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남 쏠라맥스 대표이사 인터뷰

'태양'은 석유고갈과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21세기에서 새로운 에너지 시대의 문을 여는 열쇠로 여겨지고 있다.

 

국내에는 1980년대 석유파동 이후 태양열로 물을 데우는 시스템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집집마다 옥상에 태양열 집열기를 올려놓기 시작했다. 신재생에너지 시대가 열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겨울이 되자 집열기 관이 동파되거나 잦은 고장으로 더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 화난 소비자들은 하나 둘씩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결국 태양열은 문을 다 열어보지 못한 채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한국형 제품이 없어서 실패했습니다."  


 

20년간 태양열에 매달려 온 쏠라맥스의 고수남(66ㆍ사진) 대표의 설명이다.

 

영하 40도에서 영상 40도까지 견딜 수 있는 제품이어야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20년 전 국내에 설치된 제품은 대부분 일본형으로 영하의 추운 날씨를 견디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고 대표는 "우리 나라는 지리적인 위치와 계절적 기후조건이 연중 태양열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다"며 "국산화율 100%를 이룬 에너지원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태양열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그가 태양열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고 대표는 "10년간 무고장인 것은 쏠라맥스가 유일하다"며 "15년 전에 설치한 수원 대우건설연구소의 태양열 시스템은 여전히 끄덕없다"며 재기에 대해 자신했다.

 

그의 자신감에는 어려운 시절 함께했던 4명의 기술진이라는 든든한 동지가 있다. "집열기 설계부터 제조, 축열조 열교환기, 시공 등 4분야 전문가와 20년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이들과의 인연은 1978년 대청산업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공무원으로 7년간 근무하다 전자부품 중소기업을 차렸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의 부품을 OEM방식으로 생산하던 시절이었다.

 

어느날 금성 측이 도면을 가져왔다. 유럽에서 가져온 태양열 집열기의 부품이었다.

 

고 대표는 "LG계열사가 통합하면서 포기한 태양열을 내가 맡게 됐다"며 "LG에서 근무하던 기술인력도 함께 데려왔다"고 밝혔다.

 

스웨덴 테크노타운에서 3년간 태양열 설계와 시공을 도제식으로 배운 인재였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고 대표와 함께 일하며 '한국형 태양열 시스템'을 만들었다.

 

구 사장은 "우리 회사는 부품으로 시작해 완제품까지 올라왔다"며 "작은 것까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쏠라맥스는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진공관 밀폐형 집열기'를 제작했다. 온수관이 옥외로 노출돼 있는 자연순환형과 차별화된 제품이다. 동절기 동파를 고려해 제작한 제품이다.

 

그는 "신뢰성 테스트를 마친 우리 제품을 독일 전시회에 출품했더니 외국 기업들도 우리 기술력에 놀라워했다"며 "독일 기술보다 앞장서 있다"고 자신했다.

 

고 대표는 "이 제품으로 90~150도의 온수생산이 가능해 가공공정의 냉ㆍ난방용수 사용에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향후 물 탱크를 절반 이하로 줄일 계획이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그는 지난 17년간 63곳에 태양열 시스템을 설치했다. 그의 영업비결은 특별하다.

 

"최근 경북 상주에 있는 적십자병원에 우리 제품을 설치했다"며 "그쪽 직원이 직접 열량을 체크하더니 고맙다며 다른 곳을 소개해 주더라"고 넌지시 자랑했다. 그렇게 YMCA 울산, 창원, 옥시크린 국내 공장 등에 설치해 나가던 중 인도네시아에 있는 옥시크린 공장에서도 설치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는 "광화문과 과천청사에 태양열 시스템을 보급했는데 5년간 수리해 달라는 전화 한 통화 못 받았다"며 "높은 효율과 무고장이 영업력과 홍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탈리아에 태양열 집열기 110장을 수출하기도 했다. 고 대표는 "이탈리아 정부는 태양열 집열기 설치를 의무화해 태양열 시스템 보급률이 80% 정도에 이른다"며 "우리나라도 태양열을 다시 물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뢰성 회복→보급 확산

 

고수남 대표는 "지난해까지는 태양열에 대한 불신을 깨고 신뢰성을 쌓는 시기였다"며 "올해부터는 보급 확산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기후와 맞게 설계된 '급탕/난방 패키지 상품'으로 태양열을 신재생에너지의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부상시키겠다는 야심찬 전략이다.

 

그러나 갈 길은 멀고 험난하다.

 

7년전 중국의 태양열 시장은 1000억원 정도였다. 현재는 3조원(약 30억달러)에 이른다. 대표적인 제조사인 황명은 연 5조원의 매출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200억원 시장을 갖추고 있을 뿐이다. "생산 집중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우선 해외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국내 업체간 효율을 측정해 차등시스템을 도입, 보조금을 차등으로 지급하면 어느 정도 국내 시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ESCO에 태양열을 품목으로 지정하고, 열차액ㆍ청정개발체제(CDM)와의 연계 등을 제시, 태양열에 부족한 자금을 확보할 것을 주장했다.

 

고 대표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라면 해외 기업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 문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단 계획생산 시스템이 갖춰지면 북한과 해외로 나가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고 대표는 "북한의 창관거리 목욕탕은 하루 1만명이 거쳐간다"며 "대동강 물을 전기로 덥히는 데 태양열을 이용하면 부족한 전력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추정했다.

 

그는 "단독 주택이 많은 뉴질랜드, 호주, 북유럽의 태양열 시장은 매년 1조원 이상씩 커지고 있다"며 무한한 시장에 대해 설명했다.

 

고 대표는 "옥상은 버려진 유전이다. 태양열 집열기 한 장은 경유 1리터와 같다. 연간 250리터의 경유를 생산하는 것과 같은 셈이다. '버려져 있는 유전'개발에 더욱 힘쓰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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