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천연가스에 1위 넘긴데 이어 재생에너지 도전 거세
전력발전의 재생에너지 비율 2008년 1.6% →2018년 9%

[이투뉴스] 미국 전력 부문의 군주였던 석탄이 천연가스에 왕좌를 내 준데 이어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4월과 이 달 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이 처음으로 석탄 발전 보다 더 많은 양의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에너지 경제·재정 분석연구소(IEEFA)에 따르면 수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원은 석탄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집계됐다. 재생에너지원은 4월과 5월 각각 2.32TWh와 2.27TWh를 발전할 것으로 추산된 반면, 석탄은 각각 2.00TWh와 2.24TWh를 발전할 것으로 관측됐다. 

IEEFA의 드니스 왐스테드 연구원은 “5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며 “미국 전력 부문에서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 전환은 매우 굉장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10년 전 미국의 재생에너지 부문은 수력을 제외하고는 그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풍력을 필두로 그 다음에는 태양광 산업에 전폭적인 투자가 이어지면서 재생에너지 기술이 빠르게 개발되고, 그에 따라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많은 미국 기업들과 일반 가정, 주정부들까지 더 청정한 에너지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왐스테드 연구원은 “재생에너지는 지금 이 순간 더 나은 투자처”라고 말했다. 

IEEFA 보고서는 정부 통계를 인용, 수력과 바이오매스, 풍력, 태양광, 지열 등 재생에너지 산업이 2019년과 2020년 사이 석탄을 산발적으로 추월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소 한 달 단위씩이라도 올해 재생에너지가 석탄의 240GW 용량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석탄 시대의 종말 과정으로 볼 수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IEEFA는 계절적 특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 수요가 낮은 봄철 기간에 일부 석탄 발전소들은 보수, 관리를 위해 문을 닫는다. 반면 산 정상의 눈이 녹고 강이 증수되면서 수력 발전량과 풍력 발전량이 상승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석탄은 미국의 전력 믹스에서 그 점유율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5년간 석탄 발전 점유율 하락세는 가파르다. EIA에 따르면 석탄의 발전 비율은 2010년 45%에서 2014년 39%로 계속 추락했으며 2018년에는 27%에 그쳤다. 풍부하고 값싼 천연가스가 공급되면서 2015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석탄보다 많은 가스 화력 발전소가 운영되면서다. 

이 가운데 가격이 크게 떨어진 풍력과 태양광이 무섭게 치고 올라가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을 합친 재생에너지의 전력 발전 비율은 2008년 1.6%에 불과했으나 2018년 9%로 크게 상승했다. 

그럼에도 최소 앞으로 몇 년간은 연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이 석탄을 추월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6년에는 천연가스가 미국 최대 전력원으로써 석탄을 추월한 바 있다. 

◆39년만에 석탄 소비 최저 

청정에너지는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IA가 올해 초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향후 2년간 재생에너지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에너지원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석탄은 빠르게 쇠퇴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2010년 45%였던 석탄 발전 비율은 지난해 27%로 크게 하락했으며, 2020년에는 24%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규제를 철회해 석탄 산업을 회생시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석탄 수요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석탄 소비는 2018년 전년 대비 4% 줄어 197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고 EIA는 밝혔다. 2020년 말께 약 7GW의 석탄 화력 발전소가 폐쇄될 예정이다. 

EIA는 풍력과 태양광, 수력 등 모든 청정 에너지는 2019년 미국 전력의 18%, 2020년 약 2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풍력 발전이 수력 발전을 추월하고 2년 연속 최대 재생에너지원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증가했던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19년과 2020년에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향후 몇 년간 거의 정상 범위의 온도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은퇴 앞둔 석탄 발전소 

석탄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경제성이다. 초당파 씽크탱크인 ‘에너지 이노베이션’은 보고서를 통해 풍력과 태양광 비용이 대폭 줄어 미국 석탄 발전소의 74%가 재생에너지로 교체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석탄 발전소들은 이미 노후화가 꽤 진행됐다. 보통 석탄 발전소들이 완전 폐쇄되기 전까지 약 40~60년 정도 운영되는데, 미국의 평균 석탄 발전소 나이가 40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많은 유지와 관리 보수가 필요한 것을 알 수 있다. 유지 보수에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가 더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왐스테드 연구원은 “많은 석탄 발전소가 은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몇몇 발전사들이 친환경적 이미지를 위해 석탄 발전소를 우선적으로 폐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표적으로 엑셀 에너지(Xcel Energy) 전력사는 자사 석탄 발전소의 4분의 1을 닫았으며, 추가적으로 4분의 1을 폐쇄할 계획이다. 회사는 2050년까지 풍력과 태양광 등을 통해 탄소 제로 전력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벤 포크 엑셀 에너지 CEO는 “풍력은 이미 화석연료를 저렴한 천연가스 가격과 경쟁 가능한 수준에 올랐다”고 <CNN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일자리도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 이동

미국에서 재생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안정적이고 비교적 임금이 높은 재생에너지 관련 블루컬러 일자리가 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2025년께 거의 대부분의 현존 석탄 발전소 운영비는 풍력이나 태양광 건설보다 더 비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주정부들과 전력사들은 100% 청정에너지 목표를 세우고 태양광 또는 풍력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일자리 수요를 늘리고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은 미국 전체 고용 부문에서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E2의 최근 ‘청정 일자리 아메리카’ 보고서에 따르면 약 330만 미국인들이 청정 에너지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화석연료 근로자에 비해 약 3배가 많은 수준이다.  

태양광에는 33만5000명, 풍력에는 11만1000명이 고용돼 있는 반면, 석탄 채광이나 다른 화석연료 추출에는 21만1000명이 고용돼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청정에너지 부문의 고용은 2018년 전년대비 3.6% 상승해 11만개 신규 일자리를 추가했다. 올해 관련 일자리는 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노동통계청은 2026년까지 가장 빠르게 늘어날 일자리로 태양광 설치자(105% 성장)와 풍력 기술자(96%)를 꼽았다.  2009년 8만6000개에서 2017년 5만개로 떨어졌던 석탄 일자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으로 2018년 5만2000개로 약간 늘었다. 

EIA는 미국 석탄 생산이 현재까지 8.4% 하락해 7200만 톤으로, 2020년에는 4400만 톤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탄의 수출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EIA는 석탄 수출이 지난해 하반기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8% 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풍력과 태양광 수요 확대는 석탄 발전소가 폐쇄되는 지역에서 새로운 경제적 전환 기회를 안겨주고 있다. 청정 에너지 일자리는 보통 전국 평균보다 임금이 높고 대학교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브루킹스 연구소>는 지적했다. 청정에너지 구직으로 8~19% 수입 인상과 청정에너지 생산(전기 기사, 설치 및 수리원, 발전소 오퍼레이터 등) 관련 근로자의 45%가 고등학교 졸업장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제적 전환 기회는 미국의 석탄 산업 의존 지역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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