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수 박사 /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서정수 박사 /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서정수 박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이투뉴스 칼럼 / 서정수] 미세먼지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 “서울의 오염먼지 농도는 2000년대 초반이 지금보다 50% 이상 높았다”라는 어느 대기과학자의 글을 보면서 우리네 국민들의 무지함보다는 그 누군가에게 농락당하며 살아온 것 같은 분노가 스멀거리며 차오르는 것은 저자만의 느낌일까.

미세먼지 사태는 최근 전 세계를 들끓게 하는 북한 핵문제보다도 더욱 현실적 해결책이 급한 우리네 문제이기에 온 국민의 관심사를 넘어 생존과 직결되는 최우선 과제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책, 대안이 부재한 오늘을 살면서 누구의 잘잘못을 거론하기도 부담스러운 현실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야만 한다는 절박함에 소극적인 대책일 수 있지만 우리 삶의 절대 공간인 가정 내에서의 자구책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

예로부터 숲은 요양을 위한 장소로 이용됐고, 일찍이 유럽 등지에서는 숲속에서 심신의 건강을 지키는 산림테라피를 실천해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조선시대부터 산을 중요시하는 근본사상이 있었고 신라 진흥왕시대 화랑제도 속에도 산수가 수려한 명산 등 숲을 중시하는 제도가 있었다. 

한 나라의 왕이면 마치 해와 달이 만물을 거느리듯이 수많은 백성을 거느리고 그들 모두가 평화롭고 안녕한 가운데 행복한 삶을 영위할 것을 염원하는 바, 고려 성종 6년부터는 숲을 보호하기 위해 산과 들에 불을 놓는 일을 금지시켰고 현종 4년(1013년)에는 한그루의 나무를 벨지라도 때를 가리지 않는다면 불효에 버금가는 비위라 할 만큼 숲을 중시하는 정책을 펴온 역사를 읽을 수 있다. 

굳이 옛 역사를 설명코자 한 의도는 아니며 단지 숲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숲이 있는 산림은 풍경만으로도 눈을 즐겁게 할뿐 아니라 오감을 만족 시키는 유일한 자연의 큰 인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건강한 숲을 접하기가 쉽지 않음은 모두가 공감하는 바, 그 사실에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이 시점에서 식물의 잎이 대기오염을 흡착해 공기를 청정하게 만드는 기능에 우선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숲을 구성하는 식물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옥시던트 등 가스 형태의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유해물질을 포함한 먼지나 분진을 흡착하는 기능이 있다. 옥시던트란 대기 속에 있는 일산화질소, 각종 유기 과산화물 등의 산화성 물질을 통털어 일컫는 것으로 자동차나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가 태양의 자외선과 반응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식물은 광합성이나 호흡에 필요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잎 뒷면의 기공을 통해 흡수하는 동시에 가스 형태의 오염물질도 함께 흡수한다. 

이때 흡수량은 잎 면적이 넓은 식물종일 때 그 기능이 커진다. 잎 앞면과 뒷면, 가지, 줄기 등 식물 전체의 표면적을 모두 합하면 지표면적의 10 내지 20배에 달한다. 그래서 식물은 대기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가장 효율적인 정화장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기오염물질은 식물에게도 유해물질이므로 과하면 식물이 고사하게 됨으로 생육을 위해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다.

최근 농진청은 4년 동안 여러 종의 실내식물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식물이 실내 초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음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고 밝혔다.

그리고 초미세먼지를 없애는 데 효과적인 식물도 찾아냈다고 한다. 잎 면적 1㎡ 크기의 식물이 4시간 동안 없앤 초미세먼지 양 기준으로 파키라가 155.8㎍/㎥가 감소해 가장 우수했고 백량금(142.0), 멕시코소철(140.4), 박쥐란(133.6), 율마(111.5) 등의 순이었다. 이들 5종의 식물은 모두 초미세먼지를 줄이는데 효과가 확인된 셈이다. 이들 식물은 모두 화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종류라 한다.

사실 이러한 기능을 가진 식물이 위에서 발표한 것만은 아니다. 거의 모든 식물이 갖는 기능 중 단지 몇 종에 대한 결과로 보여진다.

우리는 하루 24시간 중 집과 직장 등에서 보내는 비중이 가장 크다. 거리를 활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간적 한계를 갖는다. 따라서 스스로를 위한 미세먼지 대책을 가정과 직장에서부터 조성해 나가는 일이 그 무엇보다도 급한 자구책의 일환이라 판단된다.

식물이 대기오염 물질 퇴치에 효율적임을 인지하고 식물 가꾸기에 심혈을 기우려보자. 

우선은 식물종 선정이다. 농진청의 발표도 중요하지만 식물생리학적으로 적합한 종은 잎이 많고 크기가 큰 관엽식물이 우선이다. 햇빛의 요구량이 많지 않은 종중에서 선택하면 무난할 것이며 그 종류는 무한하다고 할 수 있겠다. 잎이 넓게 퍼지는 ‘아레카야자’는 24시간동안 약 1리터에 해당되는 수분을 많이 방출하는 기능이 있어 천연가습기라 불리기도 한다. 

키 작은 나무 중 산호수, 백리향 등은 늘푸른나무로 꽃과 열매도 볼 수 있어 가꾸기도 쉽고 크기도 작아 실내 분위기 개선과 심미안적 기능 향상에도 도움이 될 듯싶다. 

지역 특산의 나무나 화초로도 산림테라피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음으로 살아있는 있는 나무가 아니고 제재된 편백나무의 조각을 이용한 실내 공간 조성도 효과적이다. 가정과 직장에서도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산림 방향제를 이용한 지속적 건강증진을 위한 자구책 마련도 고려해 볼 만 하다. 면역력이 낮은 노약자나 어린 아이들의 기관지계열 질환은 하루 이틀 만에 일어나는 결과가 아니라서 장기적 대안이 필요하다.

인공강우 효과가 한반도 미세먼지 대책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국민이 없는 한 스스로의 미세먼지 대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으로 판단된다. 

우리 몫의 소박한 미세먼지 대책이 전부는 아니지만 식물로부터 얻는 심신의 위안효과로 작은 사회, 즉 가정과 직장의 생활환경이 개선돼야 하며 이 기회에 식물을 바라보는 자연관의 큰 변화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