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연료전환 주력, 중기부터 스크러버 설치 확대될 듯

문성혁 해수부 장관 “IMO 규제는 국내 해운산업 새 기회”

[이투뉴스]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는 오는 2020년 1월 1일부터 국제 항행 선박 연료유의 황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는 IMO 2020 규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해상의 SO2 규제는 육상배출 규제에 비해 늦은 편이지만 이번 규제는 해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조치로 손꼽힌다.

해운업계에 큰 영향을 끼칠 사안인 만큼 골드만삭스는 '2020년 IMO 선박연료유 SO2 기준 강화에 따른 영향 전망' 보고서를 발간해 관련 업계를 진단했다.

▲북해를 항해중인 유조선.
▲북해를 항해중인 유조선.

보고서에 따르면 해운 벙커링 연료유는 전체 수송용 석유 수요의 7%를 차지하는 반면, 전체 SO2 배출량의 약 90%를 차지한다. 규모순으로 따질 경우 상위 15개 선박에서 배출되는 SO2와 NOx 배출량이 전세계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총량보다 큰 상황이다. 크루즈 선박 1대가 1일 배출하는 미세먼지는 자동차 100만대 배출분에 해당한다.

◆ IMO 2020, 대응 방안은 두 가지

보고서는 선사들이 IMO 2020 기준 준수를 위해 초기에는 고황유(HSFO: High Sulphur fuel oil)에서 저황유(LSMGO: Low Sulphur Marine Gas Oil)로 연료전환에 주력하지만, 중기가 넘어가면서 초기자본투자가 큰 스크러버 설치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저황유와 고황유 사이의 가격차이가 확대될 것이란 예상을 기반으로 한다.

스크러버는 기체를 액체에 접촉시켜 기체 중 가용성 성분을 액상에 용해시키는 일련의 공정을 의미한다. 가스흡수 외에도 증류, 중습, 먼지, 액적 제거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고농도의 유해가스를 처리할 수 있어 배출가스 처리시에 사용된다.

저황유를 사용할 경우 자본투자가 불필요하고 이미 배출규제해역(ECA: Emission Control Area)에서 청정유를 사용하고 있어 업계에 친숙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단점으로는 고황유 대비 높은 연료비용과 블랜딩시 지역별·항만별 제품 품질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스크러버를 설치할 경우 기존에 사용하던 고황유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연료유 가격이 낮게 유지된다. 다만 자본투자 비용과 추가적인 화학물질·폐기물 처리 및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연료로 LNG를 사용할 경우 IMO 2020 기준에 충족하지만 높은 투자비용이 필요하다. 또한 벙커링 인프라가 제한되고, LNG 저장탱크 면적이 기존대비 두 배이상 필요해 화물적재용량의 감축이 필요하다. LNG선은 높은 비용도 문제로 꼽힌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이 수주한 LNG선의 평균 가격은 20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에너지가 1조원을 투자해 VRDS 신설에 들어간 울산컴플렉스 조감도.
▲SK에너지가 1조원을 투자해 VRDS 신설에 들어간 울산컴플렉스 조감도.

◆ 정유업계 원활한 생산수율 조정해야

정유업계는 2020년 연료유 기준강화로 경유수요가 증대될 경우 ▶전세계 정제가동률 증가 ▶경유 생산수율 증가 ▶경유 크랙마진 상승 ▶경질유 대비 중질유 가격인하 확대 등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황유 가격은 석탄, 가스 가격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업계는 고도화율이 높아 저비용으로 중질유를 분해할 수 있는 정유사가 유리할 것으로 예측하고, 고도화 설비능력을 증대하는 한편 정제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또한 휘발유와 경유 간의 상대적인 수요변화와 제품 마진 등에 따른 원활한 생산수율 조정에 나섰다.

이같은 변화에 휘발유와 항공유 수급이 타이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제품이 연산품임을 고려할 때, 가동률이 상승하면 더 많은 휘발유가 생산되지만 경유 생산전환으로 상쇄된다. 또한 중질원유를 가솔린 및 디젤 등과 같은 더 가벼운 정유로 변환시키는 유동층 촉매 분해공정(FCC) 설비 원료용 휘발유가 선박연료유로 전환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정유사들이 경유·저황유의 생산수율을 증대하고 가동률 제고, 고도화설비 증설을 통한 고황유 처리, 잉여 고황유의 발전부문 소비 등으로 IMO 2020을 대처해나갈 것으로 봤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자회사 SK에너지는 IMO 2020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울산컴플렉스(CLX)에 1조 가량을 투자해 친환경 연료유 생산설비인 VRDS 신설에 들어갔다. 내년 상반기 VRDS 상업 가동이 시작되면 SK에너지는 국내 1위 저유황 연료유 공급자가 된다. 이 설비의 일일 생산력은 3만8000배럴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도 중질유 비중을 현재 12%에서 4%로 낮추고 저유황유 등 석유화학 원료 생산으로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SDA 공정 구축을 완료한 현대오일뱅크는 저유황유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해운업계는 많은 자본투자를 필요하는 스크러버, LNG선보다는 연료전환 방법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전세계 컨테이너에 신규 스크러버를 설치할 경우 420억달러가 소요된다. 개당 최대 100억원 상당의 설치비와 부품교체 비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장착하는 동안은 선박을 운항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스크러버는 설치한 배를 폐선할 때까지만 쓸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선령 20년 이상 노후선박은 63.1%로 집계됐다. 25년 이상인 초고령 선박도 38.3%에 달했다.

연료를 전환할 경우 비용은 5% 상승에서 그치며 소비자 가격도 약 0.5% 오를 전망이다. 선사는 연료 전환 옵션, 자본투자 옵션 중 운영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보다 용이한 연료전환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스크러버 제작업체는 2025년까지 약 5000척의 선박에 스커러버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150억달러 규모로, 스크러버 설치비 투자회수기간은 4년으로 예상되지만 저황유-고황유 가격 스프레드가 확대될 경우 2년까지 감축될 수 있다. 이 경우 선박의 스크러버 설치율은 2020년 4%, 2025년 18%로 예상된다.

수소가스 생산업체는 호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는 수첨탈황, 수소화분해 등 석유정제 공정에서 사용돼 황성분 제거 및 저황유에 대한 생산수율이 증대될 수 있다.

▲국내업체 파나시아가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고 있다.
▲국내업체 파나시아가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고 있다.

◆ 정부, 친환경·고효율 선박 지원 나서

정부 역시 친환경 선박에 대한 의지를 관철하고 있다. 2017년 5월 31일 문재인 대통령은 해운·조선 산업을 살리기 위해 국내 선사의 친환경 선박 발주 지원, 신규 선박 및 공공선박 발주, 노후선박 교체, 금융 지원 등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해 7월 19일 국정운영 100대 과제를 발표해 친환경 선박의 건조기술 개발과 대체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해운 조선 상생을 통해 해운강국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018년 3월 16일 부산항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문 대통령은 고효율 선박 발주를 위한 금융지원, 안정적인 화물 확보와 국적선사 안정을 위한 대책 추진 등을 천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범부처 합동으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친환경·고효율 선박 신조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IMO 2020이 국내 해운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친환경 규제 강화를 계기로 노후 선박이 퇴출되고 선박 과잉공급이 해소되면 경쟁력을 갖춘 해운선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해운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선박 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해운재건 5개년에 따라 선사는 선령 20년 이상의 노후 선박 중 에너지효율등급이 평균 이하인 선박을 해체 또는 매각하고 친환경·고효율 선박을 대체 건조하는 경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무조건적인 친환경·고효율선박 신조가 비용경쟁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연료비용이나 환경비용을 절감하더라도 기기비용, 운영비용 등 다양한 요소가 개입되며 마케팅비용 등 경영역량에 좌우되는 비용도 원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국적선사에 스크러버 설비 설치비 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월까지 2019년 친환경 설비 개량 이차보전 사업 신청을 받고 이 중 18개선사 111척이 스크러버 설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은 해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조치로 손꼽히는 IMO 2020을 반 년 남기고 대응체계 점검에 힘쓰고 있다. 정유업계, 해운업계, 부품업계, 수소업계 등 너나 할 것 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이 대응체계가 강력한 방파제가 될 수 있을까?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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