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O 시장규모 3000억원서 1천억 아래로 뚝, 업체난립으로 사업신뢰도 하락

"낮은 에너지가격 정책으로 에너지절약투자 관심 하락"
에너지절약은 제5의 에너지…정부 정책지원과 관심 및 건전한 기술경쟁 필요 

▲윤석재 ESCO협회 팀장
▲윤석재 ESCO협회 팀장

[이투뉴스] 최근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은 ‘변화의 시대’ 한가운데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전 세계 에너지시장의 판도가 급격하게 바뀌고, 에너지가격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에너지정책 기조로 삼고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늘리는 방안 등 다양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계획을 담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현재 6%에서 2030년에는 20%까지 올리는 것을 삼고 있으며, 45.3%였던 석탄 비중은 36.1%로, 30.3%였던 원전 비중은 23.9%로 각각 줄일 예정이다. 이를 구체화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살펴보면 전력계통 안정성, 국내기업의 보급여건, 잠재량 등을 고려하여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를 목표로 설정하고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63.8GW까지 확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30년까지 100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자할 계획을 수립하는 등 에너지전환을 위해 매우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살펴보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적·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지는 반면, 에너지수요관리와 에너지효율사업에 대한 투자는 관심에서 많이 멀어져 있는 듯하다.

에너지전환 정책은 정부의 계획대로 신재생에너지의 적극적인 투자와 저변확대가 이루어져야만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에너지전환정책의 큰 뜻에는 공감하면서도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으로 꼽히는 낮은 경제성, 일조량, 바람세기 등 자연적인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전력 생산량 같은 불확실성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늘어나게 되면 결국 전기요금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기도 하다. 전기요금을 비롯한 에너지 비용의 상승은 산업, 생활 전반에 걸쳐 큰 타격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高유가가 한창 이슈이던 때, ‘에너지절약’은 에너지 비용 절감을 위한 방안으로 제5의 에너지라고까지 불렸다. ESCO사업은 에너지절약을 위한 첨병으로서 공공, 민간 가릴 것 없이 각계각층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에너지산업분야의 화두로 떠올랐다. ESCO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다양한 정책이 쏟아졌고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도 6000억원의 예산이 배정되는 등 그야말로 황금기를 누렸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은 2013년 6000억원에서 2015년 5000억원, 2017년 3500억원, 2018년 3000억원 등 계속 줄어들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이마저도 줄어 모두 2800억원이 배정되는 등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에너지절약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도 아닐 텐데 지원은 왜 이렇게 줄어들었으며, ESCO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왜 이렇게 식어 버린 것일까.

◆ESCO사업 개요 및 등록업체 현황
ESCO사업은 ESCO가 에너지절약시설에 따른 투자비용을 조달하여(사용자파이낸싱성과보증계약의 경우 에너지사용자가 자금조달) 시설 설치와 에너지절감효과를 보증하고, 추후 발생하는 에너지절감액으로 투자자금을 상환하는 사업이다. 에너지사용자는 기술적, 경제적 부담 없이 에너지절약시설로 개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SCO사업은 제3자의 에너지절약시설에 투자하고 투자비와 이윤을 회수해야 하기에 일반 공사(工事)와 달리 에너지진단과 컨설팅, 에너지절감량 측정 및 검증(M&V), 시공, 사후관리 등 에너지관련 종합 기술을 보유한 업체여야 수행 가능한 종합 엔지니어링 용역사업이다.

국내 ESCO제도는 지난 ‘92년 도입부터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어 ESCO로 사업을 영위하고자 할 경우, 에너지이용합리화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라 장비, 자산 및 기술 인력을 갖추고 산업통상부장관(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에게 등록해야 한다. 국내 ESCO업체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1997년에서 2001년 사이에 ESCO등록이 급격히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ESCO등록업체 수는 2009년 이후 계속해서 증가 추세에 있으며, 2013년 ICT분야와 연계한 ESCO 신산업 발굴의 일환으로 등록요건이 완화된 후 신규로 시장에 진입한 ESCO업체의 수는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2018년 12월말 기준 334개 업체가 ESCO로 등록되어 있다.

▲ESCO 등록 사업자 추이.
▲ESCO 등록 사업자 추이.

◆ESCO투자사업 지원 규모 및 사업 현황
우리나라 ESCO사업의 특징은 정부주도형 자금지원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제도 도입 초기부터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에서 ESCO투자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ESCO사업 초기 조명교체, 노후보일러 개체 등 단순설비에 많은 지원이 이루어졌던 것에 반해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는 공정개선, 폐열회수, 동력설비 등 복합적이고 대규모인 사업에 많은 지원이 이루어졌다. ESCO산업은 조명설비, 폐열회수, 산업체 공정개선, 냉난방설비, 신재생에너지설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가 이루어졌으며, 2017년부터 신재생에너지설비는 자금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연도별 ESCO사업 지원 규모를 살펴보면 2010년도 이후 시장규모 대비 정책자금 의존도는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나타내었으나, 2015년부터 ESCO시장의 위축으로 인해 사업이 축소되었으며 이로 인해 정책자금 의존도 역시 감소하는 모양을 나타냈다. 대상별 ESCO사업 지원현황을 살펴보면 ESCO투자대상은 산업체, 건물 구분 없이 사업이 위축되었으나 공공부문 LED조명교체 의무화 등으로 인해 최근 공공부문에 대한 시장은 약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연도별 ESCO 투자비 변화 추이.
▲연도별 ESCO 투자비 변화 추이.

국내 ESCO투자사업은 성과확정계약, 사업자파이낸싱성과보증, 사용자파이낸싱성과보증 계약방식 3가지 계약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성과보증계약방식의 활성화를 위해 2013년부터 사업자파이낸싱 성과배분계약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이 중단되고, 성과확정계약이 2015년 도입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계약방식별 자금지원 현황은 사용자파이낸싱성과보증이 가장 많고, 이어 사업자파이낸싱성과보증과 성과확정 순이다.

1992년 ESCO가 도입된 이후 정부는 ESCO투자사업의 국내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을 통한 ESCO자금지원, ESCO투자사업에 대한 세액감면 혜택, 중소ESCO를 위한 자금지원, ESCO 부채경감을 위한 매출채권 팩토링 제도 도입, 민간자금 투자 활성화를 위한 자체투자실적인정 제도 도입 등 꾸준한 지원을 해오고 있다.

특히 자체투자실적인정 제도의 경우 2006년 8월 도입 후 ESCO협회에 위탁해 2019년 3월 기준, 총 527건, 2656억3300만원의 민간 ESCO투자사업을 실적으로 인정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울러 2010년 이후 시장규모 대비 정책자금 의존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지원 건수나 지원 금액이 상당히 증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으나, 시장의 위축으로 인해 2015년부터 정책자금 의존도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ESCO 투자를 통해 호텔 지하에 설치된 지열시스템.
▲ESCO 투자를 통해 호텔 지하에 설치된 지열시스템.

◆ESCO시장, 침체 이유는?
ESCO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ESCO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ESCO투자사업은 기존의 노후화된 시설을 고효율설비로 개체, 보완함으로써 에너지절약을 유도하는 사업이기에 어느 사업보다도 에너지절약 효과가 확실한 사업이다. 하지만 고유가를 벗어나 에너지가격이 하락하며 에너지 절감에 대한 필요성이 이전보다 줄어들었고, 에너지사용자에게 있어서도 에너지절약사업 투자는 투자순위에서 밀려나 버렸다. 더욱이 2015년 대기업 ESCO정책자금 지원이 중단되며 ESCO시장에서 대기업이 수행하던 역할을 중소 ESCO가 대신해 주기를 기대했지만 바람과는 달리 2013년 대비 2015년 ESCO사업에 대한 정책 융자는 약 47% 감소했고, 대기업이 주로 수행하던 20억원이상 중대형 규모 사업수도 55%가 감소하는 등 ESCO사업 시장 규모 축소가 가속화되는 결과만 가져오고 말았다.

이 뿐 아니라 ESCO사업 자체도 선진공정기술 도입 등 발전보다는 노후설비 교체 등 단편적인 사업으로의 기술 역행을 초래하게 되어 전체적인 ESCO의 기술역량 하향평준화를 가져왔으며, 중대형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이런 시장 상황에 더해 2014년 말 ICT기업의 에너지분야 진출을 위해 등록요건이 완화되며 ESCO등록업체 수가 급증했다. 정보통신기술과 연계한 ESCO분야 신사업을 발굴하겠다는 원래 취지와 달리 ESCO사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수많은 업체가 ESCO업계에 진출하면서 에너지진단 및 컨설팅 능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가 난립하여 ESCO에 대한 사업 신뢰도가 하락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ESCO활성화, 적극적인 지원이 첫걸음
에너지수요관리는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 의존도가 매우 높고, 중화학공업과 철강, 자동차 등 에너지다소비 산업 비중도 높은 편이다. 이런 산업구조에서 화석에너지 사용 비중을 줄이고 청정에너지로 전환을 유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가격 불안정 등 에너지비용에 대한 경제적 위험을 감당하기 위한 최적의 대안은 ESCO사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SCO사업이 ‘정책자금에 의존한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가 에너지절약에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국내 ESCO는 국가가 주도해 도입한 사업방식으로 도입 초기부터 국가의 직·간접적인 지원으로 성장해왔다. 사업 자체가 정책적인 구조에 맞춰 발전해온 지금 구체적인 민간자금 유입이나 활용의 방안이 없이 무조건적으로 시장논리에 의해 사업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곤란하다.

ESCO사업이 지금까지 국가 에너지절약에 큰 역할을 수행한 만큼 앞으로도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은 꼭 필요하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대기업 ESCO와 중소·중견 사업장의 협력사업에 대한 ESCO자금지원이 가능해지는 등 시장을 위한 반가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더불어 개체 시 자금 지원이 가능했던 절약시설 설치사업 분야는 절감효과가 검증된 경우 신·증설의 경우에도 자금지원이 가능하게 되어 보다 넓은 분야에서 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폐열 회수를 위해 설치한 열수송관 모습.
▲폐열 회수를 위해 설치한 열수송관 모습.

하지만 아직도 어려움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 등록요건 완화로 인해 난립하게 된 ESCO업체들은 적절한 기술력을 갖추지 못해 전체적인 ESCO사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ESCO방식을 표방한 렌탈, 리스 등의 변종 에너지절약사업이 등장해 ESCO시장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또한, 최근 공공기관 ESCO사업에서 입찰공고 시점부터 ESCO의 높아지는 부채비율 경감을 위해 활용하는 매출채권 팩토링을 금지하는 조항이 빈번히 포함되는 등 시장이 ESCO에게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시장의 흐름은 공공에서 민간으로 확대되는 측면이 있는 만큼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매출채권 팩토링을 금지하는 것은 적극적인 대책 및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보다 정확한 성과 측정 및 검증을 위해 수행한 에너지효율개선사업에 대한 성과측정 및 검증 의무화, 제3자 검증 등 객관화된 신뢰성 검증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 ESCO업계 또한 정책적인 뒷받침을 등에 업고 과도한 내부경쟁보다는 업계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미래를 위한 자기성철과 기술역량 강화로 한 단계 ESCO가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여 ESCO시장에 대한 신뢰성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정부 투자와 민간투자의 확대를 통해 ESCO사업을 활성화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 및 지원에 관한 특화되고 구체적인 방법론 제시가 꼭 필요한 때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모여 국가적인 에너지효율화를 이루게 되면 국내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 및 보급에 큰 보탬이 될 것이며, 침체되어 있는 ESCO시장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시장 창출 및 재도약의 첫 걸음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SCO의 활성화를 위한 목소리는 주기적으로 되풀이되어 왔다. 그러나 이때까지 허공의 메아리로만 흩어졌을 뿐 ESCO시장은 나날이 침체되고 있다. 에너지효율화에 대한 효용성을 무시한 채 ESCO시장이 이렇게 사그라들게 되면, 다시 에너지절약에 대한 목소리는 공염불이 되고 말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부디 늦지 않도록, ESCO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불씨가 살아 있을 때 정책적인 숨을 불어넣어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보완 등 후속조치가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사단법인 에너지절약전문기업협회 윤석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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