가 비일비재한 만큼 개인사업자뿐 아니라 협회중앙회 차원에서 공동대응해 유사한 형태의 가스사고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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