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거버넌스委 시험가동 합의…정상가동 or 연료전환 판가름
지역주민은 여전히 거센 반대, 한난도 사업철수 등 강경 대응

▲한난의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전경.
▲한난의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전경.

[이투뉴스] 완공된 지 2년이 됐지만 여전히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갈등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한 거버넌스위원회에서 시험가동에 합의, 정상가동 내지 연료전환 갈림길이 곧 결판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주민들의 SRF 반대가 여전한데다 사업자인 한국지역난방공사도 강경한 입장이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고 있다.

나주 SRF(폐기물 고형연료) 열병합발전소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협력위원회는 최근 환경영향조사를 위한 발전시설 시험가동에 합의했다. 주민 반대로 완공 이후 제대로 돌리지 못한 나주 열병합발전소를 다시 가동해 주민들이 우려하는 오염물질 배출과 악취 문제 등을 최종 확인하기 위해서다.

시험가동은 지역난방공사가 2개월 가량의 재가동 준비를 거쳐 2개월 동안 운영하는 ‘2+2’ 방식으로, 가동을 통해 SRF 열병합발전소 운영에 따른 각종 실태를 파악한 후 정상가동 내지 연료전환 여부를 가린다는 것이 민관협력위원회의 복안이다.

특히 민관협력委는 그간 나주 SRF열병합의 연료전환(열병합발전소 아닌 LNG 열전용보일러 추가 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도 동시에 의제에 올려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SRF를 연료로 하는 열병합발전소가 이미 완공된 상황에서 이를 철회하기 위해서는 ▶매몰비용 보전 ▶지역난방요금 상향 ▶추가손실 보상 없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SRF를 포기하고 연료전환을 이뤄내기 위해선 민관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남도, 나주시, 한난이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가시화되고 있다. 특정 사업자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기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관계 기관이 함께 나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지역 주민단체는 물론 나주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 노조의 SRF 반대입장은 여전하다. 당장 민관협의체가 어렵사리 SRF열병합 시험가동에 합의했지만, 등교거부까지 거론하는 지역주민의 강력한 반대에 밀려 회의날짜를 연기하는 등 벌써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사업주체인 지역난방공사 역시 주민들의 막무가내 반대에 대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나주혁신도시 집단에너지사업의 경우 SRF열병합을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할 경우 어떠한 형태로든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SPC 설립도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SRF 정상가동이 아닌 연료전환을 위해선 1500억∼1600억원에 달하는 기투자비용에 대한 보전과 함께 지역난방요금 30% 상향 조정, 추가 운영적자에 대한 보상방안을 마련해야만 논의에 나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난은 이같은 전제조건에 대한 합의와 보장 없이는 1년의 유예기간을 걸쳐 사업철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에너지업계는 나주 SRF 문제가 시험가동까지 불발될 경우 파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주민들이 SRF 사용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전남권 쓰레기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광주권 SRF 도입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최악의 경우 집단에너지 지역지정을 해제, 도시가스 개별난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SRF 연료를 LNG로 바꾸는 연료전환 문제도 현재로서는 제대로 된 대안으로 인정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SRF 대신 대규모 열병합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하는 데다 1500억원이 넘는 기존 투자비에 대한 처리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물론 지자체, 지역주민, 한난이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 어마어마한 매몰비용을 스스로(또는 분담해서) 떠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가동중단 2년이 넘어가면서 수많은 법적분쟁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현재 나주 SRF 문제는 한난이 나주시를 대상으로 제기한 행정소송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비롯해 광주시 생활폐기물 가동 중단에 따른 청정빛고을과 광주시의 대 한난 손배소 등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나주 SRF 문제는 폐기물 에너지化라는 미명아래 생활쓰레기 처리를 떠넘긴 정부와 지자체의 무책임한 행정과 함께 지역주민들의 님비현상, 사업자의 안일한 대처로 발생한 인재”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정부가 내포신도시 SRF를 박살낸 마당에 나주SRF 정상가동을 유도하긴 쉽지 않다”며 “쓰레기 단순매립에서 벗어나 자원재순환 활성화를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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