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막힌 전력시장, 계약시장이 돌파구 될까
출구 막힌 전력시장, 계약시장이 돌파구 될까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9.04.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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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쟁점] 정산조정계수 CBP 전력시장서 비효율·불공정 논란
민간발전업계 대안으로 장기차액계약제(CfD) 거론 연구용역 착수
▲나주 한전 본사 사옥
▲나주 한전 본사 사옥

[이투뉴스] 한전의 100% 출자회사인 ○○발전은 지난해 발전자회사 6개사(한국수력원자력·남동발전·중부발전·서부발전·동서발전·남부발전) 중 가장 높은 정산조정계수를 적용 받았다. LNG발전소와 노후발전기 비중이 높은 이 발전사의 실적악화가 예상되자, 한전이 다른 발전사보다 후하게 도매 전력시장 단가(조정계수)를 책정해 준 것이다.

정산조정계수는 자회사 생산전력을 모회사인 한전이 어느 수준으로 매입할지 정하는 값이다(1.0=100%). 한전수익이 넉넉할 땐 1.0쪽으로 후하게, 반대일 경우 0.5~0 쪽으로 박해진다. 2008년 도입 당시엔 발전원별로 계수를 적용하다가 전원믹스에 따라 자회사별로 수익차가 크게 벌어지자 2015년부터 발전자회사별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룰을 바꿨다.

전 세계 유일의 이 제도는 전력그룹사의 '도깨비 방망이'이다. 발전연료(유가·유연탄·LNG) 가격이 상승할 때 정부가 전기료를 인상하지 않아 발생하는 부담을 한전과 발전6사가 임의로 나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발전원가가 떨어져 한전 영업이익이 불어나거나 특정 발전사 수익이 과도해지면, 이를 전력그룹사에 고루 배분하는 용도로 활용한다.

이 계수가 유지되는 한 특정 자회사가 과도한 수익을 내거나, 반대로 적자를 낼 일은 없다. 어차피 수익과 손실이 보정·보전되므로 경영효율화에 목을 맬 필요도 없다. 한전 입장에서도 경영이 빠듯할 때는 자회사 몫을 쥐어짜고, 수익이 과도해지만 고루 넉넉하게 인심을 쓸 수 있으니 이만한 제도가 없다. 현행 전력시장의 약 80~85%는 이런 비(非)시장적 방식으로 거래된다.

문제는 나머지 15~20%에 해당하는 민간발전이다. 작년 같은기간부터 수도권 신설 LNG발전사들은 발전소 건설·운영 비용을 회수하지 못해 줄도산 위기다. 일부 발전사는 이용률이 상승할수록 더 큰 손실을 안고 있다. 적정한 원가보상이 필요한데 전기료 인상부담을 이유로 한전과 전력당국이 제값을 쳐주지 않아서다. 

이들 민간발전사는 SMP(전력시장가격)와 기본료에 해당하는 용량요금(CP)으로 투자비와 수익을 회수하고 있다. 하지만 SMP는 연료가격 및 수급여건에 따라 매번 등락하고, CP는 일부 현실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당국은 내달 전력시장 운영규칙 개정을 통해 기준 예비율을 조정해 CP를 추가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효율이 낮고 환경부하는 큰 발전자회사 노후LNG나 석탄화력은 보조를 받아 건재한데 고효율 신규 민간 LNG는 퇴출될 처지에 놓여 있다. 결코 공정하거나 효율적이거나 에너지전환에 부합하는 모습이 아니"라면서 "정산조정계수를 없앨 수 없다면 시장효율과 수급안정, 민간LNG 재무안정을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노후 발전자회사 발전기 '生', 신규 민간발전사 발전기 '死'
막다른 길에 봉착한 변동비반영(CBP) 전력시장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정산조정계수 등 CBP체제에 기반한 기존 전력시장 규제가 비효율·불공정·불합리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이와 관련 최근 민간발전사와 일부 학계가 정산조정계수 존치를 전제로 대안으로 거론하는 제도가 장기차액계약제(CfD, Contract for Difference)이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CfD는 판매사업자인 한전과 발전사업자가 서로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체결하는 일종의 헤지(Hedge) 계약이자 쌍방계약이다. 정산조정계수 대상이 아닌 15~20%의 민간LNG를 'SMP+CP' 보상 대신 이런 방식으로 거래토록 해 가격 급등·급락 리스크에 대비하고 발전자회사와의 형평성도 제고하자는 취지다.

하위법령이 미비해 있을 뿐 제도의 법적근거는 이미 마련돼 있다. 전기사업법 제34조는 전력시장 가격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낮추기 위해 발전사업자와 전력구매자간 차액계약을 허용토록 하고 있다. 한때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전면 도입이 검토된 베스팅컨트랙트(VC, Vesting Contract. 정부승인차액계약제)도 강제 차액계약의 일종이다.

차이가 있다면 차액정산계약은 발전사업자와 판매사업자간 합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체결된다는 점이다. 계약물량과 단가, 기간을 정해 현물가격(SMP) 변동위험을 헷지한다는 측면에선 VC와 계약조건 등이 유사하며, 단가와 기간을 미리 정해놓는다는 점에선 전력시장 개설 이전의 PPA제도와도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

100% 현물시장 거래인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CfD와 같은 계약시장을 병행 운영하고 있다. 우선 미국 대표 전력시장인 PJM은 발전사와 판매사간 차액 정산방식의 쌍무계약을 통해 시장가격 변도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2004년 진입물량의 63%가 여기에 해당하며, 시장소속 11개주가 PPA방식의 계약을 선호하고 있다.  

또 독일은 현물시장의 극심한 가격 변동에도 대부분의 물량을 장기쌍무계약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1년 이상 계약 거래량 비중이 76%이며, 현물시장 가격 물량은 5%에 불과하다. 영국의 경우 2015년 기준 82%의 거래가 차액 정산방식의 쌍무계약이다. 

장현국 삼정KPMG 상무는 "영국도 CBP체제를 끝내고 계약시장으로 갔다. 해외서 보기에 우리시장은 리스크가 매우 큰 시장"이라며 "계약시장의 장점은 예측가능성, 즉 안정적 수급과 가격변동성 대응이다. 사적 계약이라 구체적 계약내용이 공개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올초 민간발전협회는 삼정KPMG에 LNG발전 CfD도입방안 용역을 의뢰한 바 있다.

우리나라만 100% 현물시장, 해외는 쌍무계약 활성화
물론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쟁점과 난관도 적지 않다. 우선 정부와 전력당국이 계약시장 필요성에 공감해야 한다. 아울러 CfD 협상은 계약기간과 물량, 가격, 인센티브나 패널티 등에 대해 한전과 각 발전사가 개별적으로 협상해야 한다. 그런데 양측은 미래 시장에 대한 전망이 다를 수 있다. 가령 한전은 중장기적으로 SMP가 완만하게 떨어진다고 볼 수 있고, 반대로 발전사는 온실가스 비용 등으로 상승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런 간극을 좁혀 예상수입에 대한 접점을 찾아야 계약이 성사된다는 뜻이다. 각 발전기들의 초기투자비 등을 얼마나 인정해 줄 것인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투자비는 총괄원가의 감가상각비와 요금기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지만 사업자별로 각각 감가상각비와 장부가액이 달라 어디까지 이를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또한 CfD개시연도에 따라 발전기별로 미회수 투자비를 얼마로 볼지도 잠재적 논란거리다.

이밖에도 차액계약제도는 RPS나 배출권 이행비용 보상여부, 계약물량, 인센티브나 패널티 제도, 적정 투보율 등도 양측이 합의를 통해 규정해야 한다. 장 상무는 "CfD를 통한 총괄원가 보상은 발전사 측면에선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반면 전력구매자는 공급자의 원가절감, 품질개선 유인 감소에 따른 리스크를 부담하게 된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유인제도(인센티브)와 패널티를 도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상무는 "온실가스나 환경비용 등이 전력가격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아 지금 CfD를 해놓지 않으면 그에 따른 리스크가 매우 클 것"이라며 "양쪽이 서로 욕심을 내려놓고 접근하면 충분히 성공적으로 도입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원주 민간발전협회 사무국장은 "유일하게 민간발전기들만 시장에 노출돼 각종 리스크를 떠안고 있다. 정산조정계수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시장효율과 수급안정, 공정한 시장조성에 기여할 방안을 찾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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