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에너지 중국산 공세에 파산 위기
중국산 정부 지원 바탕 공세 이어져
특정기업 지원 아닌 산업기반 갖춰야

[이투뉴스] 국내 태양광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 태양광 업계의 실적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자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기술력은 국산 업체가 앞서 있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우리 기업이 밀리는 상황이다.

실제로 OCI와 웅진에너지 등 국내 태양광 업체들의 올해 상반기 소식을 들으면 정부의 태양광 확대 정책과는 반대로 실적 하락으로 시름을 앓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태양광 업체 중국 공세 밀려 고사 위기

지난달 18일 한국태양광산업협회가 발표한 호소문에 따르면 웅진에너지가 잉곳을 생산하는 대전공장과 웨이퍼를 생산하는 구미공장의 가동률을 20% 줄였다고 밝혔다. 잉곳은 폴리실리콘을 녹여 원기둥 모양 결정으로 만든 것으로 이 잉곳을 얇게 절단해 만든 웨이퍼로 태양광 셀을 만든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는 국내기업은 웅진에너지가 유일하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웅진에너지가 적자를 기록했으며 중국산 잉곳 웨이퍼의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면서 경쟁에 밀리는 악재가 발생했다

웅진에너지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561억원 당기순손실은 111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웅진에너지는 최근 한국거래소에 외부감사인 의견거절을 받으며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이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수용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잉곳과 웨이퍼는 현재 중국에서 90% 정도 수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우리나라의 웨이퍼와 잉곳 생산을 위한 전기요금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산 업체들에 비교하면 비싸다는 것에서 사업 위기를 만들었다.

태양광산업협회는 "폴리실리콘, 잉곳·웨이퍼, 셀, 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제조업 밸류체인 중 어느 한 곳이 무너지면 전 밸류체인이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유일 잉곳·웨이퍼 업체인 웅진에너지가 문을 닫는다면 곧바로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중국이 원하는 대로 끌려갈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폴리실리콘을 제작하는 OCI 역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24일 OCI는 올해 1분기 406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해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당기순손실 역시 412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폴리실리콘, 모듈 판매가격. 지난해 초 17달러를 넘겼던 플리실리콘 가격이 10월 이후 10달러 이하로 판매 되고 있다. [제공=한국수출입은행]
▲지난해 폴리실리콘, 모듈 판매가격. 지난해 초 17달러를 넘겼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10월 이후 10달러 이하로 판매 되고 있다. [제공=한국수출입은행]

폴리실리콘 역시 중국 제품의 저가 공세에 현금 원가를 훨씬 하회하는 시장가를 형성하고 있다. 태양광시장 조사기관 PV인사이트에 따르면 폴리실리콘은 24일 기준 1kg당 8.42달러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 17.83달러로 정점을 찍으면서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폴리실리콘은 생산가격이 보통 13달러 정도 업체들은 폴리실리콘의 적정가격을 15달러로 보고 있다.

OCI 측은 "폴리실리콘 판매 가격은 전분기와 유사하지만, 중국 정책 발표전 태양광 시황 약세와 계획보다 길어진 한국 공장 폴리실리콘 정비보수, 지난 분기 대비 폴리실리콘 및 REC 판매량 하락 등으로 영업 적자를 지속했다"고 말했다.

다만 "태양광 주요국가들의 원가 경쟁력 상승 및 정책 변경 요인으로 올해 하반기 수요 강세를 전망하고 있으며 중국 태양광 정책 가시화로 시장 불확실성이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여 하반기에는 시장 전망이 회복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태양광 확대 정책, 중국 업체 기회 될 수도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태양광 설치량은 2.0GW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설치량 기준 중국, 인도, 미국, 일본, 호주, 독일, 멕시코에 이은 세계 7위 규모다.

여기에 올해 1분기 태양광 설치량이 600MW를 넘겼으며 '재생에너지 경쟁력 강화 방안'과 제3차 에너지 기본 계획에서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5%로 결정하면서 태양광 산업의 상승세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와 겹쳐 중국 업체들의 최근 한국 시장 진출이 많아지면서 국내 업체에도 위기가 온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018년 기준 한중 태양광 기업 경쟁력 비교. [제공=수출입은행]
▲2018년 기준 한중 태양광 기업 경쟁력 비교. [제공=한국수출입은행]

중국은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계 최대 태양광 소재 부품 생산 시장이기도하다. 세계 태양광 시장의 성장이 지속되고 있지만 중국 업체의 공급과잉으로 태양광 시스템의 가격 하락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에 열린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에서 화웨이, 선그로우, JA솔라, 진코솔라 등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는 중국 업체들이 한국 태양광 시장 진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상황에 대해 "기술 측면에선 한국산 제품은 중국산 제품에 비해 경쟁력 우위를 갖고 있고 아직은 국산 제품에 대한 국산 시장의 충성심이 높다"라며 "하지만 가격경쟁력에서 중국산이 국산보다 10% 정도 우위를 갖고 있어 가격이 중요한 순간에는 한국산 제품의 채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 지원 필요…특정기업 지원 될 수 있어

이런 상황에서 태양광산업협회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 웅진에너지를 살려야 한다고 발표했다.

협회가 주장한 방안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 일부를 재생에너지 제조기업에 지원, 중국과 비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게 하자는 것이다. 중국기업의 경쟁력은 중국 중앙정부·지방정부의 세제, 금융 등 각종 지원, 특히 싼 전기료 혜택 덕분이다. 중국의 해당 업종 전기료는 우리나라의 30-40% 수준이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태양광 산업 전체 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폴리실리콘은 40%, 잉곳·웨이퍼는 30%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이런 재생에너지 기업에 대한 전기료 혜택이 없다.

협회는 "태양광산업 밸류체인에서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잉곳과 웨이퍼 제조기업이 사라진다면 우리나라 전체 태양광 산업생태계가 무너진다"며 "정부와 우리 업계가 한뜻으로 나서준다면 웅진에너지의 대주주인 웅진그룹도 다시 한 번 절치부심해 웅진에너지가 세계를 선도하는 잉곳·웨이퍼 기업으로 도약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런 주장에 대해서 정부가 특정기업을 살리기 위해 재원을 지원하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지원 하는 것은 중국과 가격경쟁력이 크게 벌어져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라며 "기금지원을 통한 웅진에너지 지원이 과연 형평성에 맞는지 생각해야 되며, 그 지원으로 중국산 태양광 설비를 대체하는 게 아닌 산업기반을 갖추면서 장비사업자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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