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되는 미세먼지 대응책의 하나로 각광받는 콘덴싱보일러 시장이 심상찮다. 벌써부터 혼탁스러운 시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가스보일러 산업의 성장과 수익을 함께 추구하는 새로운 모멘텀으로 기대를 모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내 가스보일러 산업은 2000년대 성숙기를 지나 정체기에 들어섰다. 연간 120~130만대에 이르는 내수시장은 단일시장 규모로는 세계 3위다. 하지만 성장세를 이어가기 쉽지 않은 만큼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 해법으로 제시되는 게 기회요인이 남은 해외시장이며, 한계에 달한 내수의 경우 콘덴싱 보급 확대이다. 콘덴싱은 일반가스보일러보다 20~30만원 이상 판매가격이 높다.

정책적으로 콘덴싱 보급에 힘이 더해지는 것도 호재다. 지난 3월 주택에 친환경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3월부터 수도권을 비롯한 대기관리권역 내에서는 환경표지인증기준을 충족한 친환경보일러만 공급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건물 신축은 물론 노후보일러를 교체할 때는 친환경보일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환경부에서 주관하는 환경표지인증기준은 지난해부터 효율은 91% 이상에서 92% 이상,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50mg/kWh 이하에서 35mg/kWh 이하,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200ppm 이하에서 100ppm 이하로 강화됐다.

내수시장의 콘덴싱 보급률이 30%대 초반에 불과한 만큼 새로운 시장이 열린 셈이다. 서울시만 해도 가정용 노후 보일러의 콘덴싱보일러 교체사업을 내년까지 9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과열경쟁이다. 환경기준이 강화된데 따라 원가가 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단납 현장에서 콘덴싱보일러 가격이 일반가스보일러 수준까지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휴대폰 액정 값에 불과한 보일러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던 일반가스보일러 시장의 출혈경쟁이 또 다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은 이런 출혈경쟁은 보일러사의 수익구조 악화는 물론 소비자 안전에도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 납품가를 위한 원가절감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재질 등 안전을 도외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회가 될 콘덴싱보일러 시장의 출혈경쟁은 상처뿐인 영광이 아니라,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는 승자 없는 전쟁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