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전년대비 늘어난 회사 단 한 곳도 없어
순이익은 40% 증가에서 적자전환까지 희비 교차

[이투뉴스] 보일러제조사들이 지난 한해 매출액은 늘어나거나 소폭 줄어들며 선전했지만 영업이익은 제자리걸음이거나 큰 폭으로 떨어졌다. 커진 몸집에 비해 수익이 크게 미치지 못하는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은 것이다.

작년 겨울 한파와 미세먼지 이슈에 따라 콘덴싱보일러를 중심으로 한 내수가 비교적 꾸준히 증가하고 해외시장까지 더해져 전체적으로 볼륨은 커졌으나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미진했다.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동산 건설경기와 규제강화에 따른 주택시장 신규분양시장 축소, 소규모 신축시장 감소 여파로 신규수요는 움츠러든 반면 정부의 가정용 저녹스 보일러 보급 정책과 환경부의 친환경 인증 강화 등의 정책 사업에 힘입어 교체수요는 활성화 됐다는 평가가 그대로 투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대성쎌틱, 린나이 등 국내 보일러 4사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개별재무제표로 본 이들 4개사의 지난해 전체 매출규모는 134789억원으로 전년도 13126억원 보다 2.6%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 규모는 503억원으로 전년도 596억원 보다 15.6% 줄었다.

특히 회사별로 수익이 현격한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른바 빅3 가운데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는 매출액 신장과 함께 순이익 규모가 크게 늘고 영업이익도 비교적 선방했으나 린나이는 매출액은 물론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아픔을 맛봤다. 대성쎌틱은 그나마 매출액과 순이익 규모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영업이익은 제자리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각 사별로 수익구조가 크게 다른 것은 중장기 경영전략과 함께 국내외 마케팅 활동이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매출액의 경우 경동나비엔이 6180억원으로 가장 앞섰으며 린나이가 3251억원, 귀뚜라미가 3031억원, 대성쎌틱이 1017억원으로 뒤를 잇고 있다. 증감률에서는 역시 경동나비엔이 8.4%로 선두에 섰으며 귀뚜라미가 4.5%로 신장세를 나타냈다. 반면 린나이는 7.1% 감소, 대성쎌틱은 0.9% 감소로 하락세 범주에 포함됐다.

영업이익에서는 어느 한곳도 웃지 못했다. 귀뚜라미와 대성쎌틱이 겨우 제자리를 지키는 수준에 그쳤을 뿐 경동나비엔은 마이너스 8.4%라는 성적을 받았으며, 린나이는 마이너스 86.8%라는 아픈 기록을 남겼다.

순이익 부문은 사별로 격차가 크다.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가 각각 40.7%, 33.4%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린나이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쓴맛을 봤으며 대성쎌틱은 전년도 42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16억원 적자라는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본 4사의 경영실적도 순위만 다소 바뀔 뿐 전체적인 성적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매출액 부문에서는 경동나비엔이 7267억원으로 1위를 고수하고 귀뚜라미 5586억원, 린나이 3604억원, 대성쎌틱 1005억원 순이다. 매출액 증감률에서는 경동나비엔만이 6.1% 증가했을 뿐 나머지 3사는 모두 마이너스 대열에 들어갔다.

영업이익은 규모만 다를 뿐 4사 모두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았고, 순이익 부문에서는 귀뚜라미만 20%대가 넘는 기분 좋은 기록을 받고 나머지 3개사는 하락세의 아픔을 맛보게 됐다.

돌파구인 해외시장과 제품 다각화

이 같은 우울한 성적표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보일러업계의 공통된 분위기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불확실성이 커져 시장 환경이 전반적으로 약세장을 나타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기대가 없지는 않다. 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친환경 정책에 무게가 실리면서 콘덴싱보일러 보급 확산에 탄력이 붙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환경보전법과 수도권대기법 개정으로 대기질관리지역이 기존 수도권에서 수도권 외 대도시까지 추가돼 내년부터는 정부가 규정한 대기오염물질배출 허용기준에 부합한 친환경 가스보일러만 판매·유통·설치가 가능하다. 보일러 시장이 기존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바뀌면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다.

무엇보다 해외시장이 돌파구다. 특히 지난해 기대가 컸던 중국 시장이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찬바람이 불었던 만큼 양국 갈등이 해결되면 전체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게 분명하다. 북미시장의 견조한 성장세에 더해 CIS 등 해외시장 진출 확대도 플러스 요인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 니즈에 맞춘 제품 다각화도 매출과 수익구조 개선에 전향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일러와 온수기뿐만 아니라 냉난방공조, 환기시스템, 전기발전보일러, 온수매트 등 다양한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수익성 제고에 동력을 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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