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공사 추가지원 부결은 국민이 수용하지 않는 것”
긴축경영에도 광물공사 부채 증가…매달 명퇴 진행 중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옥 전경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옥 전경

[이투뉴스]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을 통합해 한국광업공단을 만든다는 계획이 결정된 것이 지난해 3월이지만 언제쯤 매듭지어질지는 요원한 상황이다. 광물공사는 무리한 해외자원개발사업의 대규모 투자 손실로 인해 부채 규모가 급증하고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현 체제로 존속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광물공사의 영업적자는 43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2539억원이 증가한 금액이다. 당기순손실도 전년대비 2754억원 증가한 68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적자폭 증가의 주요원인은 볼레오, 암바토비 등 해외자원개발 투자사업의 적자가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볼레오 사업 영업 적자는 4685억원으로 전년 2528억원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암바토비 사업 영업 적자도 1915억원으로 전년 대비 900억원 늘었다.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도 전년보다 3000억원 가량 급증한 1조1880억원에 달한다. 비유동부채를 포함한 총 부채는 5조9241억원이다.

이렇듯 이미 심각한 상태인 광물공사임에도 왜 아직까지 통합이 진행되지 않는지 짚어봤다.

▲암바토비 니켈광산은 볼레오 동광산과 함께 대표적인 부실자원외교 사례로 꼽힌다.
▲암바토비 니켈광산은 볼레오 동광산과 함께 대표적인 부실자원외교 사례로 꼽힌다.

◆광업공단, 효율과 안정 둘 다 잡을 것

광물공사의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광업공단 설립 이외의 구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7년 12월 광물공사의 해외자원개발 기능을 유지하고,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조원이었던 출자금을 3조원으로 증액해 1조원 추가지원하는 ‘광물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결국 부결됐다. 당시 광물공사법 개정안 표결은 국회의원 재석 197명 중 찬성 44명, 반대 102명, 기권 51명 등으로 나타났다.

당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밑빠진 독에 계속해서 국민의 혈세를 부을 수는 없다”라며 “공기업도 파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은 “정부는 광물공사법 개정안이 부결된 사건을 국민들이 광물공사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라며 “기존 입장을 수정해 유관기관과의 통합안을 내놓았다”고 밝히고 양 기관의 통합준비에 들어갔다.

해외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한 부실원인 규명을 위해 소집된 ‘해외자원개발 혁신TF’의 전문가들이, "미래를 바라보고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은 공기업의 장점이지만 비용의 과소평가와 수익의 낙관적 평가 등 부실사례가 있는 이상 공기업 체제는 문제"라고 진단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광물공사와 광해공단을 통폐합해 광업공단을 설립하는 ‘광물공사 기능조정 세부방안’을 보고ㆍ확정했으며, 지난해 11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한국광업공단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은 "정부는 광물공사법 개정안이 부결된 사건을 국민들이 수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은 "정부는 광물공사법 개정안이 부결된 것은 국민들이 광물공사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광업공단은 정부의 기능조정 방안에 의거해 재무적인 안정성을 제고하고 광물자원산업의 육성ㆍ지원과 광산피해의 관리에 걸쳐 전주기적인 광업지원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공적 기능을 수행할 목적으로 설립된다. 법안은 광업공단의 자본금ㆍ자금조달ㆍ사업범위ㆍ양 기관의 권리의무승계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한편, 종전 광물자원공사의 대규모 부채로 인한 신설공단의 동반 부실화를 방지하고 효율적인 자산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해외자산계정의 구분 및 해외자산관리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했다.

광업공단의 사업범위는 광물공사와 광해공단이 수행하던 사업으로 하되, 기존의 광물자원공사가 수행하던 ▶광물자원의 탐사 및 개발 ▶광산 직접경영 ▶해외법인 출자에 관한 사업은 삭제하고, ▶해외투자자산의 관리 및 처분 ▶민간의 광물자원개발에 대한 지원사업을 추가하는 한편, 남북 경협에 대비한 남북간 광물 자원개발 및 광물자원 산업분야의 협력사업 신설 등 사업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했다.

또한 종전의 광물자원공사가 수행한 해외자원개발에 따른 자산 및 부채 등을 효율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공단의 고유계정과 구분되는 계정으로서 공단에 해외자산계정을 둬 공단회계와 구분해 회계처리하게 했다. 광업공단은 이 법의 시행으로 해산되는 광해관리공단, 광물자원공사의 모든 권리ㆍ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도록 했다. 공단의 설립에 관한 사무 등을 처리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위원장이 되고, 정부 및 민간전문가 등 총 15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공단설립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광물자원공사가 해외에서 수행한 광물 관련 사업으로 인한 자산의 관리ㆍ처분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해외자산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추천하는 경제전문가, 해외광물자원투자 자산 매각 관련 전문가 등 7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이 위원회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해외자산을 처분하도록 하되, 해외자산의 매각은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대행하도록 했다.

▲서초구 서울지발조달청 앞에서 광해관리공단 직원 및 폐광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근본대책 마련을 주장하며 시위하고 있다.
▲서초구 서울지발조달청 앞에서 광해관리공단 직원 및 폐광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근본대책 마련을 주장하며 시위하고 있다.

◆노조·지역민·정치권에서도 통합반대 목소리

‘국민들이 수용하지 않아’ 기존 입장을 수정했다는 광업공단법에 대한 반응이 썩 좋지만은 않다. 광물공사와 광해공단의 안정적인 통합으로 동반 부실화를 방지한다는 광업공단법이 광해공단을 희생시키려는 시도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광해관리공단 우리노동조합(위원장 홍기표)은 지난해 11월 광업공단법 발의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통해 여당과 산업부가 폐광지역을 무시하고 발의한 광업공단법안 상정을 강력히 규탄하고, 졸속통합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우리노조는 또한 모든 사람들이 거대 부실공기업이 탄생할 뿐인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며, 언발에 오줌누기식 자가당착 입법 시도로 더 이상 폐광지역 주민을 기만하지 말라고 밝혔다.

올해 3월에는 강원도 태백, 정선, 삼척, 경북 문경, 전남 화순 등 폐광지역 주민 4041명의 서명을 모은 한국광업공단 법안 반대 탄원서를 13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폐광지역의 환경을 복원하고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설립된 기관을 파산직전인 기관과 통합하는 것은 폐광지역에 활용할 재원을 부채청산에 사용하려는 것이라는 논리다.

강원 동해·삼척시를 지역구로 둔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도 3월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광물공사의 부실을 광해공단이 얻는 작은 수익으로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며 “통합은 오히려 양 기관의 가치를 부실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광업공단법은 지난 3월 임시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 60개의 안건 중 23번째로 올라간 바 있다. 당초에는 무난하게 처리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국 16건만이 처리돼 광업공단법은 다음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광업공단법이 국회 본회의 회부 및 의결될 때까지 대략 6개월은 소요할 것으로 보인다. 광업공단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부칙이 있기 때문에 올해 중으로 광업공단이 설립되는 것은 요원하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영향을 우려한 정치권이 통합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견도 나온다.

관계자는 “계속되는 긴축경영에도 자원공사의 부채는 증가해 매달 직원에 대한 명예퇴직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국회통과를 우선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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